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뜬금없이 던진 행복하냐는 질문에 상대방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했다.
" Yes and no야. 나는 잘못된 사람과 함께이지 않아서 행복하고, 제대로 된 사랑을 만나지 못해서 행복하지 않기도 해. 하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해. 혼자 있는 시간도 괜찮아. 우리는 내향형 인간들이잖아. "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사람은 이보다 현명한 대답은 없을 거라며 감탄한 글을 봤다. 나 역시 그 글을 읽으며 ‘와 진짜.’라는 소리를 내며 탄복했다. 정말이지 그 대답만큼 완벽한 답변은 없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 말을 몰래 뺏어가기로 했다. 누군가 나에게 올 한 해 행복했냐고 물어보면 나도 yse and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이 대답은 그다음 해, 또 그다음 해가 되어도 똑같을 것이다.
행복하면서 불행하고, 불행하다가 행복한 건 어쩌면 모든 삶의 기본적인 총량이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완벽한 행복도, 완전한 불행도 없는 거니까 말이다. 그저 인간의 뇌가 행복보단 불행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게 좀 안타까울 뿐. 이래나 저래나 모든 삶의 행복은 언제나 yes and no 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조금만 욕심을 부린다면 no보다 yse가 하나 더 많길 바랄 뿐이다. 정말 딱 하나만 더. 올 한 해도 외로움과 불안함을 달래 가며 사느라 고생한 나에게 내년은 올해 보다 더 더 치열하게 살자고 응원해줄 거다. 행복한 척하지 않고, 불행한 척하지도 않고, 그저 정직하게 바라보겠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의 대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