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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 모아나의 교훈…기후 위기가 아닌 ‘관계의 위기’

석기자미술관(189)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

by 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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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의 마나 모아나(Mana Moana)는 폴리네시아어다. 폴리네시아(Polynesia)는 북반구의 하와이(Hawaii)로부터 남동쪽으로는 석상으로 유명한 섬 이스터(Easter), 남서쪽으로는 아오테아로아(Aotearoa)로 불린 뉴질랜드를 잇는 광활한 대양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그 안에 전사들의 섬 사모아(Samoa)가 있고, 폴 고갱이 머물며 그림을 그린 타이티(Tahiti) 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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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언어로 마나(mana)는 모든 존재에 깃든 신성한 힘을, 만화영화 제목으로 친숙한 모아나(moana)는 경계 없는 거대한 바다를 뜻한다. 두 표현을 합하면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경외와 바다의 신성함’이란 뜻이 된다. 이것이 광대한 오세아니아 예술 전반을 관통하는 세계관이다. 오세아니아(Oceania)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게 정확하게 뭘 가리키는지는 몰랐다. 가장 넓은 영역을 포괄하는 폴리네시아를 필두로 미크로네시아(Miconesia), 멜라네시아(Melanesia)로 나뉜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 내가 가본 팔라우(Palau)와 괌(Guam)이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몰랐을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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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오세아니아 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가 9월 14일(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 Jacques Chirac)이 소장한 대형 카누, 조각, 석상, 악기, 장신구, 직물 등 18~20세기 오세아니아 유물 171건과 현대 작가 작품 8점 등 179건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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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계획하고 박물관에 간 건 아니었는데, 운 좋게 도슨트 투어가 막 시작되려 하기에 귀동냥 해가며 아주 천천히, 오래 전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유물 하나라도 놓칠세라 좋은 구도를 취해 정성껏 사진에 담았다. 하지만 우리가 이 전시를 봐야 할 이유는 눈에 보이는 물건에 있지 않다. 이 전시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전시장 맨 끝에서 상영되는 영상물 안에 들어 있다. 화면 속의 화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기후 위기가 아니라 관계의 위기입니다. 인간과 이 지구에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와의 관계 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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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미처 몰랐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세계 문명 전시가 얼마나 소중한지. 국내에서 북미나 유럽 문화가 아닌 다른 문명을 접할 기회는 극히 드물다. 그런 면에서 더 넓은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이런 전시가 우리 국립박물관에서 지속해서 열린다는 사실에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전시 정보

제목: 특별전 《마나 모아나 –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

기간: 2025년 9월 14일(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 1층 특별전시실2

문의: 02-2077-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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