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우리가 다 없어야 행복할 텐데... 그렇죠? 맞죠?
두세 시쯤 수업이 끝나고 설거지를 하고
네시 반쯤이 되면 아이들을 픽업하러 간다.
아이 셋을 다 데리고 오면 바로 목욕시키고,
크림 발라주고, 옷 입히고, 머리를 말려주고,
그러다가 둘째, 셋째가 싸우면
또 중재했다가 다시 머리를 말려주고
각자 할 일을 배급해주고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준비할 동안 또 다툼이 일어나고 누구 하나는 세상 떠나가라 울고 있다.
다시 모든 준비과정을 내려놓은 채 중재하고
회초리를 들어야 하는 상황인지 막 직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다운시켜야 하는 상황인지 결정의 순간들이 내 앞에 놓인다.
저녁을 먹다가 큰아이가 밥을 더 먹겠다며 그릇을 집어 지나가다가 의자에서 내려오는 둘째와 부딪힌다.
"와장창창!!! 쨍그랑!!!..." 순간 고요한 적막...
순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와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로 나의 마음이 휘몰아친다.
(오히려 힘이 다 빠졌을 때 나는 이성적이 되는 것 같다.) 아무 말 없이 마음의 눈물을 삼키며 아이들을 의자 위로 올려 보내고 나머지 깨진 그릇 파편들을 청소기로 치우고 있을 때였다.
큰아이는 그런 나를 보고
"엄마는 우리가 다 없어야 행복할 텐데... 그렇죠? 맞죠?"
나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그래 그게 맞을 수도 있어라는 생각과
정말로 이 아이들이 이 순간 모두 사라진다는 두려운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래서 바로 대답해줄 수 있었다.
"아니야, 너희들이 없으면 엄마도 없는 거야. 엄마는 너네들이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는 게 너무너무 무서워, 그래서 조금이라도 할 수 없어, 주영이도 그런 생각 할 필요 없어 알겠지?"
큰 아이는 바로 나에게 달려와서 안아주며
"잇힝~사랑해요 엄마"라고 애정을 표현한다.ㅋㅋ
쉽고 저렴한 것은 쉬이 버려지듯이
내가 대가를 주고 얻은, 그리고 이토록 어려운 과정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과의 관계는 결코 버려지지 않으며 영원히 간다.
나는 이 날 또 큰아이를 통해 다시 한번 사랑이란 무엇인지 배웠던 날이었다.
10월 17일 나의 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