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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야 NAYA Mar 22. 2022

2월에 만난 6편의 작품들

완다비전, 밝은 밤, 심신단련, 기적 등 

드라마 - 완다비전, 이태원 클라쓰
도서 - 심신단련, 밝은 밤, 그래도 이렇게 홀로서는 중입니다 
영화 - 기적 


[드라마] 완다비전  

“이 모든 게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고” 


디즈니 플러스를 처음 구독했을 때, 새로 공개되는 마블 작품들의 썸네일만 봐도 설렘에 심장이 요동쳤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호크아이 시리즈를 보며 꽤 실망을 했고,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자라 보고 놀란다고) 완다비전 첫 회를 보고 ‘이게 무슨 헛발질인가’ 싶어서 시청을 관뒀다. 그러다 ‘일단 꾹 참고 일단 보라’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 정주행을 시도했는데, 액자 형식의 스토리가 드러나는 순간부터 입을 틀어막고 정신을 잃을 뻔(?) 했다. 그정도로 신선하고, 충격적이고, 짜임새있었다. 


사실 시트콤 자체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각 장면의 의미, 등장인물의 사연,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한 세계관은 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천재적인 발상인가 싶었다.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시트콤인지, 그 장르와 형식을 규정할 수 없는 작품이다. ‘완다비전’ 자체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혹시 마블에 대한 의리로 1-2화쯤 보다가 정주행을 포기한 분들이 있다면 제발 4화 정도 까지만 견디고 봐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완다비전의 모든 계획은 사실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21세기 버전 낭랑소년 성공기” 


불합리에 무릎 꿇지 않은 죄로 인생이 망가진 한 남자. 자신의 삶을 가로막은 재벌가에 복수하기 위해 택한 행보는.. 이태원에 작은 가게를 여는 것이다. 자영업으로 권선징악을 실현하는 복수극이 시원하고 거침없다. 마냥 꿈과 희망으로 점철된 이야기가 아니라 더 좋다. 아버지 사망 보험금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사내 정치를 활용해 목표에 다가서는 모습이 현실적인 공감을 돕는다. 


이태원이라는 배경을 선택한 만큼, 다양성을 적절히 녹여낸 부분도 이 드라마를 '인생드'로 꼽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배우들의 연기도 대단한데, 김다미 배우의 천재 소시오패스 인플루언서 연기에 가슴이 웅장해지고, 유재명 배우의 광기 서린 연기에 가슴이 옹졸해진다. 연기 구멍이 없어서 마음 편히 몰입할 수 있다. 오랜만에 보는 권선징악 복수극. 고집이 신념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정직하게 담아낸 것이 좋았다! 




[도서] 심신단련 

“다음 생에는 이슬아의 친구로 태어나서 그녀의 글에 담기고 싶다”


이슬아 작가의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 읽었다. 솔직히 그 전까지 이슬아 작가가 봉이 김선달과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했다. 물론 글 실력도 뛰어나지만, 그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읽는 선구안이나 아이디어가 빼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30분 정도 읽은 후에, 내가 무슨 망극한 생각을 했었나 반성했다. 잘 쓴 글을 보면 보통 의기소침해지거나 부러워지기 마련인데, 너무 잘 쓴 글을 보면 마냥 즐겁고 행복하고 신기하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을 보는 그녀의 시선이, 그 시선을 이리저리 엮고 편집한 그녀의 글이 마음에 탄력을 주었다. 이 작가가 영원히 산문을 쓰면 좋겠다. 그녀의 글에 언제도록 깔깔 웃고 싶다. 아직 못 읽은 그녀의 글이 많아서 참 다행이다. 




[도서] 밝은 밤 

“없던 추억도 만들어내는 한국인의 타임머신”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6.25를 겪으셨다. 고향인 개성에서 피난길에 올라, 긴 여정을 버텨내셨다. 할아버지는 전투에 참여하셨고, 할머니는 먹을 게 없어 배를 움켜쥐고 기찻길을 걸으셨다고 한다.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잠을 자던 밤은 손에 꼽았다 말씀하시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 나의 할머니의 시간이, 그리고 어딘가에 사는 이름 모를 할머니의 시간이 그대로 느껴지는 책이었다. 


어쩌면 내가 백정의 자식이었고, 그의 딸로 태어나 전쟁을 겪고, 그의 딸로 태어나 고단한 삶을 살게 된 것을 직접 경험한 것 처럼, 없는 기억도 경험으로 만들어내는 힘을 갖고있는 글이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모두를 이해하게 만드는 필력이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덮는 순간, 단숨에 책을 읽어버린 것을 후회할 정도로 아껴읽고 싶은, 아끼고 싶은 책이었다.  




[도서] 그래도 이렇게 홀로서는 중입니다. 

“우리의 홀로섬을 위하여” 


친구가 '출판'이라는 막연하고도 확실한 목표를 달성했다. 내 주변의 많은 글쟁이들 중, 가장 빨리 출판이라는 단계에 도달한 친구였다. 지인의 글을 읽는 다는 것은 언제고 설레면서 두려운 일인 듯하다. 글에는 너무나도 깊숙한 마음이 녹아있어서, 꽤 잘 안다고 생각하던 지인의 글을 읽은 후 그를 더이상 모르게 되는 듯한 기분에 노출될까봐 긴장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말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친구의 깊숙한 진심이 반가워 글을 몇 번이고 읽었다. 읽고 또 읽었다. 누군가에게 나무 그늘 한 자락쯤 남겨둘 수 있는 사람으로 우뚝, 홀로 서고 싶다고 고백한 내 친구. 언제고 너의 글을 다시 읽고 싶다. 




[영화] 기적

“모든 면에서 적당한 한국 영화”


이 영화는 두 번을 보았다.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한 번, 그리고 넷플릭스로 한 번을 더 보았다. 첫 번째 관람에서 영화를 관통하는 반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서, 반전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넷플릭스로 한 번을 더 보았다. 반전을 알고 보든 모르고 보든,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여전히 따스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자연스레 흘러간다. 전형적이라는 인상도 강하긴 하지만, 평범하고 예측 가능한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 오는 친근함과 편안함도 크다. 모든 면에서 적당한 영화를 보고 싶을 때 추천할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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