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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단 Mar 04. 2020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

6주년 기념 한풀이

7년차다.


2014년 3월 2일 첫 출근을 했으니 2020년 3월 4일인 오늘은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만 6년이 조금 넘은 시점이다.


많은 일이 있었다.


두 번의 이직을 했고 세번째 회사를 다닌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공공기관부터 크고 작은 기업들까지 많은 고객사들을 거쳐 이제는 하나의 회사를 언론에 소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첫 회사의 첫 사수, 두 번째 회사에서 만난 팀장과 동기로 묶여진 이들, 스쳐간 고객사의 담당자들, 좋은 일도 속상한 일도 함께 겪고 있는 내 곁의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기자들. 항상 웃을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얼굴에 미소가 남는다.


그렇게 돌이켜봤다. 지나간 시간, 겪었던 일들, 스쳐간 사람들까지. 그 곳엔 6년보다 조금 더 전의 내가 있었다. 반쯤은 멍청하고 반쯤은 호기롭게 보이는, 홍보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하고 싶다고 덤벼대는 내가 있었다.


그 때의 나는 7년차 홍보인이 되면 위대할 줄 알았다. 베일 듯한 논리, 누구든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언변, 사회의 모든 면을 바라보는 시야, 대화하듯 척척 써내는 글솜씨까지. 내 눈에 보였던 7년차 이상의 선배들은 그래보였고 나도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창피했다. 지금의 나는 이제야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음을 느끼는 수준이다. 왜 초년생부터 신문을 꼼꼼히 읽어야 하고 글을 많이 써봐야 하는지, 사진도 찍을 줄 알면 좋고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면 좋은지 서서히 느끼고 있다. 백 번을 양보해서 지금의 내 모습을 과대평가 해도 6년 전 내가 생각했던 모습은 아니다. 그래도 내가 하는 말과 내가 써낸 글이 어떻게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 게 딱 거울 속 나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 앞으로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어떤 색깔을 나타낼지, 어느 위치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될지 한치 앞도 예측이 되질 않는다. 모두가 그렇게 사는 것일까.


이 혼란을 없애려고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젠 내가 딱 그 정도 위치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음 저변에 깔려 있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함을 헤쳐나간다면 어떤 모습이든 완성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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