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동안 두 개의 트릴로지, 여섯 개의 앨범.이것이 과연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랩을 해온 래퍼가 최근 들어 낼 수 있는 작업량인가? 그걸 가능케 한 우리의 랩-지저스 나스는 자신의 쉰 번째 생일 자축하기 위해 <Magic 3>를 발매했다. 팬들은 항상 래퍼의 앨범만을 기다린다만 이쯤 되면 슬슬 걱정된다 -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앨범 발매 소식이다. 아니면 궁금하다. 그 정력의 비법을 알고 싶다. 거기에 그는 곡을 통해 대답한다. “이런 느낌 조크든요”. 나스 신보 <Magic 3>의 4번째 트랙 “I Love This Feeling”의 가사를맛보자.
[Intro] I'm gonna love you all through the morning 널 사랑할 거야, 아침 시작부터 끝까지
I'm gonna love you all through the morning 널 사랑할 거야, 아침 시작부터 끝까지
Yeah, see me goin' where I been, know how you feel 내가 온 길을 보고 있자면, 너도 느끼는 게 있겠지
인트로에서는 나스의 단짝 프로듀서 힛-보이의 샘플링이 돋보인다. 빌리 폴의 “I Think I’ll Stay Home Today”의 코러스 중 한 라인을 피치를 살짝 내려서 그대로 따왔다. 샘플링에 사용된 곡의 가사를 보니 골 때리는 부분이 있었다.
Billy Paul - I Thinl I'll Stay Home Today
자기야 일어나 봐
밖을 좀 봐, 비가 오려고 하거든
태풍이 온다는 걸 알고 있었어?
어떻게 널 여기 두고 가겠어
그냥 집에 있을까 봐
그냥 사랑이나 나누자고
(너무 노골적으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데 상상해 보면 그냥 얼탱이가 없다 ㅋㅋ)
다시 돌아와, 나스의 첫 번째 벌스를 살펴보자. 나스는 누군가에게 조언하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는 딱히 특정 지을 수 없다. 나스가 갔던 길을 좇으며 그처럼 큰 성공을 요원하는 녀석으로 보인다. 나스는 경계한다. 그리고 조언한다.
Homicidal vinyl section wherе they always found me 살인이 주제인 바이닐이 있는 곳에서 그들은 날 항상 찾았어
By the motion picture soundtrack with Richard Roundtree on the album sleeve
리처드 라운드트리*가 표지로 나오는 영화 OST 앨범 옆에
*영화 <Shaft>에서 주인공인 사립 탐정 존 샤프트 역할 맡았음
That's my era shit 그게 내 시대라는 말이지
Musical excellence, hot like on a detective list 음악적으로 뛰어나, 탐정 명단에 올라온 것처럼 뜨겁지
배우 리처드 라운드트리가 떡하니 있는 영화 <샤프트> 사운드트랙 커버 (주인장 제공)
나스는 영화 <샤프트>에 등장하는 배우 리처드 라운드트리를 인용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위험하고 위대한지 그리고 또 섹시한지 으스댄다. 영화 <샤프트>는 호쾌한 흑인 사립 탐정이 범죄자를 소탕하는 내용으로 당시에 큰 상업적 히트를 했다. 제작비 50만 달러로 120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니 말 다 했다. (이는 흑인이 주연으로 나오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 필름 유행의 시작을 알렸는데, 관련한 내용은 다음에 자세히 다루어 볼 것이다.)
영화 <샤프트> 오프닝 시퀀스
<샤프트>는 화끈한 주연과 플롯만큼이나 아이코닉한 사운드로 유명하다. 아이작 헤이즈가 작곡한 영화 사운드트랙은 오프닝 장면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오프닝 샷에 사용된 주제곡은 오로지 주인공 탐정 존 샤프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 장면을 보면 우리는 그가 얼마나 섹시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인지 즉각 알 수 있다. 나스는 영화의 그러한 점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음악성과 스타성에 어필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나 잘났어’다.
Old dudes playin' chess in the park
늙은이들이 공원에서 체스를 두고 있어 Old dudes playin' chess in prison stayin' on good behaviour for extra visits 늙은이들이 감옥에서 체스를 두고 있어, 면회권을 더 얻으려 얌전히 구네
If they was to switch places, could you tell the difference? 장소를 서로 바꾼다면, 두 차이가 뭔지 알겠어?
It's perspective, isn't it? 어떻게 보느냐, 그거거든?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드러내는 심오한 코러스가 되겠다. 체스는 힙합에서 굉장히 자주 사용되는 레퍼런스다. 나스도 이전 앨범 <Magic> 수록곡 “Rare” 뮤직비디오에서 체스 소재를 사용하였다. 체스 게임에서는 판세를 살펴보고 수를 앞서 보며 자신의 말을 움직인다. 이런 면모는 흔히 조직의 ‘보스’를 떠오르게 한다. 나스는 체스 게임(내부)뿐만 아니라 환경(외부)에서의 판세, 수, 그리고 움직임에 대해서도 부단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나스는 다양한 시점에서 ‘게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It's your monthly subscription to the slums edition 이번 달 결제 해야지, 슬럼에서 나온
The new It Was Written <It Was Written>*의 새로운 에디션
*나스의 두 번째 앨범
Get your hard copies for blockoligy comin' for the one who lived in a bowl for goldfish
후드학개론 한 권 사야지, 우물 안 개구리를 위해서 썼으니
나스의 두 번째 앨범인 <It Was Written>은 자신이 살아왔던 슬럼가의 이야기를 여과 없이 들려준다. 나스의 스토리텔링이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난 앨범이다. 그리고 나스는 위의 벌스를 통해 이번이 <It Was Written>의 다음 호라고 말한다. 요새 트렌드에 맞게 이번에 나스는 구독제를 신설했다. ‘Blockology’는 (낙후된) 동네와 학문을 결합한 (나스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신조어다. 마땅히 대체할 단어가 없어서 나도 만들었다. 후드학개론. (어감은 가볍지만, 앨범의 내용은 진중하고 무겁다. 당시 게토에서의 삶을 알고 싶다면 꼭 들어보시길..)
Cold part, Illmatic all the way through that episode of Ozark 소름 돋지, <Illmatic>이 <오자크>에서 나왔다는 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자크> 시즌4 에피소드 8에서 나스의 “N.Y. State if Mind”이 나옴
I think that's harder than if I had co-starred 만일 내가 출연했다 해도 저게 더 소름 돋아
나스의 “N.Y. State if Mind”가 등장하는 드라마 <오자크>의 한 장면
나스의 “N.Y. State if Mind”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자크>에 나왔다. <오자크>를 보지는 않았지만 “N.Y. State if Mind”가 나오는 클립을 한번 봤다. 아니 웬걸? 킬러 마이크 형이 여기서 왜 나와? 여자 인물과 나누는 대화가 정말 흥미로웠다. 일매틱에 대해 킬러 마이크와 대화를 나눈다.10/10 여성인 게 틀림없다. 해당 씬 마지막 대사도 재밌다. 킬러 마이크는 여자 인물에게 커피를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에 여자는 대답한다. “저요? 전 잠을 자지 않아요” (이유는 아실 거라..)
Million-dollar sing for Al Jarreau of rap 백만 달러짜리 곡이지 “Al Jarreau Of Rap”*
*나스의 <Lost Tapes 2> 발매 앞서 나온 싱글, 당시 대중의 평이 극명하게 갈렸음
But, they ain't understand it when it dropped, yo 이게 처음 나왔을 때 그들은 이해 못 했지
How cold is that? 왜 이리 냉정해?
They askin' if I'm ever gon' be over rap 랩을 접은 적이 있었냐고 내게 물어보더라
But I left a few times, just never told you that 몇 번 그러긴 했어,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지
Amassing digital assets 코인으로 돈 좀 버느라
Nas - Jarreau of Rap
이 부분이 아마 전체 가사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2019년 <Lost Tape 2> 발매에 앞서 나스는 “Jarreau Of Rap”이란 곡을 싱글로 냈다. 소울 가수 알 재로의 시그니처 스캣을 따라 하면서 플로우를 이어가는, 이전의 나스와는 다른 특이한(?) 곡이다. 이게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이끌지는 못했다. 물론 자신과 알 재로를 동일시하며 그의 장점을 가져오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그것이 나스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하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Melody married to harmony”이 부분은 살짝 오글거리지 않았나.)
여기서 나스의 반응이 재밌다. 자신이 미처 말하지는 못했지만 잠시 랩을 쉰 적이 있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코인 썰을 푼다. 나스는 실제로 코인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보았다. 2013년 당시 투자 회사 퀸즈브리지 벤처 파트너스를 설립했던 나스는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투자를 했다. 그것은 8년 뒤인 2021년 나스닥에 상장이 되면서 떡상했다. 8년 동안 코인베이스는 무려 70,000배나 뛰었고, 당시 업계에서는 나스의 투자 회사가 갖는 이익을 3400만 달러에서 1억 7300만 달러로 추정했다. 나스의 허슬 비결은 탄탄에 자본에 있는 것일까? (지금은.. 쩝.. 근황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나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난 지금 하고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 지금 하고 있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정도거든.” 여기서 우리는 나스의 '느낌'에 대해 조금 알 수 있다. 힙합의 역사를 함께 하고 있는 (나스와 힙합의 나이는 같다..!) 이 래퍼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든 밀어붙인다. 그리고 그 용광로 같은 열정의 결과물이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Magic 3>인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