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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야 NAYA Aug 15. 2021

꿈을 담은 노래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 인어공주


“나한테도 다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멀찍이서 왕자의 무대를 바라보던 인어공주가 중얼거렸어요. 

반짝이는 조명과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 멋지게 노래 하는 왕자는, 인어공주가 가장 사랑하는 가수였어요. 

그리고 1년에 한 번 성대하게 열리는 축제 날은 인어공주가 왕자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답니다.      


“언젠간 만날 수 있을까♪ 그날이 올 수만 있다면 뭐든지 나 할 수 있을 텐데♩” 

어두운 밤바다를 향해 인어공주가 노래를 부르자 달빛이 인어공주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별빛들이 모여들었어요. 물고기와 해초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인어공주 주변을 맴돌았죠.      


“인어공주야. 너의 목소리는 정말 대단해” 가재가 말했어요. 

“인어공주의 노래를 들은 날은, 밤새 가슴이 두근거린다니까” 불가사리도 거들었어요. 

“인어공주라면 왕자처럼 무대에 설 수 있을 거야!” 인어공주의 노래를 듣기 위해 멀리서 날아온 펠리컨도 반짝이는 눈으로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멀리서 인어공주를 지켜보던 해마는 고개를 저었어요. 

“육지에 가고 싶다는 마음은 욕심일 뿐이야.” 

조개도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아무리 빛나 보여도, 이룰 수 없는 꿈은 결국 무서운 파도가 되어 돌아올 뿐이야.”      



해마와 조개의 이야기를 들은 인어공주는 속상한 마음에 그만 엉엉 울어버렸어요. 

“나도 바다를 벗어나서 세계 곳곳을 누비며 무대에 서고 싶어. 저기 저 왕자님처럼. 

바다에서 부르는 노래는 그저 허공에 흩어질 뿐이잖아.”      


그때였어요. 인어공주 곁으로 푸른 물고기가 다가왔답니다. 

“인어공주야. 어두운 바다 숲에 사는 마녀에게 찾아가 봐. 마녀라면 네가 원하는 걸 줄 수 있을지도 몰라.”    

“마녀를 찾아가라고?”


무시무시한 소문을 가지고 있는 마녀를 찾아가는 건 무서운 일이었어요. 

하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더욱 두려웠던 인어공주는, 곧 깊은 바다 숲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어요. 

아래로, 아래로, 빛이 들어오지 않는 깊은 바다 아래로 향하던 인어공주는, 한참이 지난 후에 마녀의 동굴에 도착했어요.     



“마녀야. 마녀야. 나는 육지에서 마음껏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 

튼튼한 두 다리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어공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마녀를 불렀어요. 

“가져가. 나한테는 필요 없어” 돌멩이 뒤에서 천천히 마녀가 걸어 나왔어요. 

마녀의 모습을 본 인어공주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마녀에게는 꼬리와 지느러미가 아닌. 사람의 다리가 달려 있었거든요. 


“바다 동물들은 모두 나를 마녀라고 불러. 

물속에 살면서 사람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야.” 마녀가 슬픈 목소리로 말을 이었어요. 

“인어공주야. 너에게 내 두 다리를 줄게. 대신 네 목소리를 나에게 줄 수 있겠니? 너처럼 예쁜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지도 몰라”      


“내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인어공주는 깜짝 놀라 목을 만지작거렸어요. 

목소리를 바꾸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지만, 인어공주에게는 왕자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간절했어요. 그래서 마녀의 다리와 자신의 목소리를 바꾸기로 결심했답니다.       



“얼른 가! 왕자가 무대를 떠나기 전에 얼른 축제에 도착해야지!” 

인어공주의 어여쁜 목소리를 얻은 마녀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외쳤어요. 

끔뻑거리며 두 다리를 내려다보던 인어공주는 마녀의 응원에 용기를 얻어 있는 힘껏 축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별빛과 물고기, 바람과 물방울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빠르게, 빠르게 육지를 향해 뛰어갔어요.    


“저도, 저도 무대에 서고 싶어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채로 축제에 도착한 인어공주를 사람들은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어요. 

“무대에 서고 싶다고요? 그럼 노래를 불러볼래요? 춤을 춰도 좋아요. 뭐든 잘 해낸다면,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해줄게요” 축제의 대장처럼 보이는 사람이 인어공주에게 말했어요. 

평소와 같이, 인어공주는 눈을 감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에이 뭐야. 너무 평범하잖아” 

마녀에게 어여쁜 목소리를 내어준 인어공주의 노래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어요. 

실망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인어공주의 곁을 떠났고, 인어공주는 그만 혼자가 되어버렸어요. 

그때였어요. 펑! 펑! 하늘에서 불꽃이 하나둘씩 퍼져 나왔어요. 축제의 끝을 알리는 불꽃 놀이었어요. 

멍하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내려 다리를 바라보던 인어공주는 그만 주저앉아버렸어요.    



“무슨 일이에요. 왜 여기에 혼자 있나요?” 

갑작스레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고개를 든 인어공주의 눈앞에는, 놀랍게도 왕자님이 있었어요. 

공연을 마친 후 무대를 내려오던 왕자가 인어공주를 발견한 거였어요. 

왕자를 만나자 꽁꽁 숨겨왔던 인어공주의 마음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기 시작했어요.      


“무대에 정말 서고 싶었어요. 바다를 벗어나 이곳저곳을 마음껏 뛰어다니면서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왕자님처럼요. 그런데 저는 바다에서밖에 노래할 수 없나 봐요.” 인어공주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어요. 

하지만 바다는 어디에나 있는걸요 왕자가 말했어요. “누군가 만든 무대에 서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노래하는 그곳이 바로 당신의 무대가 될 거예요”    


인어공주의 머릿속에 반짝! 햇볕이 비췄어요. 

“맞아요. 나는 바다에서 노래할 수 있고, 바다는 어디에나 있어요!” 

인어공주는 너무 기쁜 마음에 팔짝팔짝 뛰었어요. 그리고, 바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별빛과 물고기, 바람과 물방울과 모두 모두 인사를 나누며 바다로 돌아갔어요.      


“인어공주야! 기다리고 있었어” 

마녀의 동굴 앞에는 이미 마녀가 마중을 나와 있었어요. 

“있지, 나 한 가지 배운 게 있어. 예쁜 목소리를 갖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 내 목소리를 내고 나 자신을 보여주는 게 필요한 거였어” 인어공주가 쑥스럽게 이야기를 건네는 마녀의 손을 잡았어요. 

어느새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되어버린 인어공주와 마녀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웃었어요.



몇 년 후, 어김없이 성대한 축제가 시작되었어요.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점이 있었어요. 

바로, 바다 가운데에 관객들이 모였다는 거였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인 인어공주의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특별히 육지와 바다의 가운데에 무대가 설치되었거든요. 


바다 좌석에는 가재와 불가사리를 포함한 물고기들이 모였어요. 

육지 좌석에는 왕자를 비롯한 사람들이 모였어요. 

바다와 육지 좌석 사이에는 펠리컨과 같은 새들이 모였어요. 

물과 땅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두 다리로 최고의 매니저가 된 마녀는, 좌석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건넸어요. 


“이게 내 꿈이었어요. 많은 사람과 동물에게 반짝임을 전하는 것. 그들의 반짝임이 되는 것. 

나도 몰랐지만, 바다가 이미 내 꿈이자 무대였어요”     


마이크를 든 인어공주가 두 눈을 감고 노래를 시작했어요. 

육지가 입을 꾹 닫고 바람이 일렁이며 귀를 활짝 열자, 모래는 꿈틀거리며 박수를 보냈어요.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푸른 하늘이 아래로 슬쩍 몸을 기울이고, 파란 바다가 빼꼼 빼꼼 고개를 내밀며 다가왔어요.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연결되고 바다와 육지가 손을 잡은 그 순간, 아름답고 고요하게 인어공주의 목소리가 퍼져나갔어요. 더 멀리, 더 높게, 더 깊게. 계속해서, 인어공주의 노랫소리가 퍼져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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