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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Nov 25. 2023

백수가 되었는데 건보료 폭탄


건강보험공단에서 편지가 왔다.

조심스레 그 편지를 뜯어보니 나의 수입에 대해서 상세히 파악했고 이제는 그 수입에 대한 보험료를 낼 것을 당당하게 통보했다.

그런데 그 금액이 꽤나 놀랍다.


아니, 왜 이렇게 비싸지?

매달 부모님들께 용돈을 드리고 있는데 그 용돈보다 더 비싸다.

아니 이럴 수가!!


조금 더 알아보니 그 기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작년에 번 수입에 대한 기준으로 내년 건강보험료 1년 치가 책정이 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내가 프리랜서라는 사실이다.


작년에 사실 꽤 수입이 많았다.

미친 듯이 강의하면서 돈도 꽤 벌었는데 그때 반짝 많이 벌었던 수입이 모두 내 수입의 평균 기준으로 잡힌 것이다.

문제는 올해 작년보다 일이 줄었다는 사실에 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10월부터 나에겐 더 이상 일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난 백수다.


그리고 내년도 기약은 없다.

다행히 일이 많이 들어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난 작년기준 소득으로 매달 꼬박꼬박 건강보험료를 착실하게 납부해야 한다.


수입이 0원이라도 건강보험료는 꽤나 큰 금액을 내야 한다

그래서 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했더니 무슨 대기시간이 1시간이다. 

헉..


이건 분명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바쁜 사람들이 1시간을 못 기다릴 테니 결국 그 돈을 받겠다는 것이다.

뭐! 좋다!!

끝까지 기다렸다.


결국 통화가 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니 건보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건 위촉해임서(?).. 뭐 그딴 걸 줘야 한다고 하는데..

" 전 프리랜서라서 그런 게 없고 매번 건단위로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2년 전에 했던 회사에 그걸 달라고 요구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계약이 수십 건이 되는데 그 모든 걸 어떻게 다 달라고 합니까?"


말이 통하지 않는다.

자꾸만 다른 이야기를 한다.

점점 더 열만 받아서 결국 알겠다고 하고 다 준다고 하고 통화를 끊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렇게 서류를 다 준비해서 주는 방법과

그냥 매달 돈을 내는 방법


그리고 생각해 보니 2년 전 수입에 대한 보험료를 내지 않았느니 내는 게 맞다는 생각

그리고 또 하나는 부자가 되었다는 놀라운 생각!


여러 가지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그냥 부자가 되기로 했다.


백수인데, 당장 일은 없는데.. 과거에 잠깐 핫하게 벌었다는 기록으로 매달 꼬박꼬박 꽤 큰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마음이 뭔가 편치 않다.

일이 없어서 그렇다.

그래!! 일만 많이 들어오면 이 문제는 금방 해결될 텐데...

일도 없는데 돈을 무조건 내야 한다고 하니 자꾸 열받는다!!


부자는 아니지만 부자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왠지 정부가 내 돈을 마구잡이로 착취해 놓고는 우리는 규정대로 했습니다!!라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래서 결국 정치를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까지 흘러가게 된다.


젠장!!


바뀐 건 없다.

바꾸기도 어렵다.

난 그저 힘없고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기준인 회사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라는 좀 독특한 포지션에 있어서 혜택은 못 받고 가진 건 빼앗기는 그런 처지란 걸 알게 되었다.

혜택을 못 받는 건,

얼마 전 대출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더니 은행에서 소득이 없어서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무슨 소득이 꽤 있을 텐데요?라고 했더니....

사업소득, 기타 외 소득 두 분류에서 난 기타 외 소득이 많고 사업소득이 적어서 해당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젠장!!!


은행에선 나를 거지로 보고 대출을 안 해주고,

건강보험공단에선 날 부자로 보고 돈을 1년 치를 미리 정해서 매달 따박따박 가져간다.


아!! 

그래도 난 자유로운 프리랜서다.

문제는 세상이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궁지에 몰리니 힘이 생긴다.

사실 그냥 쉬엄쉬엄 일하는 스타일인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매달 건보료를 꽤 내야 하니...

그 건보료를 내기 위해서라도 더 돈을 벌어야 한다.


나를 좀 더 홍보하고 알려서

내년엔 더 큰돈을 버는 방법밖엔 없다.


그래서 부자들이 자꾸 더 돈을 벌려고 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난 아직 부자가 아니고,

앞으로도 부자가 될 가능성이 적은 프리랜서인데?


이런 생각으론 내년 건보료 매달 내다가 결국 큰일 날 수도 있다.

마음을 바꿔 먹어야 한다.


난 부자니깐 당연히 이 정도 건보료는 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부자니깐 어려운 사람들도 돕고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 나라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으니 이제는 나도 조금 보탬이 되어 보자!


이제 드디어 애국자의 길로 들어서는 것일까?

그런데 지금 당장 백수라는 불안한 신분엔 변함이 없다!

점점 줄어드는 통장잔고를 건강보험공단에서까지 넘보다니!!

세상 살기 역시 쉽지 않다!!


그래도

난 해낼 거다.

부자의 길에 들어섰으니

그깟 건보료쯤이야!!

하는 마음이..

잘 안된다!!



프리랜서, 1인사업자 분들 중에 건보료 많이 나오신 분들!!

우리 모두 내년엔 돈 더 벌어서 더 많은 건보료를 냅시다!!

그게 우리의 유일한 살길입니다!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 줄 건강보험공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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