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대하는 태도

by 김세은


나는 이제 내가 이뤄온 신기루 같은 스펙이나, 일에 대한 성과물이 아닌 '삶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정면으로 부딪쳐서 얻어낸 내면의 강인함이 진정한 나를 만든다는 것을 안다.


익숙한 곳에서 떠나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사랑을 꿈꿔보고, 노력하고, 훈련하고, 부대끼고, 적응하면서,

그 안에서 드러나는 나 자신의 적나라한 실체를 보고, 그것을 인정하고 안아주며 같이 가 주는 것.


앞으로의 나의 삶의 방식은 그것을 추구하면서 만들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의 음악이고, 나의 예술이 되어야 한다.


나는 무언가 내 안에 그런 확신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베를린에 머물 때에도, 베를린에서 앨범을 작업하면서도 (이왕이면 드라마틱하게 그러한 깨달음을 얻은 후의 녹음이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사실 깨닫지 못했었다.

정서는 고스란히 담겨있겠지만, 그 당시는 스트러글(struggle) 중이었다. 그저 추구하는 것에 대한 느낌과 느끼는 데로, ‘의식의 흐름’데로 흘러가는 것에 집중했을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계획이면 계획이고, 목표면 목표였으나 '한 곡 녹음'에서 바로 '앨범 한 장'을 녹음하게 된 것처럼 인생은 참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이렇게 그때의 기억을, 지금에야 와 되짚어보며 글로 풀어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가는 것 또한,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기분 좋은 성취감은 나의 삶의 태도를 바꿔놓았다. 내가 계획하지 않은 것들 속에서 일어나는 가치 있는 일들은 나를 조급함과 강박에서 멀어지게 했다.

그리고 나의 예술성과 창조성을 외부적인 것들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요즘 유행이라면 유행인 '집을 정리하는 일'과 같다.

막 엉클어져 있었을 때는 이렇게 좋은 집이었는지, 우리 집에 이렇게 좋은 물건들이 있었는지 잘 모른다.

쓸데없이 쟁여놓은 짐들, 포기하지 못하고,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구분하고, 해결하고 나면 그제야 그것들이 보이고 제 자리를 찾는다. 잘 정리되어 예쁘게 환골탈태한 내 마음의 집을 감상하는 것 같은 그런 아주 상쾌하고 뿌듯한 기분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말처럼

인생은 무엇을 이루는 게 아니라 주어진 삶에 대한 한 인간의 태도가 아닐까


해답은 내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

베를린에 머무는 동안 내 영혼의 허기짐, 또는 진짜 내가 원하는 꿈을 찾겠다는 의지와 격렬한 스트러글(struggle) 링의 시간을 보낸 뒤 나는 결국 자유로와졌다.


그것은 앨범을 녹음하면서 해소된 것도, 여행을 마치자마자 해소된 것도 아니었다.


그 이후, 2020년 베를린을 다녀온 약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소는 아주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해방감을 느낀 나는 한 뼘 더 나를 믿어줄 수 있게 되었고, 시간과 자연이 흘러가는 힘을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유 없이 힘든 시간도 버틸만한 충분한 이유가 생긴다.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내 것을 던졌을 때, 막상 막혀버리는 현실 앞에 당황할 수도 있고 배신감에 치를 떨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먼저 그 가치를 배신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히 내 삶 속에 언제부턴가 나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을 것이다.



인생은,

마치 아주 큰 배가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바다를 항해하듯이, 작은 방향 설정의 변화가 그 인생 전체를 바꿔버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