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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Sep 25. 2020

바이러스를 드릴게요

성노동 프로젝트/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


바이러스를 드릴게요

윤해후


이 글은 성폭력 묘사를 포함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 씨발, 돗대네.”

지영이 화를 내며 빈 담뱃갑을 구겨 던졌다. 바스락거리는 가벼운 소음만 남기고 담뱃갑은 힘없이 구석으로 날아갔다. 발을 뻗어 발가락으로 재떨이를 잡고 앞으로 당겨오면서, 지영이 마지막 담배에 불을 붙였다.

시계가 새벽 5시 43분을 나타내는 걸 보니 아침 해가 뜨는 중일 것 같았다.

“요즘 손님이 별로 없지?”

대기실 밖에서 실장이 소리쳤다. 나도 지영도 아무 대꾸하지 않았더니, 실장이 대기실로 슬금슬금 들어왔다. 환기가 잘 안 되는 대기실 안에 지영이 뻐끔뻐끔 내뿜는 담배 연기가 가득 찼다. 실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흡연실 가서 피지, 하며 말을 흐렸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국에도 상륙했다는 소식이 들린 직후에는 다들 무감했다. 실장이 웃으며 우리 가게는 신종 플루 때도 사스 때도 버텼다며, 오히려 그때 손님이 더 많았다고 말할 때는 나와 지영을 포함해 다른 매니저들도 같이 웃었다. 전염병이 도는데 낯선 이와 밀접 접촉하는 짓을 대체 왜 하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날이 갈수록 출근하는 매니저가 줄었고, 마감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더 적어졌다.

“오늘 지영이가 세 개 했고, 혜진이가 네 개 했나?”

고개를 저었다. 나도 지영이도 오늘은 손님을 두 명밖에 못 받았고,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퇴근한 민지, 지민은 한 명씩 받았으며 한나는 꽁치고 돌아갔다. 이곳에서 일한 이래로 최악이었다. 전날 저녁 5시부터 지금까지 꼬박 열두 시간을 넘게 있었는데 손님은 겨우 여섯 명이었다.

실장이 방 밖에 있는 구식 컴퓨터 모니터를 흘깃 보고는 어제 장부랑 착각했다며 배시시 웃었다.

“야, 이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저기 어디냐, 대구인가에서 무슨 새천년 종교 어쩌구 하는 애들이 바이러스를 엄청 퍼뜨리고 다닌다잖아. 나도 여기서 일한 지 몇 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실장은 허리에 차고 있던 작은 힙 색에서 만 원짜리 뭉치와 오만 원짜리 뭉치를 꺼내 침 묻힌 손가락으로 지폐를 한 장 두 장 세기 시작했다. 손님 둘밖에 못 받았으니 사실 세어 줄 만한 금액도 아니었다. 삼만 오천 원 두 번이니 칠만 원. 나는 첫 손님이 옵션으로 검은색 스타킹을 추가해서 총 칠만 오천 원이었다. 지영이는 칠만 원을 받았다.

돈을 정산해 준 실장은 뭔가 할 말이 더 남았는지 그 자리에 선 채로 미적거렸다. 지영이는 실장이 보든 말든 입고 있던 추레하고 유치한 원피스를 벗고 옷걸이에 걸어뒀던 자기 평상복을 꺼냈다. 내가 실장에게 눈치를 줬더니 그제야 다시 입을 뗐다.

“그……. 우리도 시정 명령 때문에 당분간 닫아야 할 것 같아서…….”

부랴부랴 티셔츠를 입은 지영이 실장을 노려봤다. 그걸 말이라고 해? 시정 명령은 한 달 전에 내려왔는데 이제 와서 시정 명령 때문에 닫는다고? 야, 나는 뭐 먹고 살라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쏘아붙이니, 실장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같잖은 변명을 덧붙였다.

“야, 나라고 이러고 싶었겠냐고. 종로서에서 우리 뒤 봐주던 놈도 이제 더는 안 된다고 하고, 조만간 대대적인 단속 있을 거라고 미리 몸 사리라잖냐. 나도 가게 문 닫으면 당장 이번 달 월세가 걱정이야. 몰래 장사하다 걸려서 벌금까지 맞으면, 눈앞이 깜깜하다 진짜.”

“아, 씨발. 다시 장사 시작하면 꼭 연락해, 알겠지? 딴 년들 데려다 쓰다가 걸리면 진짜 뒤져.”

지영은 청바지를 마저 추켜 올리고 가방을 챙겨 가게 밖을 나갔다. 나도 뒤늦게 옷을 갈아입고 가게를 나섰다. 한숨이 나왔다. 나도 내야 할 월세와 공과금이 있었다. 당장 손님이 줄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게 누군데, 라고 한마디라도 하려다가 참았다. 그래도 3주 전부터 간간이 출근하기 시작했던 오피스텔 일이 남았으니까, 그거라도 내일모레 잘하면 월세는 안 밀릴 수 있겠지. 대충 오늘 받은 돈과 통장에 남은 돈을 셈했다. 그래도 한숨이 나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여름이 다가오는 신호로, 해가 점점 더 빨리 뜨고 있었다. 이제 겨우 새벽 6시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 거리가 너무 밝았다.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허름한 반바지를 입고 아침 햇살을 받는다. 발을 빠르게 놀려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돈을 많이 못 벌어서 택시는 사치니까.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자야지, 오늘 밤은 출근 안 해도 되니까 늘어지게 자고 달이 떴을 때 일어나야지.



 

요란하게 벨 소리가 울려 깼더니 아직 낮 두 시밖에 안 되었다. 단잠을 깨운 전화가 달갑지 않아 그냥 끊어버릴까 하다가, 방해금지 모드로 해뒀던 핸드폰으로 집요하게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고 싶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하고 갈라진 목소리가 겨우 새어 나왔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안도가 담긴 목소리가 진득하게 흘러나왔다.

- 진솔아, 다행이다. 오늘 혹시 낮에 출근해 줄 수 있을까? 원래 낮에 나오기로 한 년들이 갑자기 잠수야. 너라도 전화 받아서 진짜 다행이다. 오빠가 개당 만 원씩 더 쳐 줄게, 제발 나와 주라. 안 그러면 우리 단골도 다 놓치고 망하게 생겼어.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화면을 보니 [동대문 오피 실장]이라고 떠 있었다. 다시 눈을 감고 싶었다.

- 벌써 두 시 손님 한 명은 놓쳤고, 세 시 예약 하나 있는데 그때까지 출근할 수 있을까? 코로나 때문에 무섭다고, 출근 안 한다고 난리야, 다들. 요즘 단속도 없는데 이때 바짝 벌어야지. 너라도 나와 주라, 응? 세 시 예약 손님한테 시간 맞춰서 오라고 한다?

이대로 전화를 끊고 더 자고 싶었지만 개당 만 원이나 더 쳐준다는 말에 쉽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택시비까지 얹어 주면 가겠다고 하니 실장이 그깟 택시비가 지금 중요하냐며 당장 오라고 다시 사정했다. 쪼잔한 새끼. 금방 가겠다며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내 옆에서 자고 있던 고양이 만두의 온기가 허벅지를 통해 느껴졌다. 만두가 숨 쉴 때마다 가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몸통을 살짝 쓰다듬었다. 만두는 기분이 좋은지 몸통을 울려 가르릉 소리를 냈다. 개당 만 원씩 더 받으면 하루 손님 다섯 명만 받아도 평소보다 5만 원을 더 버는 거다. 5만 원이면 가장 저렴한 사료가 아니라 만두가 좋아하는 사료를 사줄 수도 있다.

핸드폰을 다시 봤다. [동대문 오피 실장]에게 온 문자가 수십 통이었고, 그가 걸었던 전화도 다섯 통이나 있었다. 가지 말까, 씹고 잠수탈까, 하다가 월세와 관리비, 그리고 만두 사료랑 모래값을 생각하니 나가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내일 밤에 일하려고 했던 거, 하루 반나절 일찍 시작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외출복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다시 출근길에 나섰다.

 



이런 시국에도 사람들은 열심히 섹스를 한다. 타인과의 접촉을 제한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집에 머물려고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니면 안마방은 더럽고 오피스텔은 덜 더럽다는 환상이라도 있는 건지, 혹은 가성비 때문인지. 어차피 쓰는 돈 몇 만 원 더 얹어서 손으로만 해주는 안마방보다는 진짜 자지를 박을 수 있는 오피가 낫다고 생각하는 건지. 손님들의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덕분에 나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 좋았다. 세 시에 첫 손님을 시작으로, 저녁 8시쯤 잠깐 끊겼다가 10시부터는 거의 밤새도록 손님이 줄을 이었다. 새벽 세 시가 되니 보지가 헐 것 같았고 애액도 더는 안 나오는 것 같았다. 일곱 명째 손님을 받고 나니까 실장이 격려의 문자까지 보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꼭 의식처럼 오래오래 샤워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욕조에 몸을 푹 담그고 있고 싶지만, 좁은 자취방에 욕조가 들어갈 공간은 없다. 떨어지는 물을 한참이나 맞고 있는 게 할 수 있는 최선이다.느긋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썼던 수건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고, 따듯한 물로 샤워를 시작했다. 손님이 오면  대화 후 샤워로 유인하는 것이 순서라, 이미 일곱 명의 손님과 일곱 번의 샤워를 했지만, 혼자 하는 샤워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나 자신을 달래주는 샤워, 나를 돌보는 샤워. 고생한 나에게 상처럼, 나를 쓰다듬어 주는 샤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오피스텔 일을 구하게 된 이유에는 샤워 시설도 있었다. 안마방의 눅눅하고 어렴풋한 곰팡내가 나는 샤워실에서는 아무리 씻어도 씻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안마방에서 손님과 수위 싸움하는 것에 지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손님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어떻게든 자지 끝이라도 내 보지에 쑤셔 넣어 보려는 것을 이리저리 막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었다. 안마방은 원래 삽입 섹스를 하지 않는, 소위 유사 성매매 업소니까. 애매한 수위 싸움을 하며 진을 빼기보다 그냥 처음부터 마음먹고 박히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받는 금액도 차이가 컸다. 삽입 섹스의 유무에 따라 금액 차이가 난다는 걸 몰랐던 건 아니지만, 두 배가 넘게 차이가 나는 건 좀 놀라웠다. 하루에 손님 다섯 명만 받아도 월세는 금방 채우는 건 만족스러웠다.

초반 2주 동안은 손님이 별로 없었다. 하룻밤에 세 명에서 네 명을 받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아마 그때는 출근하는 매니저들도 더 많았으니까, 손님을 나눠 받아서 그랬을 것이다. 몇 호에 누가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연히 찾아본 후기 사이트에서 보니 이 실장이 운영하는 동대문 오피스텔에 하루 출근자가 열 명은 넘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그 많던 매니저들이 갑자기 잠수를 탔다면, 실장도 곤란하긴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오피도 출근해보려 알아봤지만, 그래도 여기로 결정한 이유는 ‘떡면접’이 없었던 게 컸다. 여기 오기 전 세 군데 연락을 했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당당하게도 “같이 일하실 수 있는 분인지 체력 면접을 볼 거예요.”라고 했다. 하는 말들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실장인 자기랑 섹스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떡면접 본다던 데는 전부 번호를 차단해버렸다. 섹스를 노동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돈을 안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는 사실 꽁씹하려는 실장들의 심보가 너무 괘씸했다.

네 번째로 전화한 이곳에서 내 면접을 본 건 ‘부실장’이었다. 그는 왜소하고 마른 체형이었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요즘에도 떡면접 보는 데가 있냐며 같이 화를 내줬던 것이 귀엽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원래 동대문구 담당 실장이 휴가를 간 2주간만 잠시 맡는 거라며, 면접 다음 주부터는 원래 실장이 다시 관리할 거라고 언질을 줬다.

일하면서도 부실장과는 그다지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퇴근 전 정산받을 때나 얼굴 보고 인사할까 한 정도였다. 부실장이 원래 담당 구역으로 돌아가고, 실장이 돌아와도 내 일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실장은 부실장과는 정반대의 인상이었다. 키가 크고 덩치도 산만해서 어디 조폭 끄나풀 같았다. 얼굴도 투실투실한 데다, 정말 예상을 하나도 벗어나지 않고 목에는 보기 흉한 금목걸이까지 걸고 있었다. 그래도 돈만 잘 주면 됐지, 라는 생각에 그의 못생긴 면전에 대고도 나는 잘만 웃어줬다.

마지막 손님을 받고, 사용했던 방을 마저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보지가 얼얼했다. 매일 이렇게만 돈을 벌면 정말 순식간에 빚도 갚고 건물도 사겠다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정리를 마쳤다는 문자를 실장에게 보냈다. 답장도 지체없이 날아왔다.



그렇지만 벌써 여덟 명의 손님과 섹스를 했고, 해는 벌써 떠 밝아졌고, 정신이 혼미했고, 한시라도 빨리 돈을 받아 집에 가고 싶어서, 의심이 싹틀 겨를이 없었다. 1609호는 같은 층의 복도 끝 방이었다. 빨리 돈 받고 돌아가야지. 여기서 의심을 해야 했다. 부실장은 항상 마감했다는 연락을 하면 내가 사용했던 방으로 마중을 나와 정산을 해 줬다. 돈을 받고 작별 인사를 짧게 하고 나는 집으로, 부실장은 다른 매니저 정산해 주러, 혹은 자신의 볼일을 마무리하러 갔다. 다른 방으로 따로 부른 적이 없었다. 반면에 실장은 정산할 때마다 자신이 쉬는 방 앞으로 나를 부르곤 했다. 도착하면 벨을 눌러 그를 불렀고, 돈을 받았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알려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의심이 들었어야 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방에 들어가니 어두웠다. 암막 커튼을 쳐 두고 낮은 조명만 켜둔 채였다. 실장은 방 한가운데 놓인 침대 위에서 몸을 모로 뉘어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지루한 축구 경기가 진행되고 있길래 나는 현관에 우두커니 서서 기다렸다.

“뭐해, 이리 들어와.”

쭈뼛쭈뼛 그가 누운 침대 옆으로 가서 섰다. 내가 번 돈인데 돈을 달라는 재촉을 하기가 어색했다.

“진솔이 오늘 수고했어. 여기 좀 누웠다가 가. 오빠가 이것만 좀 보고 집까지 차로 태워 줄게.”

침대 옆을 툭툭 두드리며 다정한 척 말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피할 길은 없었다. 8개면 80만 원이다. 만 원씩 더 준다고 했으니 총 88만 원이나 될 것이다. 실장의 심기를 거슬러 돈을 못 받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침대 끄트머리에 살짝 걸터앉았다. 가지고 왔던 가방도 발치에 내려놨다. 어두운 실내에서 가만히 보니 실장은 팬티만 한 장 입은 채였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왜 거기 끝에 그러고 있어, 하며 실장은 우악스러운 손으로 내 팔목을 잡아끌었다. 나를 자기 옆에 눕혔다. 좀만 쉬어, 편하게, 하며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아, 씨발 좆같네. 속으로 욕을 수천 번 했다. 씨발 돼지 같은 새끼, 씨발 새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욕이 가슴에 조금씩 쌓였다. 실장은 능청스럽게 내 옷을 하나씩 벗겼다. 오늘은 돈 많이 벌었으니까 오빠한테도 한번만 대주라. 말 같지도 않은 말이 귀에 들어왔다. 당장이라도 뿌리치고 발로 걷어차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88만원. 그 돈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나는 금방 나체가 되었고, 그는 허겁지겁 내 가슴을 빨았다. 가슴, 배, 보지로 빠르게 혀가 내려갔다. 헐레벌떡 팬티를 벗고는 내가 무어라 할 새도 없이 삽입을 했다. 아, 씨발 새끼 콘돔도 안 꼈어. 얼굴로 아마 잔뜩 욕을 해준 것 같다. 소리 없는 욕지거리를 들었는지 실장은, 오빠가 잘 조절할게, 하며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의 자지는 작았다. 작아서 정말 보지 입구에서 깔짝대는 수준이었다. 깊게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입구에서만 깔짝대니 보지가 더 너덜너덜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웠다. 그는 몇 번 왔다갔다 하더니 성급하게 자지를 빼고 내 배 위에 사정을 했다. 3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다시 침대에 누웠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의 물을 틀고 씨발씨발 욕을 시작했다. 아 씨발 더러운 새끼, 씨발 콘돔도 안 꼈어, 아 병균 옮은 것 같아, 씨발 기분 드러워, 아 씨발 존나 돈이 뭐라고, 죽여버리고 싶다, 저런 새끼는 왜 안 죽지? 좆도 작은 게 씨발 꽁씹은 드럽게 밝혀요, 차라리 돈을 내고 하자고 해라, 치사한 새끼, 머리나 까져라 씨발. 내가 자그맣게 뱉은 욕지거리는 물을 타고 배수구로 빨려 들어갔다. 배에 묻었던 정액도 씻고, 작은 좆이 들락거렸던 보지도 깨끗이 씻었다. 이젠 정말 집에 가고 싶었다.

씻고 나오니 축구 경기가 끝나 있었다. 실장은 어느새 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정산부터 해 줘요.”

나도 옷을 챙겨 입으며 툭 던졌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너를 증오하는 마음이 없다는 듯이 말해야 했다. 실장은 배시시 웃으며 내가 우리 진솔이 돈을 떼먹기라도 할까봐, 하며 일수 가방처럼 생긴 가방에서 돈을 꺼냈다. 오만 원짜리 지폐가 가지런히 잘 모여 있었다.

“하나, 둘, 셋……. 오늘 손님 여덟 명 맞지?”

오만 원짜리 열여섯 장을 내게 건넸다.

“개당 만 원 더 쳐준다면서요.”

80만 원을 먼저 받아서 가방에 챙겨 넣으며 말했다. 그는 아차차, 하며 만 원짜리 여덟 장을 더 꺼내 건네주었다. 그걸 나에게 주고도 실장에겐 돈이 넘쳤다. 그런데도 그는 내게 그 돈을 주기 아까워하는 기색이었다.

재빠르게 나머지 8만 원도 받아서 가방에 넣었다.

실장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방을 함께 나섰다.

 


 

꼬박 24시간을 잔 것 같았다.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근육통이 허리에서 시작해 팔다리, 특히 허벅지 안쪽에 심하게 왔다. 머리도 지끈거렸고 열도 나는 것 같았다. 보지도 감각이 없었다. 더 자고 싶었지만, 잠도 더는 오지 않았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재난문자가 와 있었다.




눈을 비볐다. 문자에 나온 커피숍은 내가 일했던 오피스텔 1층에 있는 24시간 커피숍이었다. 날짜를 확인해 보니 출근한 날이었지만, 그날은 급히 출근하느라 거기서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확진자랑 마주칠 일은 기억에 없었다.

없어야 했다.

요란한 벨소리가 울렸다. 그 오피스텔 실장이었다. 이 새끼도 문자를 받았나 보다.

“네, 여보세요.”

“진솔아, 씨발 좆된 것 같다. 그 확진자 새끼 손님이었어. 나는 마스크랑 장갑 끼고 돈은 받았는데 너 있던 1701호로 들어간 그 새끼야. 뿔테 안경 끼고 점잖게 생겼던 새끼.”

두통이 몰려왔다. 간밤에 손님 여덟 명을 하나하나 곱씹어 봤다. 처음 왔던 손님은 휴가 나와 들렀다던 20대 초반 군인, 두 번째는 결혼식이 다음달이라던 30대 중반 직장인, 그리고 세 번째는 모 회사 대리라던 30대 후반, 네 번째가 대충 저녁 일고여덟 시쯤에 왔던, 나만한 딸이 있어 딸 생각이 나 좋다던, 자기를 아빠라 불러달라던 어디 교수랬던가? 안경을 꼈던 것도 같았다.

그런데 확진자 신상을 실장은 대체 어떻게 알아냈을까? 잠깐, 내가 어제 있던 방이 1701호였던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온몸이 후끈후끈했고 숨이 가빠졌다. 눈알이 빠질 것 같았고 속도 메스꺼웠다. 보건소 가서 검사부터 받아 보라던 실장의 말이 멀게 들렸다. 통화를 종료하고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아, 만두 밥도 주고 화장실도 치워줘야 하는데. 오늘은 만두가 내 가까이 오면 안 되는데. 정말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세 시였다. 지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서 보건소를 다녀와야 늦지 않을 것 같은데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았다.

가까스로 핸드폰으로 카카오택시를 불렀고, 잠옷 위에 대충 외투만 걸쳤다. 한여름 같은 날씨에 긴 팔 카디건을 입으면 분명 누구든 이상하게 볼 것이다. 알아서 피하겠지, 요즘 같은 시기에. 마스크도 챙겨서 썼다. 알람이 울려 택시를 타러 향했다.

택시기사가 무어라 한 것 같았다. 이거 코로나바이러스 아녀? 아이고 무서워라, 아가씨, 마스크 절대로 벗으면 안 돼, 아휴, 아니야, 문 손으로 만지지 말고, 거 옷으로 잡고 열어, 재수가 없으려니 정말. 평소 같으면 그런 말들에 화를 벌컥 냈겠지만 정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긴 팔 긴 바지를 입었는데도 온몸이 으슬으슬했고 땀도 뻘뻘 흘렸다. 바닥에 발을 내려놓을 때마다 물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하늘은 핑핑 돌았고 땅은 울렁거렸다.

보건소에 도착하니 보건소 건물 출입문 바로 오른쪽에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사하는 임시 천막이 있었다. 비척비척 걸어가니 나보다도 더 온몸을 꽁꽁 싸맨 사람이 내게 걸어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물속에서 말을 건네는 것처럼 들렸다. 열이 많이 나고 온몸이 아프다,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 의심이 된다, 띄엄띄엄 대답했다. 목도 아파서 소리도 쩍쩍 갈라져서 났다. 내게 다가오던 사람은 움직임을 멈추더니, 나와 거리를 두고 서서 임시 진료소 한쪽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그곳에서 기다리라 일렀다. 다시 비척비척 걸어가 앉았다.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둘러보니 아이를 안고 나온 엄마와, 코를 훌쩍이는 남자가 내가 앉은 자리 양옆 끝에 각각 앉아 있었다.

한참을 눈을 감고 그 자리에 앉아 있으니, 내게 처음 말을 건 사람이 다시 나타나 내게 다가왔다. 그는 얼굴에도 무언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예약하셨어요? 예약 안 하셨으면 원래는 진료가 안 되시는데 지금 확진자랑 접촉 의혹도 있다고 하시고, 증상이 있는 것 같으니까 의사 선생님이 일단 검사를 해 보는 게 좋겠다고 하시거든요.”

그는 손에 길쭉한 면봉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두 개나. 내가 무어라 대꾸도 할 틈도 없이 빠른 손짓으로 면봉 하나를 콧속에 쑤셔 넣었다. 면봉 끝이 콧속으로 들어가 눈알까지 닿은 느낌이었다. 끝났겠지 싶었는데, 거기서 더 쑥 들어가 뇌를 휘젓는 느낌이 들었다.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생각하자마자 면봉이 코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걸 플라스틱 통에 밀봉해 넣더니 나머지 면봉 하나를 내 입속으로 넣어 목구멍까지 긁었다.

“검사 결과는 하루에서 이틀 정도 걸릴 거고요, 여기 성함이랑 연락처, 주민 등록 번호 적어 주시면 접수랑 기록 도와드릴게요. 이거만 작성하시고 가시면 돼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종이와 펜을 내게 건네고는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가 건넨 종이의 글자도 흰 바탕에 구불구불 날아다녔다. 손가락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글자를 쓰기가 어려웠다.

죽고 싶었던 던 적이 별로 없는데 이럴 때 보통 사람들이 죽고 싶어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솔아, 검사 결과 나오면 바로 알려줘. 그, 내가 너랑 사랑을 나눴으니까 너한테 옮은 바이러스가 나한테도 옮았을 거 아니야. 아 씨발, 진짜 너는 그러게 왜 그걸 다 받아주고 지랄이야, 너 어디 가서도 그렇게 실장들한테 몸 함부로 굴리고 다니지 마. 존나 민폐야, 미친년아. 이런 년들이 뒤에서 호박씨도 잘 까더라. 씨발, 진짜, 아니, 그러니까, 아무튼 꼭 좀 연락 줘.”

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문자가 왔다. 그 문자 전후로 실장한테도 문자가 왕창 와 있었다. 대개는 자기가 코로나 걸린 거면 어떡하냐, 검사받는 게 무섭다, 죽고 싶지 않다, 너 때문에 내가 죽으면 어떡할 거냐, 뭐 이런 내용이었다. 음성 메시지도 하나 남아 있었다.

상황이 우스웠다. 열이 조금 내리고 머리가 조금 굴러가기 시작해 상황을 곱씹어 보니까 내가 그날 있었던 방은 1701호가 아니라 1601호였다. 한 층 아래. 그러니까 확진자랑 접촉할 일이 전혀 없었다. 확진자한테 돈을 받았던 실장이랑 1701호에서 손님을 받았던 매니저가 위험했을 것이고, 물론 실장한테 강간당한 나도 위험할 뻔했지만 결과는 일단 음성이니까. 실장은 뭘 착각했는지 내가 그 방에 있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모양이다. 진짜 1701호에 있던 매니저한테는 얘기를 했을까? 자기 일신상의 문제만 걱정인 이 새끼가 그럴 리는 없을 것 같았다. 나라도 알려주고 싶었지만, 다른 매니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어차피 보건소 가서 검사하면 금방 판별이 나겠지만, 조금은 골려 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도 내리고 몸이 쑤시던 것이 조금 나아지니 그날 받은 돈과 그날 당한 강간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여덟 명이나 손님을 받아 무리한 날인데, 콘돔도 안 끼고 나를 강간해? 어차피 어디 신고도 못 하는 건데, 이런 복수 정도는 괜찮잖아. 저렇게 겁먹은 꼴을 보니 우습다 우스워.



그날 번 돈으로 급한 불들을 껐다. 미뤘던 공과금을 내고, 만두 사료도 이번엔 그냥 싸고 대용량인 것 말고 조금은 영양가 있는, 만두가 좋아하는 사료로 샀다. 월세도 냈다. 다 떨어져 가는 화장품도 사고, 식료품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제품들로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지난달 카드값도 간신히 냈다. 순식간에 88만 원이 증발했다. 아니 수중에 십만 원 남짓 남았다. 그날 이후로 몸살이 심하게 나서 일주일 이상 집 밖을 나가지 못해서 밥은 거의 배달시켜 먹었다. 그냥 일어나서 눈 뜨고 숨만 쉬어도 배가 고파졌고, 먹고 살려면 돈이 필요했다. 장문의 메시지를 예의 바르게 써서 보내고 곧바로 번호를 차단했다. 다시는 여기에 출근하지 말아야지. 부실장 번호도 차단해버렸다.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을 테니 조만간 번호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주일 정도 더 쉬었다가 일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구직해야 할 것 같아서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뒤졌다. 이런 시기에도 업소에서는 광고를 계속 올렸다.

집 근처에 있는 곳은 대부분 한 번씩 면접을 봤거나 일해본 곳이었다. 멀리 가자니 아직은 그만한 체력이 안 될 것 같았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서 되도록 피하고 싶었던 옵션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았다. 일단 돈이 급하니까.

랜덤채팅 어플을 켰고, 간단하게 지역과 나이, 가격을 적은 프로필을 열었다. 금세 채팅 알림이 몰려왔다. 지겨운 대화들로 사람들을 걸렀다. 이런다고 다 걸러지는 건 아니겠지만, 쎄한 기분이 드는 사람은 초장에 차단했고, 대화 매너가 나쁘지 않은 사람, 우물쭈물거리지 않은 사람들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당장 오늘 오후에 가능하다는 사람과 약속을 잡았다.

늦지 않게 시간 맞춰 장소에 나갔다. 키가 크고 멀끔한 사람이 양복을 입고 서 있었고, 그는 익숙한 듯 앞장서서 모텔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와서도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구구절절 쓸데없는 질문을 하거나 말을 걸지 않는 게 마음에 들었다. 함께 옷을 벗고 각자 씻고 나온 뒤 그는 나를 먼저 눕히고 내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달아오른 척 연기하며 그의 고추를 만져서 단단하게 세웠다. 손바닥에 착 감기는 아담한 사이즈라 오늘은 안 힘들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오빠가 이거 콘돔 빼고 하게 해주면 십만 원 더 얹어 줄게, 어때? 콘돔 끼고 하면 느낌이 잘 안 나서 오빠가 잘 못 싸서 그래.”

속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이딴 말을 뭐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며 말한 건지, 내 귓가에 속삭이듯 말해서 더 어이가 없었다.

그래, 다 가져가라. 내가 가진 모든 바이러스를 다 줄 테니까 너는 내게 돈을 다오.

허탈한 웃음을 숨기며 상냥하게 대답했다.

“오늘은 처음이니까 내가 오빠를 믿을 수 있게 끼고 하고, 다음번에 만나면 내가 그냥 콘돔 빼고 해줄게, 어때요?”

그는 징그럽게 웃으며 그러자고 대답했다.

대체 너는 나를 뭐를 믿고 콘돔을 빼달라고 하는 거니? 내가 코로나 확진자면 어떻게 하려고? 내게 성병이 있으면, 그래서 옮으면 어쩌려고? 그가 피스톤질을 하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웃음이 픽픽 샜다. 그래, 노콘으로 섹스해서 내 바이러스를 다 가져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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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글 : 글을 써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현재 브런치에서 소설과 에세이를 연재하는 윤해후 입니다. https://brunch.co.kr/@kimra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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