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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Aug 10. 2022

토르 '러브앤썬더'

최장기 1위 영화 프랜차이즈의 고민이 느껴진다.

1. 가족과 함께 한 휴가 이후 마지막 휴가날, 피곤하긴 했다. 하지만 이 날이 아니면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가 불가능했다. 뭘할까 고민하다 미루고 미뤘던 '토르'를 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결국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까. 국뽕이 차오를 한산이나 온몸을 긴장하게 만들 비상선언보다는 조금 킬링타임할 수 있는 영화를 내 몸과 마음이 원했다. 


2. (스포가 있다.)사실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영화 초반 고르 딸의 죽음이었다. 딸을 가진 아버지라 나도 모르게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신을 끝까지 믿었으나 신에게 배신당하고 결국 신에 대한 증오를 갖게 되는 장면이 왜 나에게 가장 강렬하게 남았는지 모르겠다.


3. 사실 그 이후에는 강렬한 느낌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피곤한지 살짝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영화의 텐션이 높지 않았다. 내가 기대한 마블 영화, 블록버스터, SF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긴장감도 덜했으며, 뜬금없는 개그도 보기 어색했고, 사랑이라는 메인 주제의 전개가 억지스러웠다. 마치 제목을 러브 앤 썬더라고 지어놓은 다음에 스토리에 사랑이라는 주제를 일부로 끼워맞춘것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4. 개인적으로 블록버스터는 블록버스터 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주문한 사이다는 탄산의 거친 느낌이 강한 칠성 사이다였는데 김이 좀 빠진 스프라이트를 먹는 느낌이 들었다. 화려한 전투를 통한 카타르시스의 강렬함이 마구마구 온몸을 감싸면서 영화가 끝났을 때는 시원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영화관 에어컨만 너무 시원했다. 영화가 끝나고는 카타르시스도 덜했고 그렇다고 러브 앤 썬더에 걸맞게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이 남는 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알 수 없는 애매함과 추운 영화관을 탈출하는 것에 대한 안도만 남았다.


5. 다만, 엔드게임까지의 서사가 거의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에 앞으로의 새로운 페이즈 전개에 대한 마블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0년이 넘게 빌드업해왔던 서사가 끝이 나고 사람들의 애정이 듬뿍 담겨있던 캐릭터들의 퇴장과 함께 새로운 서사와 캐릭터로 그 자리를 대체해야 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6. 강력한 빌런이 나타나고 그를 막기 위해 주인공들은 성장하고 어셈블되어 위기에서 우주를 지킨다. 이런 거대한 스토리적 줄기는 바꿀 수 없다. 그리고 이게 반복되면 반복될 수록 영화 프랜차이즈 자체가 식상해질 수 밖에 없다. 사람의 탄생과 죽음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듯 스토리도 탄생하고 성장하고 쇠락하여 죽음을 맞이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또한 그 흐름을 벗어날 수 없고 아마 엔드게임이 스토리적 성장의 최전성기였을지도 모른다. 타노스는 강력했고 그를 막기 위한 어벤져스의 사투는 처절했으며 어셈블은 너무나 통쾌했고 아이언맨의 죽음은 서사적 완성을 가능하게 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이야기의 마무리가 가능했을까? 사실 보통의 경우 더 이상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물론 타노스보다 더 강력한 빌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이미 누구인지는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그리고 그 다음에는? 결국 지속가능한 스토리의 성장을 위해서 당분간 마블은 다양한 시도와 숨고르기를 통해 엔드게임에서 극도로 높아진 텐션을 낮춰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러브 앤 선더도 그러한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나는 따뜻한 리뷰어니까..)


7. 어쨌든 개인적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방대하고 거대한 스토리를 성공적으로 경영해나가는 케이스는 영화 역사상 전무후무하기 때문이다. 영화 프랜차이즈로서 전무후무하게 최장기 1위를 독재하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그 자체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 그래서 조금 지루하고 애매했지만 다시 어셈블을 볼 때까지 그 다음 이야기들을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려 한다.



한줄 평

전반적으로 애매했지만 그래도 토르가 다음에도 돌아온다니 다행이다.(근데 사실 헌트를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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