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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Oct 09. 2024

70대 화가의 얼굴 × 30대 화가의 얼굴 = ?

석기자미술관(100) <회화의 이름: 초상-카이랄>

(좌) 옥승철, Matador, 2024 (우) 서용선, 자화상 2017-2019, 2017, 2018

  


73살의 화가 서용선의 선 굵은 인물화와 36살의 젊은 화가 옥승철의 인물화가 만났다. 미술계에서 일찍이 본 적 없는 기묘한 조합이다. 이런 전시는 사실 위험부담이 크다. 둘의 연결이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기계적이고 피상적인 나열에 그치면, 아무 반향도 얻지 못한 채 단순 유치하고 촌스러운 시도로 그칠 수 있기 때문. 그런 면에서 이 흥미로운 전시의 제목에 보이는 ‘카이랄(chiral)’이란 표현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전시 서문을 쓴 미술에세이스트 이소영의 설명은 이렇다.     


(좌) 서용선, 자화상 2023-0309, 2023, 2024 (우) 옥승철, Matador, 2024



“화학에서 '카이랄성(Chirality)'은 거울상에 있는 두 구조가 결코 겹쳐질 수 없는 상태를 설명하는 용어로 ‘카이랄’은 그리스어로 '손'을 의미하며, 이 개념은 마치 왼손과 오른손처럼, 닮았지만 완전히 일치할 수 없는 관계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 개념은 두 작가의 작품이 지닌 본질적 차이와 공명을 설명하는 중요한 열쇠다. 한 손은 다른 손을 완벽하게 닮았으나,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서로 반대의 세계에 속해 있다. 이 전시에서는 두 작가의 초상이 바로 그런 카이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좌) 옥승철, Spike, 2024 (우) 서용선, 자화상 2020-1220, 2023, 2024


 

자화상을 포함한 서용선의 인물화는 화가 자신을 비롯해 실재하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옥승철의 인물은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존재다. 실재(현실)와 허구(가상)의 만남이다. 두 화가의 작품이 전시장에 나란히 걸려 있다. 그림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둘 사이에 놓인 빈자리에서 관람자는 무엇을 보는가. 그 흰 벽의 공백을 어떤 상상으로 채울 것인가. 이것이 이 전시를 감상하는 핵심이 된다.   


   

(좌) 옥승철, Spike, 2024 (우) 서용선, 모사, 모방 2024



그동안 서용선의 인물화는 수없이 봐왔지만, 옥승철은 전혀 내 레이더망에 없었다. 이 전시가 그걸 바꿨다. 그림을 보여주는 ‘방식’이 그래서 중요하다. 서용선이 옥승철의 인물화를 모사한 그림이 옥승철의 그림과 나란히 걸린 장면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누크갤러리가 평창동으로 옮긴 뒤 처음으로 방문했다. 많은 작품을 걸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옛집의 구조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석기자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전시 리뷰를 써온 것이 어느덧 100번째다. 100이라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문화부를 떠나오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안목을 키우자. 좋은 전시를 꼼꼼하게 선택하고 관람하고 기록하자. 그래서 브런치에도 쓰고, 페이스북에도 쓴다. 볼 수 있고 쓸 수 있는 한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가려 한다.     


■전시 정보

제목: <회화의 이름: 초상-카이랄>

기간: 2024년 10월 19일(토)까지

장소: 누크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평창34길 8-3)

문의: 02-732-7241, nookgallery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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