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란

by 김세은


그동안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자면 마치 60세에 생을 마감할 것 같은 사람처럼 나이를 섹션별로 나누어 생각했던 것 같다.

인간은 마치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고 그 아성이 하늘에 곧 닿을 것만 같지만, 인간이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나'로 살고 있는 나조차 그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이다.

하지만 주어진 삶 앞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듯" 생명의 가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기에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어린 시절, 그렇게 고상한 목적과 의미를 쫒지 못했고 그저 빨리, 많이 먹어야 배부른 줄 알고 달려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름의 전략이 나이를 수로 계산해서 큰 목표와 작은 목표나 목적 등을 설정하고 미션을 클리어하는 형식으로 꿈을 이루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 짐작했던 것 같다.


최대한 많은 힘을 가져야 그 힘만큼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60세에 생을 마감한다고 짐작한 인생은 굉장히 빨리 노화한다, 정서적으로.


20대 그 짧은 한 철, 열정과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컨트롤할 수 없고, 내면을 들여다 보기에는 세상이 너무 재밌고, 젊음이 무기인 줄도 모르고 정말 가꿔야 할 아름다움을 돌보지 못한다. 그렇게 가장 젊고 아름다운 시기는 실수와 상처로 얼룩지면서 30대로 넘어간다.

그때가 되면 마치 무언가 커다란 업적까지는 아니어도 종지 그릇만 한 결과물이라도 나와줘야 될 것 같은데 아직 아무것도 없다. 허탈하다. 시간을 그냥 보낸 것 같고 갑자기 늙어버린 것 같다.

그때가 그랬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것처럼 어리석었던 적이 없다. 웃음이 나온다.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할 정도로 그때는 어렸다. 인생의 중반이 넘어가는 기분으로 세상의 모든 짐을 진 사람처럼 어깨가 무거웠는데....


20대 후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그토록 사무쳤다.

하루가 그렇게 멀어져 가는 기분이었다. 다가올 30대의 무게를 대신해주는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일이 얼마나 힘들었다고 그렇게 감정이입을 했던 건지.... 하지만 그때는 그때의 상황 때문에 세상이 무너지고 내려앉고 한다. 지금의 힘듦이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것처럼.


젊은 시절엔 젊음을 모른다더니, 정작 청춘일 땐 청춘이 지나간 줄로만 알았다.


60세에 생을 마감하려면 40세에는 모든 것을 이루고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열심히 노동하고 생산한 대가를 취하기만 하면 되는 건 줄 알았다. 그것을 유지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20대 때 더 두렵고 불안했던 것 같다. 이제 곧 검사받을 종착역이 다가오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고, 스스로 대화하는 법을 잘 몰랐으며, 정작 나를 사랑할 줄을 몰랐던 것 같다. 그토록 원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첫 번째는 내가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것이었음을 조금 늦게 깨달았다.

그저 열심히, 할 수 있는 한 나를 아끼지 않고 던지는 게 최선인 줄 알았다.

그렇게 젊었고 연약했으며 회복이 빨랐다.



정작 나이를 먹으면서 젊음과 아름다움과는 점점 멀어지겠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깊어진다면 세상은 참 오래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이 최근에 들어서야 들기 시작했다.


그냥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이런 세상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니 지금 보니 진짜 꿈을 이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세상을 조금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


더 많이 행복해질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진짜 선수는 힘을 잘 주기보다 잘 뺄 줄 아는 사람이기 마련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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