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병풍으로 꾸며진 이색 <대동여지도> 경매에 등장

석기자미술관(154) 서울옥션 제182회 미술품 경매 프리뷰

by 김석
Lot. 115, [대동여지도], woodcut printed and color on paper, 3억 2000만원-10억원_1.jpg


“세상이 어지러우면 이를 통해 쳐들어오는 외적을 막는 일을 돕고, 시절이 평화로우면 이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보살핀다.”


지도에 미친 남자. 고산자 김정호(古山子 金正浩, 1804년?~1866년?)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해주는 표현이 있을까. 위 문장을 보라. 저 애국심은 대체 어디서 왔는가. 발이 부르트도록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얼마나 많은 죽을 고비를 넘겼을까. 태어난 해도, 돌아간 해도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그의 삶엔 물음표가 가득하지만, 그가 남긴 필생의 역작 <대동여지도>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불멸의 업적으로 남았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목판으로 처음 찍어낸 해는 1861년. 현재 확인되는 <대동여지도> 판본은 국내외에 약 35점인데, 1861년에 찍어낸 판본이 누락 없이 완전한 형태로 전하는 건 7점 정도다. <대동여지도>는 여러 부로 나눠 접을 수 있도록 분첩절첩식(分帖折疊式)으로 제작됐다. 모두 22첩이다. 그것이 원본의 모습이고, 지금 남아 있는 판본이 모두 이 형태다.


20250212_174332.jpg


그런데 그걸 커다란 병풍에 배접해서 세 덩어리로 꾸민, 아주 특별한 판본이 서울옥션 2월 경매에 출품됐다. 조선 반도를 세로로 삼등분해 각각의 병풍으로 만든 것. 도대체 누가 언제 이런 무모하고도 과감한 결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병풍으로 꾸며놓아 조선의 중부, 남부, 북부를 한눈에 보기 편하다는 점이다. 그런 의도였으리라 짐작된다. 중부 지방 병풍 맨 왼쪽에 붙인 표지에 ‘국왕 재위 12년 신유년(當宁十二年辛酉)’이라는 글씨가 있어, 1861년 초간본임을 증명한다.


20250212_174321.jpg


서울옥션은 애초에 병풍 3개를 나란히 세로로 걸어서 조선 반도 전체가 완전한 형태로 한눈에 들어오도록 전시하는 방법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혹시 모를 안전상의 우려와 더불어 높이 걸으면 관람객이 가까이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병풍 세 폭을 따로 걸었다. 전에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에서 22첩을 모두 펼쳐 한반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전시한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일부는 벽에 붙이고 일부는 바닥에 누이는 형태로 선보였다.


20250212_174342.jpg


지도첩을 병풍으로 옮기면서 몇 가지 변형이 생겼다. 병풍이라는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제주도가 원래 자리가 아닌 전라도 서쪽에 바짝 붙어 있고, 거제도 일대 지도 일부가 소실됐다. 아울러 <대동여지도>의 서문인 지도유설(地圖類說)도 사라지고 없다. 반면 육지와 맞닿은 동해, 남해, 서해안을 빙 둘러 푸른 물감으로 채색을 가해 지도에 회화성을 더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어떤 개인이 이런 특별한 물건을 그동안 소장해 왔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추정가는 3억 2천~10억 원.


■경매 및 전시 정보

제목: 서울옥션 제182회 미술품 경매

경매; 2025년 2월 18일(화) 오후 4시

전시: 2025년 2월 18일(화)까지

장소: 서울옥션 강남센터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864)

문의: 02-395-0330, info@seoulauction.com


keyword
작가의 이전글월전 장우성 화백이 그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