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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는 출소...... 아니 퇴근합니다.

'10월 28일 교정의 날'의 짧은 단상.

by 효라빠


오늘은 '교정의 날'입니다.

군군의 날, 경찰의 날처럼 교도관의 날이란 말이죠.

머 그렇다고 특별 한 건 없습니다. 다른 날과 똑같이 어젯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머리에 까치집을 지은채 퇴근을 합니다. 멍한 정신은 덤이죠. 누가 알아주지도 않구요.

아~ 특별한 거 하나 있네요. 교정의 날 선물로 진동 마사진 건을 받았습니다.

이걸로 운동하다 뭉친 근육이나 풀어 보렵니다. 잘 풀다 보면 마음의 근육도 풀릴지 모르겠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矯正, 교도소, 교도관은 무엇일까? 수용자 교정교화? 감시?'

많은 게 떠오르지만 제 나름대로는 중요한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흉악범, 살인자, 사기꾼이든 경찰에서 잡아 검찰과 법원이 재판으로 형을 때리면 마지막에 교도소에서 데리고 있어야 하거든요.

경찰에서 아무리 힘들게 잡았다 하더라도 그 범죄자를 형기 끝날 때까지 어쩌면 죽을 때까지 관리해야 하는 곳은 교도소이고 교도관이니까요.

그 말은 나름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는 말이겠죠.

군인이 침입하는 적에 대해 국민과 나라를 지키듯, 교도관은 범죄에 대해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것과 같지 않겠습니까?

법에 규정된 대로 수용자 교정교화까지 한다면야 더욱 좋겠지만, 다 큰 성인을 바꾼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각자 인생은 각자 사는 거죠. 애들도 아니고... (반박 시 니 말이 맞음.ㅋ)

저는 이렇게 여기지만 가끔은 서운할 때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정하면 책 교정, 치아 교정을 떠올립니다. 일상생활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이해는 합니다. 차라리 이처럼 관심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일반 시민들은 교도관 하면 범죄자들과 같이 생활하다 보니 비슷하게 여기는 분들도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 수용자들과 티격태격하다 보면 화가 나고 거친 말이 나오기도 하죠. 그건 어쩔 수 없겠죠. 그렇다고 직원들이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교도관은 죄짓고 들어온 사람이 아니고, 힘들게 공부해 시험 쳐서 들어왔으니 너무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그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가지고 있습니다. ㅎ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름 음지에서 양지를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고, 교도관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특별하게 바라는 건 없습니다.

입에 풀칠할 만큼 국가에서 월급도 주니까 한편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딱 입에 풀칠할 만큼요...

그리고 교도소에 있는 또 다른 사람들, 자세히 말 안 해도 알겠죠? 맞습니다. 범죄자 들이죠.

그들을 떠올리면 무서운 괴물이 연상되실 겁니다.

흔치 않게 진짜 돌아이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착하게(?) 살아갑니다.

가끔 '징역에서 저렇게 밝고 열심히 사는데 왜 또 들어오지?'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20년 가까이 근무한 저도 아직 풀지 못한 미스터리입니다.) 결론은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혹시나 출소하여 사회에서 만나게 된다면 너무 선입견 가지고 뭐라 하지 마시고 잘 보듬어 주세요.

"네가 한 번 그렇게 해봐라!"라고 반문하신다면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말입니다.

어쩌겠습니까. 다 죽일 수도 없고 미워도 안고 가야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그들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람은 만들지 못하더라도 잘 따둑거려 또 다른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는 해야 되겠죠. 이건 교도소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몫이라 여겨집니다.

짧게 몇 자만 적는다고 했는데 너무 길어졌네요.

개인적으로 글 쓰는 걸 좋아하지만 인스타그램에 길게 쓰는 건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은 원칙을 넘어 버린 듯합니다. 교정의 날이니 한 번만 봐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에게는 토요일 주말이네요.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과 아니면 지인과 더 아니면 혼자라도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드디어 마치겠습니다.

대한민국 교도관 파이팅!!!


이제 저는 출소...... 아니 퇴근합니다.

행복합니다.


이 글은 '10월 28일 교정의 날' 아침에 야간 근무를 마치며 퇴근하면서 제 sns(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그대로 퍼왔습니다.

인스타에 '교정의 날' 가볍게 적어 봤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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