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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맑음 Jan 09. 2021

쉬어 가는 날


쉬어 가는 날 조차

내 선택으로는 해본 적이 없다고


혼자만의 공간을 갖겠다고 한 것도

쉬고 싶다고 한 것도


너, 라는 핑계로 삼았지만

돌아보니 내게 주는 용기였고


넌 다 알고 있으면서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지


심술이 나는 날이 되면

미운 것들 투성이라


난 잘못하지 않았다고 허공에 중얼

지금 화난 게 아니라고 중얼중얼


제일 안 미운 너의 뒤로 쏙 숨어 들어가

내 앞에 있다는 이유로 툭툭 쳐대도


넌 또 다 알고 있었고

가만히 헤헤, 하며 웃었지. 얄밉게도.


심술도, 쉬는 것도 싫은 날

다시 너를 핑계로 삼아


이렇게 된 게 다 네 탓이라고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날이 또 오겠다만

그래도 지금처럼 있어줄 거라


그런 이기심으로 하루 쉬어가고

이런 욕심으로 또 하루 살아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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