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리뷰1
너답지 않게 왜 이래?
대체 나다운 게 뭔데!
세상도 사람도 마음에 안 들어 종종 가시 많은 고슴도치가 되는 학생이라면 이런 대화를 나눠봤을 것이다. 어린이 다울 것, 학생 다울 것을 넘어 어른 다울 것, 부모 다울 것, 심지어 “노인이면 좀..”이라는 말을 듣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다움’ 속에 산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손가락질을 당하거나 ‘역시 난 OO가 될 자격이 없다’며 좌절하며 말이다.
이는 어쩌면 어떤 역할을 우리가 제대로 인지하기 전에, 덥썩 맡아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학생 다움을 생각해보기 전에 입학을 하고, 부모다움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전에 부모가 되어버린다. 무엇 다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순간은 한 발짝 늦게 찾아온다. 때로는 힘든 선택의 순간과 함께.
동명의 영화를 소설화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주인공 료타는 자신의 아이가 산부인과에서 다른 아이와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6년 만에 알게 된다. 친자를 찾아 아이를 교환할지 키우던 아이를 계속 키워야 할지 어려운 선택을 앞두고서야 료타는 아버지다움에 대해 질문한다.
대기업에서 승승장구를 해온 료타가 생각하는 좋은 아버지는 강한 아버지다. 그러나 부인과 아들이 필요로 해온 아버지는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아버지다. 기대하는 역할상이 달라 충돌할 때 내가 생각하는 역할상을 상대에게 강요하기도 하고, 상대의 생각에 전적으로 맞춰주기도 한다. 어느쪽이든 대화와 조정의 시간 없이 외면만 해온다면 역할상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벌어진다. 료타와 그의 가족은 6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골이 깊어진 생각의 차이를 마주한다.
가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피’인지 ‘시간’인지 작가는 묻는다. 결국 료타가 친자가 아닌 키우던 아이 게이타를 아들로 받아들이며 가족은 ‘시간’으로 만들어짐을 보여준다. 이는 정답을 보여준다기보다(정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므로) 희망을 보여준다. 피는 노력으로 바꿀 수 없지만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변한다는 사실은 쓸쓸하기도 하지만 기회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간절한 희망이다.
가족을 만드는 시간은 단순히 함께 보내올 세월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가 생각해온 역할을 조정하는 시간이다. 부모다움과 자녀 다움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사건을 통해 서로 부딪히고 깨지며 조금씩 닮아가는 시간이다. 아쉽게도 서로가 원하는 역할을 정리해서 허심탄회하게 말한다고 해도 이 시간을 단축시키기는 어렵다. 작은 아이라도 속에 우주를 품고 있을 만큼 우리는 복잡한 존재기 때문이다. 료타에게도 우리에게도 관계를 맺고 누군가에게 OO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아들 게이타와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반성하고 사과하며 료타는 아버지가 되어간다. 아이를 낳으면 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시작한다. 입학을 하고 교복을 입고 나서야 비로소 학생다워진다. 우리가 맡아온 역할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역할의 완벽함이 아닌 끊임없이 그 역할이 되어갈 지구력이다.
나도 지금 무엇이 되고 있을까. 되어가는 중인데 이미 되었다고 착각한 것은 없는지 나와 연결된 관계의 끈들을 조심스레 더듬어 본다. 그렇게 조금 더 어른이 된다.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노 아키라 / 이영미 옮김 / 블루엘리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