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가는 날 조차
내 선택으로는 해본 적이 없다고
혼자만의 공간을 갖겠다고 한 것도
쉬고 싶다고 한 것도
너, 라는 핑계로 삼았지만
돌아보니 내게 주는 용기였고
넌 다 알고 있으면서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지
심술이 나는 날이 되면
미운 것들 투성이라
난 잘못하지 않았다고 허공에 중얼
지금 화난 게 아니라고 중얼중얼
제일 안 미운 너의 뒤로 쏙 숨어 들어가
내 앞에 있다는 이유로 툭툭 쳐대도
넌 또 다 알고 있었고
가만히 헤헤, 하며 웃었지. 얄밉게도.
심술도, 쉬는 것도 싫은 날
다시 너를 핑계로 삼아
이렇게 된 게 다 네 탓이라고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날이 또 오겠다만
그래도 지금처럼 있어줄 거라
그런 이기심으로 하루 쉬어가고
이런 욕심으로 또 하루 살아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