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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콧 Jan 20. 2023

일본 여행에서 적는 스웨덴마크 여행기(2)

여행지에 가는 게 절반인 여행, 아직도 가는 중이다.

일본 여행에서 적는 스웨덴마크 여행기(2) : 아직도 중국


인생은 왠지는 모르겠지만 인식 상 오른쪽으로 길게 그려지고 있는 수평선 같다. 그리고 좋았건 나빴건, 특별한 순간들은 그 수평선 위로 그려지는 수직선 같달까. 수평선은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계속 그려지고 있는 반면에, 수직선은 전적으로 내게 달렸다.

끊임없이 그려지고 있는 수직선 위를 한동안 달리다가 어느 특정한 지점에 서서 돌아봤을 때, 내가 그려온 수평선 위에 얼마나 많은 수직선이 그려져 있는지, 얼마나 촘촘히 그려져 있는지가 내가 살아온 날들의 밀도를 나타내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여행은 과정과정이 하나의 수직선 같았다.

칭다오 - 상하이 행 중국 국내선은 마치..중국인 혼자 탄 서울-부산 행 비행기 같았달까? 어쩌다보니 비행기 한 가운데에 앉게 되었고 아무래도 모두가 중국인이고 나만 한국인인 것 같은 분위기. 대각선 방향 아이가 비행 내내 울었고, 중국어로 소리를 질러댔다. 비행기=정숙 이라는 공식과는 다소 먼 비행이었다. 하지만 역시,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나는 여기서 철저히 외계인이다.


그 와중에 멋지다


상하이 홍차오 공항에 내렸다. 홍차오 공항에서 푸동 공항 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 소요. 근데 심사를 받는 도중 문제가 생겼다.
 
“상하이에 온 목적이 뭐야?”
“환승 하러”
“환승이면 환승 통로로 나갔어야지, 여기는 상하이로 나가는 게이트야”
“아, 나 푸동으로 가서 비행기를 갈아타야해”

“너 지금 칭다오에서 온거 아냐?”

“맞아, 실제 출발은 인천에서 했어”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그는 내 여권을 들고 심사 게이트 뒷편에 있는 어떤 작은 밀실에 있는 누군가를 불렀다.


그는 "잠깐 옆으로 빠져있어줘" 라는 말과 함께 "NEXT"를 외쳤다.

당연히 그렇겠지, 무슨 불법입국자 혹은 범죄자처럼 몇 번을 비행하고 또 공항을 바꾼다니. 내 뒤로 줄섰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동안 나는 멀뚱히 서있었다. 여권도 없고, 유심도 유럽용 뿐이고, 데이터는 당연히 안 되고, 공항 와이파이는 30분 무료. 예정대로 라면 아주 잠깐 있을 거라 VPN같은 것도 없어서 인스타그램, 구글지도 모두 안 된다. 조금 더 기다려 보다가 번역기를 켰다.


“저기, 근데 말했듯이 나 다음 비행기 늦기 전에 버스 타야해, 혹시 내 여권에 문제있어?”
“기다려봐, 오래 안 걸릴거야”


라고 말하고 30분이 더 지났다. 물론 다음 비행기까지 6시간 정도의 텀이 있었으므로, 그리 급한 마음은 없었다. 단지...모든 정보가 있다는 네이버에도 이런 사례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환승하는게 맞는건가, 같은 의심이 들었을 뿐... 1시간 정도 서있었을까, 내 여권을 들고 직원이 다가왔다.


“이제 가도 좋아”

여권에 뭔가 서류 같은게 껴 있어서 봤더니 일시 출입증 같은 거였다. 아 맞다, 중국은 비자가 있어야 여행할 수 있지. 환승이어도 어쨌든 도시로 들어오는 것이니 비자가 필요했던 거였다. 근데, 뭐하는 건지 설명 좀 해주지.


여권을 챙기고 홍차오 공항 입국장에 들어섰다. 또 하나의 벽이 있다. 공항 환승. 아뿔싸, 그새 와이파이 30분 무료 시간이 끝났다. 공항 환승을 해야하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내가 비행기 환승까지는 해봤는데 공항 환승이라니, 막상 하려니 공황이 올 지경이었다.


눈치 하나로 살아온 나는 일단 동태를 살핀다. 두리번 거리면 오지랖 직원이 나를 구원해주겠지. 어딘가 나랑 눈 마주치는 공항 직원이 있기를 바라며…어슬렁 거리다보니 저 멀리 동방 항공 로고가 보였다. 카운터로 곧장 직행.


비행기 티켓을 내밀며 내가 말했다.

“나 푸동 공항으로 환승하기로 예정되어 있어, 혹시 버스 연결편을 알 수 있을까?”
“잠시만 기다려줄래?”

또 기다리라니, 역시 한 번에 되는 건 없다. 한 10분 있었을까, 어떤 지상직 승무원이 나를 불렀다.

“나 따라오면 돼”

그녀를 따라서 이리저리 가다보니 버스정류장 같은 곳이 보였다. 생각보다 수월한 걸? 그녀가 내민 것은 버스 티켓. 동방항공, 은근히 서비스가 좋다.


깨알 공항환승법 3줄 요약

1.항공사 인포 데스크를 찾는다. > 안내를 받고 티켓을 받는다. > 말 안 통해도 쫄지말고 타라는 버스를 탄다.

한 마디로, 어떤 상황에서도 죽으란 법은 없다. 좀만 신경쓰면 다 해결된다.


슬슬 피로가 밀려왔지만 무심한듯 친절한 직원들 덕에 무사히 버스에 탑승을 했다. 근데 이 낯선 버스에서 익숙한 얼굴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칭다오 공항의 ‘와타나베 켄’ 이었다. 그도 나를 알아본 듯 눈을 마주쳤고, 물론 대화를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고생을 같이하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에 약간의 의지를 하며 푸동 공항으로 향했다.


19년 10월 5일, 홍차오에 내린지 3시간 만에 도착한 푸동 공항


난 중국에서는 베이징이랑 시안은 가봤고, 상하이는 처음이었다. 상하이에 왔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지만 어쨌든 온 김에 동방명주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창 밖으로 이리저리 둘러봤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폰도 안 되고, 정말 이 모든게 하루 안에 이뤄지고 있는 일인지 실감이 안 나는 상황. 살짝 졸음이 몰려올 때쯤 푸동 공항에 도착했다.



/다음 편엔...스웨덴에 갈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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