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즈 May 01. 2019

글_01

 그가 사는 동네에 그녀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충동적으로 그녀에게 보러 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와도 좋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바삐 지하철로 향했다. 지하철이 목적지에 다다르는 동안 그는 수없이 ‘그냥 여기서 내릴까.’하며 갈등했다. 그는 마음을 헤집는 고민만큼 많은 사람 틈에서 하차했다. 혼자서는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을 그는 휴대전화 내비게이션에 의지해서 바쁜 걸음으로 걸어갔다. 갑작스러운 기회에 설레지만 떨린 마음으로 그녀가 불러준 장소에 도착해 톡을 보냈다. “어디야?” 그의 옆으로 사람 네다섯 명이 지나간 후에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근처 파스타 집인데 금방 그 앞 카페로 갈 거야.” 그는 다시 한번 인터넷을 켜고 카페를 검색했고 가장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도 그의 머릿속엔 ‘이대로 돌아갈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오면서 땀 많이 흘렸는데, 나 몰골은 괜찮은 건가.’ 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문을 열고 두리번거리며 그녀를 찾았으나 어쩐 일인지 보이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을 뒤로하고 주문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들이켜고 나자 긴장된 마음은 카페인으로 더 쿵쿵 뛰었다. 계속 창밖을 바라보며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자 그의 속에서 두려운 마음이 다시 피어났다. 그녀에게 다시 톡을 보내 아무래도 내가 지점을 착각한 것 같다고 했더니 그녀는 자신이 있는 카페의 외관 사진을 보내왔다. 길만 건너면 되는 거리였음에도 그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억겁의 시간 같았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주목된 듯이 시선 둘 곳을 찾질 못했다. 사실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도 않고, 무작정 그녀가 보고 싶어서 한달음에 왔음에도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애석하게도 손끝만 잠시 잡았다 놓는 것밖에 하지 못하였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온종일 그를 무겁게 짓눌렀고 차마 뱉지 못한 고백은 손끝에 걸려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여전히 그 계절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