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인상

by 김세은



베를린에서 나는 뭔가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첫 여행지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지만 정서는 왠지 차분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뭐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곳에는 소음이 적었다.


베를린 사람들은 실용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편안한 옷차림과 이동수단으로 주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들에서 느낄 수 있었다.

겉치레를 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베를린_자전거1.jpeg
베를린_자전거2.jpeg



그 때문인지 길거리에 소음이 거의 없었고, 화려한 네온사인이나 건물이 아파 보일 정도의 간판도 없었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이름표처럼 느껴지지 않고,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느낌이었다.




베를린_상점.jpeg

Schön Schön : meaning "beautiful", "friendly", "nice"


do you read me.jpeg

베를린 서점 'do you read me'


buch.jpeg

베를린에는 서점이 많다. 'Buch' = Book







나는 베를린에 머무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걸어 다녔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하면, 특히 유럽에 가면 여기저기 이동하기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그 동네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게 재미있어졌다.

베를린은 그렇게 동네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독일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명함처럼 붙어있는 간판이 없는 상점이나 건물들을 구경하면서 이 곳은 뭐하는 곳일까? 유추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길을 지나다니면서 왠지 '이 곳이 참 멋이 있다'라고 느꼈는데, ‘어떤 점에서 멋지다고 느꼈던 걸까’ 생각해보니,

일차적으로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시끄럽지 않고 조용했으며, 길거리마다 역사와 예술의 흔적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 이상의 무언가에서 엄청난 매력을 느꼈는데, 지나다니면서 본 건물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건물, 베를린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건물들의 정직해 보이는 태도.

물론, 그 태도는 커다란 자신감에서 비롯되었으리라.

그 자신감이 건물 속에서 드러나는 베를린 사람들의 시크한 자신감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베를린은 오픈 전시회가 많았다. 몇 달에 걸친 오픈 전시회는 정말 수준 높은 작품들을 공짜로 볼 수 있거나 아주 최소한의 값을 지불하고 볼 수 있었다. 지나다니면서 마치 편의점 수준은 아니지만 조금만 발품을 팔면 하루에도 몇 군데를 한 번에 다 볼 수 있을 만큼 많은 수의 갤러리들이 활짝 열려있었다.

도시도 구경하고 사람들도 구경하고 커피도 한 잔 하면서 걷고 또 걷고, 또 걸었다.

적당한 도시와 자연의 어우러짐이 좋았다.

그 안에 조금만 나가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시과 공연들이 '왜 이토록 예술가들과 젊은이들이 그토록 베를린을 원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었다.


2018년 9월의 베를린은 그야말로 예술의 향연이었다.

오픈 갤러리(Open Gallery)가 열렸고, 베를린 라이트 페스티벌(Berlin light festival) 기간이었다.

베를린에서 나는 눈을 뜨면 거리로 나가 하루 종일 걸어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