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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원 Feb 28. 2024

파리 속의 파리: 에밀졸라와 도깨비의 빠사쥬

 7. 파노라마(Panoramas)와 주프루아(Jouffroy)

파노라마와 주프루아는 파리 오페라 북측의 넓다란 길들 흔히 그랑 불르바드 (Grands-Boulevards)에 위치하고 있다. 

주프루아는 나의 최애 빠사쥬인데 온갖 옛 잡동사니와 헌책방, 그리고 장난감 (땡땡에 대한 거의 모든 굿즈를 발견할 수 있는 캬...) 가게에다가 그 안에 잡동사니의 최고봉인 왁스뮤지엄 Musée Grévin도 들어있다. 어찌보면 파리의 도깨비 빠사쥬 같은 곳에서 옛 냄새와 환타지가 섞여 있는 요상한 곳이다. 거기에서 옛 장난감이나 책을 들쳐보는 사람들의 눈에서는 반짝이는 장난기가 가득한 곳이다.  

그리고 주프루아를 나와서 남측으로 몽마르트 대로 (Bd Montmartre)를 건너자 마자 만나게 되는 곳이 파노라마 빠사쥬이다. 

이곳에는 프랑스 문학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 숨어 있는데 바로 바리에떼 극장이다. 이곳은 에밀 졸라(Émile Zola)의 소설 '나나' 에서 그 문제의 숨막히는 여인 '나나' 가 등장하는 극장이다. 그 1880년 소설의 극장이 아직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어서 당시를 회상할 수 있다. 원주의 아카데미 극장이 맥없이 헐리고, 학전이 폐관하는 이 시기의 우리에게 140년 된 국립도 아닌 작은 극장 바리에떼 극장의 존재는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럼 먼저 가장 요상한 도깨비 빠싸쥬를 만나보자  

주프르아 빠사쥬의 입구: 사진 김규원
호기심에 바라보는 주프루아 아케이드: 사진 김규원
범상치 않은 빠사쥬: 사진 김규원

빠사쥬 주프루아 (Passage Jouffroy)는 1845년 지어졌고 1직선이 아니라 중간에 두 번 꺾어져서 파리 9구와 2구에 걸쳐있다. 아마 내 기억에 꺾여져서 있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빠사쥬일 듯 하다. 그리고 이 꺾이는 부분에 그 유명한 그래방 박물관이 도깨비 집처럼 자리잡고 있다. 

전체적인 길이는 꽤 길어서 총 220m이며 아까이야기한 남측의 파노라마(Passage des Panoramas) 뿐만아니라 북측의 베르도(Passage Verdeau)와도 연결해서 파리에서 세 개의 빠사쥬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만약 시간이 없어 빠사쥬를 한 번에 보고 싶다면 여기가 제격이다. 

빠사쥬 베르도의 입구: 사진 김규원

 1800년 지어진 남측의 파노라마처럼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주프루아 빠사쥬는 유리와 강철로 지어진 (장식을 위한 목재 외에) 그리고 바닥 난방이 조성된 최초의 빠사쥬이다. 오래된 헌책 서점, 장난감가게, 디저트가게 등이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어 특히 어린이들과 어린이 같은 어른들이 (즉 나를 이야기하는 ...) 좋아하는 빠사쥬로 알려져 있다. 

그래방 박물관 입구와 꺾여진 곳: 사진 김규원


헌책방들: 사진 김규원


추억의 장난감들: 사진 김규원

참고로 그래방 박물관(Musee Grevin)은 1882년 르 골로아즈(LeGaulois)지의 기자 메이어 (Arthur Meyer)에 의해 개관한 유럽 최초의 왁스 뮤지엄 중 하나이며 이름은 이 박물관 최초의 총감독 그래방 (Alfred Grevin)을 따라 짓게 되었다. 현재 450여 개 캐리커처가 전시되었는데 대부분 프랑스의 과거와 현대의 인물들이다. 


환상의 빠사쥬 아라베스크: 사진 김규원


만화책과 인형과 장난감들: 사진 김규원
파리의 보물 창고 주프루아: 사진 김규원


이번에는 이 빠사쥬에서 만난 땡땡 (Tintin)의 인형을 그림으로 그려 보았다. 그리는 내내 힘들었지만 내가 너무 좋아하는 캐릭터이기에 웃으면서 할 수 있었다...한 달 동안...ㅠㅠ

땡땡 굿즈들: 그림 김규원  by Sai Tool
.그리는 과정: 김규원
쇼펭 호텔 : 그림 김규원 by Sai tool
쇼펭 호넬 그리는 과정

그리고 빠사쥬의 쇼팽 호텔은 고즈넉한 옛 호텔로 아는 사람만 가는 보석같은 호텔이다. 19세기의 파리를 밤에 겪고 싶다면, Midnight in Paris의 제격인 호텔이다. 



파노라파 빠사쥬의 입구: 사진 김규원

 이제 파노라마 빠사쥬로 넘어가 보자. 

빠사쥬 데 파노라마 (Passage des panoramas)는  1799~1800년에 개장한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아케이드 중의 하나이며 어쩌면 진정한 최초의 유럽의 쇼핑몰로 알려져 있다. 1817년에 가스등 조명이 설치되었으며 1830년대 바리에떼 극장으로 연결되어 보통 연기자 등이 출입하는 바리에떼 갤러리(galerie des Variétés)와 페이두(Feydeau) 갤러리 등과 연결이 되어 있다. 

전체 133m의 아케이드로 파리의 대표적인 가장 오래되고 큰 규모의 화려한 아케이드 중의 하나이다.  그러니까 이 두곳만 봐도 파리의 빠사쥬를 대부분 알 수 있다.  


바리에떼 극장의 입구: 사진 이성은

바리에떼 극장(Théâtre des Variétés)은 파노라마 빠사쥬와 연결되어 1807년 개관한 극장으로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연극 중심 혹은 전용 극장 중 하나이다. 현재 800석의 이탈리아 오페라식 극장, 극장식 레스토랑, 250석의 오펜바흐 홀, 110석의 소극장 등으로 이루어져서, 사실 규모가 작지는 않다. 

이 극장이 문학하에 유명하게 된 배경은 작가이며 저널리스트인 에밀 졸라(Emile Zola 1840~1902)는 1878년 처음으로 바리에떼 극장을 방문하면서 이다. 이때 동행한 알레비(Ludovic Halevy, 1834~1908)는 이미 여러 번 바리에떼 극장을 위해 극본을 쓰기도 했는데 그로부터 유명한 여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미 에밀 졸라는 1871년부터 시작한 루공마까르 총서 중 1877년 발표한 '목로주점'으로 유명해진 상태이고 바로 다음 작품으로 1880년 '나나'를 발표하게 된다. 그리고 이 '나나'는 바로 맨 처음에 바리에떼 극장에서 주인공들이 나나를 공연 '금발의 비너스'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이 된다. 에밀 졸라는 이후 1890년대 벌어진 드레퓌스 사건의 결과에 반발하여 유명한 글 '나는 고발한다.'를 1898년 발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바리에케 극장 옆 레스토랑: 사진 김규원

소설 '나나'에서 바리에떼 극장에서 나나가 등장하는 엄청난 묘사를 잠시 보자.

 

‘다이아나가 혼자 있게 되자 비너스가 등장했다. 나나는 알몸이었다. 나나는 자기 육체가 지닌 헤어날 수 없는 권력에 자신감을 갖고 대담하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나타났다. 아담한 어깨, 핑크색의 유두가 관객을 향해 곤두서 있는 대담한 젖가슴, 육감적으로 흔들리는 수수께끼의 엉덩이, 기름이 흐르는 듯한 갈색의 허벅지 등. 몸을 가릴 것이라고는 머리카락밖에 없었다. 그녀는 너저분한 무대장식 사이에서 비너스로 탄생하고 있었다. 그녀가 두 팔을 높이 쳐들자 조명에 땀에 젖은 겨드랑이의 금색 털이 흩날렸다. 나나는 내내 잔인한 미소로 당장이라도 남성 관객을 산 채로 뜯어먹을 것만 같았다.’ (에밀 졸라, 「나나」, 김치수 역,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2014). p42)


파노라마 빠사쥬의 내부: 사진 김규원
파노라마의 통로와 입구: 사진 김규원

파노라마 빠사쥬는 주프루아와 달리 오래된 느낌이 확실히 나며, 레스토랑등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옛 분위기도 다소 낡지만 남아있어 에밀 졸라의 기억과 파리의 옛 모습을 보기에 좋다. 파노라마 끝에는 약간 외로운 듯한 공간이 있어 이 곳도 그려보는데, 이번에는 파리의 빠사쥬를 가지고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미완성 저서를 쓴 발터 벤야민을 가상으로 등장시켜 보았다. 


파노라마 빠사쥬의 통로: 그림 김규원  by Sai Tool
그림 과정: 김규원

파리에서 가장 길고 멋진 빠사쥬가 모여있는 곳을 벤야민도 들리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에서 그려보았다. 마지막으로 베르도 빠사쥬 (Passage Verdeau)의 사진 몇장만 추가해보겠다. 

베르도 빠사쥬의 모습: 사진 김규원

그리고 베르도 빠사쥬에서 너무 감동적인 인형을 만났는데, 마치 우리 옛 초등학교의 책읽는 오누아 같은 인형이다. 

책 읽는 오누이: 사진 김규원

전 세계적으로 동생을 쳐다보는 누나의 마음이 똑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전 세계의 남동생을 둔 누나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이번 편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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