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건설에 대해서
제주도는 가장 작은 道이면서도 가장 소중한 島이기도 하다. 제주도가 아니었으면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말도 어림없는 허풍이었을 것이고, 태평양은 구경도 못 할 일이다. 대마도보다 먼 제주도가 우리나라 영토가 된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더구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특이한 지형과 이국적인 풍물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그야말로 보물섬이다.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가 국민적 논란의 중심이 되는 일이 잦다. 제주도에 가보지 않은 국민도 드물겠지만 제주도민의 비애를 제대로 이해하는 국민 또한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여기에서 살기 전까지는 이른바 ‘제주 4.3’을 제주폭동, 제주민란 정도로 알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배워왔다. 그런데 500명도 안 되는 좌익폭도들이 당시 도민의 1/10이 넘는 양민을 학살했다고 믿는다면 생각이 짧은 사람이다. 심지어 당시 제주도민들은 김일성의 지령을 받은 빨갱이였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도 있으니 제주도민들로서는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역사의 증인들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우격다짐이니 속이는 정부도 나쁘지만 속는 국민도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역사의 왜곡은 진실을 호도함으로써 양심과 사회정의를 파괴한다. 우리 사회에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2공항 건설 문제로 제주도가 다시 소란스럽다. 주민으로서 공항이라는 첨단교통수단이 들어선다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당연한 일을 두고 수혜자인 제주도민이 찬반의 심각한 대립을 벌인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짐작컨대 경제적인 타산이 서로 엇갈리는 데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한 북제주인들은 현 공항이 차지하고 있는 경제적 혜택이 분산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고, 남제주인들로서는 그동안 소외되었던 경제적 이익과 편리를 나누어 갖고 싶으니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이래서 망국의 지역감정은 제주도에서도 재연될 모양새다. 신공항 건설에 대한 주민공청회에서 제주의 미래는 뒷전이고, 눈앞의 천박한 이익만 난무한다. 그건 순박한 제주인들의 모습이 아니라 먹을 것을 앞에 둔 육식동물의 다툼에 가까워 보기에 딱하다.
지금 제주도민들은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어 제주의 백년대계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도민을 합해보아야 육지의 중도시에 불과한 섬에서 왜 비행장이 두 개나 필요한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기 때문이다. 만일 관광적 가치가 없어진다면 지금 있는 비행장마저도 초라해질 것이다. 하필 그런 엉뚱한 가정을 할 이유가 있을까 싶지만 제주의 관광사업은 자연생태가 밑천인데 지금 지구촌은 하루가 다르게 자연생태계가 파괴되어 가고 있는 형편에 제주도라고 예외일 수 없다. 더구나 제주도 같은 섬이 생태계가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게 된다. 비행장 하나로 해서 제주의 생태가 무너질 리 있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환경론자의 주장이나 외국의 경우를 들어보면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의 자랑인 해양생태계는 이미 심각한 상태에 와 있다. 그 원인은 섬에서 배출되는 공해물질과 지하수라고 한다. 제주인들의 생명줄인 지하수마저 오염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여건으로도 이럴진대 공항 하나 더 들어선다면 제주도의 환경파괴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공항건설로 야기되는 환경파괴보다도 교통망의 확대로 해서 대량으로 유입되는 인구와 관광객의 증가가 더 심각한 문제이다. 생활쓰레기마저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고, 30년을 땅속에서 머무는 제주의 지하용천수가 오염되면 제주 명품 '삼다수'는커녕 당장 식수마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제주도와 바다는 생태회복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누가 다시 제주도를 찾을 것이며, 주민들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평가 필수요목도 누락시키고, 주민 찬반투표도 건너뛰려는 듯하니 정부에서는 강행할 심산인 것 같다. 제주도를 위해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이런 우려를 하는 환경론자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도민이나 개발론자들의 위세에 묻혀있는 실정이다. 쉽게 납득이 안 되겠지만 인구의 유입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제주도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인구가 늘수록 생태환경은 파괴되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바나나를 먹을 욕심에 목숨을 잃는 원숭이와 다를 바 없는 어리석은 짓이다. 제주도는 자고로 ‘육지것’들의 위세에 설움을 많이 받아왔다. 이제는 제주인들의 이익과 의사에 따라 제주인들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 눈앞의 얄팍한 타산만 하지 말고, '환경생태 보전'이라는 인류적인 명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제주도의 미래와 후손을 위하려 ‘궨당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