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체크인: 그래도 계속되는 삶에 대하여

by 김단

간만에 양질의 예능을 봤다. 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를 생각하게 하는 예능이라니. [서울 체크인]을 보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다.


우선 첫째, 연출자 김태호의 과시욕 없는 건강한 태도. 이 예능엔 서울에 머무르는 이효리만 있다. MBC를 떠난 "김태호"의 첫 작품이라는 자의식이 묻어 있지 않다. 자신만의 뭔가를 증명해보이려는 과한 노고도 없다. 오히려 연출의 힘이 거의 빠져 있다. 연출자라는 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김태호의 철학이 보인다. 작품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려 안달이 난 연출자는 과연 올바른 연출자인지 묻게 한다. [서울 체크인]은 자신이 담고자 하는 것에만 100% 집중한다. 서울에 머무르는 이효리와 그녀의 감정. 제작진들은 편집을 통해 그 앞뒤를 짜깁기해 하나의 열렬한 스토리를 만들지도 않고, 인물들의 감정을 곡해하지도 않는다. 거기엔 이효리, 정확히는 이효리의 마음만 있다.


둘째, 예능이라지만 다큐 같이 깊고, 다큐라기엔 예능 같이 재밌는 지점을 차지했다. 예능이라곤 하지만 시도때도 없이 깔리는 BGM이나 효과음, 상황과 감정을 멋대로 설명해버리는 자막 같은 게 없다. 인물들의 대사, 표정, 웃음과 눈물들이 각주 없이 그대로 실려 있다.


셋째, 그리하여 인간적 인물들의 걸음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MAMA 무대 전날 밤 이효리와 엄정화는 눈물을 찔끔 흘리다가 웃고, 술자리를 치우고 잠에 든다. 다음날 아침 이효리는 어김없이 차를 마시고 요가를 한다. 무대 후 소박하게 축배를 든 밤의 다음날도 같다. 일찍이 모여 브런치를 먹으며 웃고 속깊은 얘기를 나눈 4명의 가수들은 담백하게 안녕하고 금세 각자의 제자리로 돌아간다.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러 가는 차에서 이효리는 잠시 졸다가 서울에 안녕,하고 인사한다. 김태호는 많은 사람들의 눈 속에서 가장 절정의 삶을 산 이효리를 통해 이야기한다. 점점 더 짧아지는, 일순간의 절정들만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계속'되는 삶이라는 것에 대하여. (202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