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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Mar 15. 2023

11. 추억이라는 보물창고


 부모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부모가 되었다. 부모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나는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좋은 부모를 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러한 부모가 될 자신은 없다. 내 생각에 좋은 부모인 것이지 아이들 입장에서도 그러하다는 확신은 아직은 꽤나 섣부른 판단이다.


 그렇다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순 없다.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는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순 없지만 그래도 이런 걸 준다면 그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한 걸음씩 실천하는 부모일순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부모 중 한 가지는 추억을 만들어 주는 부모다. 


 추억이라는 것이 일상에서의 반복적인 것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새로운 환경에서 경험했던 게 좀 더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 남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단순히 여행이라기보다는 평소와는 다른 환경에서의 특별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이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마도 우리가 푸켓에서 한 달 살기를 결정한 건 그러한 이유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점점 자라고 그들의 가치관이 생기고 삶이 바빠지면서 점점 부모와는 멀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다시금 부모를 떠올리거나 부모와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하는 건 아이들 기억 속에 있는 좋은 추억들 아닐까?


 그렇다면 그러한 추억을 쌓아가는데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한 달 살기를 실천을 했고 그러한 실천가운데 우리들만의 추억들이 하나둘씩 쌓여 갔다. 


 머릿속에도 남겠지만 그걸 글로써 기록하고 그림으로 그리면서 아이들은 이곳에서의 추억들을 조금 더 깊게 새겼을 듯하다. 그 추억 속에 부모의 모습은 흐릿할 수 있지만 그게 좋은 느낌의 경험이라면 훗날 아이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지치고 힘들 때 이때의 기억을 되살려서 힘낼 수 있지 않을까?


 혹은 너무 힘들 때 부모에게 추억의 보물을 가지고 다시금 찾아와서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힘겨운 삶의 무게를 조금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그 무슨 높은 학위나 지위나 돈이 그렇게 중요할까?


 할 수만 있다면 힘닿는 데까지 이런 추억을 쌓는데 나는 교육비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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