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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Aug 07. 2020

바다를 보며 글을 쓴다는 것

휴가를 떠난다는 건 대부분의 일상의 일들을 내려놓고 휴식과 놀이에 집중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휴가를 떠나기 전 한 가지 고민한 사실이 있다. 노트북을 집에 놓고 갈 것인지, 가지고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 이유는 휴가지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을 위해서는 노트북이 필요했다. 그건 바로 바다를 보면서 글을 쓰는 거였다.


 그래 난 휴가도 좋고 노는 것도 좋았지만, 바다를 보면서 글을 쓰는 걸 가장 하고 싶었다. 사람마다 휴가의 의미는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휴가지에서 바다를 보면서 글을 쓰는 것. 이것 하나만 실행해도 휴가지에서의 기억은 거의 완벽할 것 같았다.


 오전에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점심을 든든히 먹고 잠깐의 휴식시간을 틈타서 휴가 전 계획했던 그 일을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과, 여유로운 음악, 그리고 휴가지라 그런지 마냥 즐거운 사람들로 모여있는 카페, 그리고 바깥은 파도소리와 함께 파도와 어우러져 휴가를 즐기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비가 올 때도 있고 흐린 날의 연속이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들 논다. 정말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걸 간적접으로도 느끼고 직접적으로도 경험한다.



바다를 보면서 글을 쓴다는 것, 그건 정말 낭만적인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엄청난 영감님들이 오실 줄 기대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노트북을 켜고 글을 써 내려가니 보이는 건 노트북의 화면이고 바다는 온데간데없다. 가끔 글이 잘 안 써져서 바다를 바라보지만, 바다가 그다지 나에게 글 쓰는 영감님들을 모셔오지는 않는 듯하다. 


오히려 치열한 삶을 살고 있을 때, 억울한 일을 겪을 때, 또는 너무 괴로워서 삶을 다 내팽개치고 싶을 때, 그러한 때 막 쓴 글들이 오히려 더 영양가 있고 사람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작가들의 삶이 다양한 고난들로 뒤섞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 곳이 바다 근처가 아니라면, 매번 바다를 바라보면서 글을 쓴다는 건 상당한 사치일 수도 있다. 이상하게도 사치 속에서는 좋은 글감이 잘 떠오르지 않는 건 어떠한 신의 공평한 섭리일까? 엄청난 부자가 되길 바라면서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기는 어렵듯이, 삶의 여유를 온전히 만끽하면서 삶에 대해서 깊이 있는 글을 써내는 것 역시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영감님은 오시지 않았지만, 그저 바닷가를 바라보면서 커피 한잔과 노트북에서 쓰인 글들에 스스로 뿌듯해한다. 사람들이 버킷리스트 만들고 그걸 실천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버킷리스트는 다른 이들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그동안 살아온 치열한 삶에 대한 보상으로 가장 좋은 행위임을 실감하고 있다. 


아직 휴가의 중간지점이지만, 내가 원했던 버킷리스트, 바다를 보면서 글을 쓰는 것. 그것을 했으니 충분히 만족스럽고 행복한 휴가임을 경험케 된다. 이제 버킷리스트를 완성했으니 남은 휴가는 한번 열심히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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