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지 말아야 할 그 '순간'들
지난 주말,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녀석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에 고향에 다녀왔다. 나름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었지만, 휴게소에 들르는 바람에 결국 늦고야 말았다. 축의금으로 건넬 현금을 인출하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니 가족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다.
친구와 직장 동료들의 사진촬영 순서가 되어 단상으로 이동하며 짧은 인사를 건넸다. 맨 뒷줄에 서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결혼식 참석 도장을 찍었다. 순간을 놓친 탓에 맞은 아찔하고 미안한 순간이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참 흥이 오를 무렵 다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최근 재발한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시던 또 다른 친구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분위기는 무거워졌고 우리는 외롭고 힘든 친구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상주석에 앉아 있는 친구는 정신줄을 반쯤 놓은 상태였다. 외동아들인 덕에 사랑도 많이 받고 부족함 없이 자란 탓일까. 아니면 철없던 시절 갖은 사고로 부모님 속을 썩였던 탓일까. 친구의 통곡 소리가 유난히 크고 서러웠다.
이제 취업에 성공해 그동안 속 썩였던 부모님께 착실한 모습 보여드리겠다던 친구였는데. 아버지와의 행복한 순간은 영원히 놓쳐버리고 말았다.
단 하루의 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잠깐의 판단 착오로 중요한 순간을 놓칠 수도 있고, 잠시만 깊게 생각하면 평생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지킬 수도 있다.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앞으로 남은 인생 단 한 순간도 헛되이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기억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