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천하

세상은 요지경 - 짜가가 판친다.

by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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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짝퉁이라는 말이 굳어졌다. 적어도 40년은 넘었으니 잠시 떠도는 유행어가 아니라 시대의 목탁이었다. 짝퉁이란 말의 내력은 이렇다. ‘짝’은 ‘가짜’를 바꾸어놓은 것이고, ‘퉁’은 명품 베네똥, 루이뷔똥에서 ‘똥’을 살짝 ‘퉁’으로 바꾸어 혐오감을 없애놓고 이를 연결하니 ‘짝퉁’이 된 것이다. 세계적인 명품제조사들은 하느님도 창조하지 못한 중국의 짝퉁과 표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말 도심에 넘쳐나는 시위꾼들은 대개 짝퉁뉴스, 짝퉁종교집단에 속은 사람들이다. 이러니 '세상은 요지경- 짜가가 판친다.'라는 유행가가 판을 쳤었다.


진시황의 분서갱유 이후의 금문 · 고문파들의 위서논란을 보면 중국인들의 짝퉁기술은 그 내력이 매우 깊다. 그들은 서로 僞書(위서)라고 주장하였으니 그것이 사실이라면 今文이건, 古文이건 모든 유가경서는 위조된 짝퉁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현전하는 모든 경서는 가짜일 수도 있다. 그렇지는 않더라도 위서 혐의가 없는 중국고전은 많지 않다. 비단 문헌뿐 아니라 유물, 그림서화 예술품, 골동품도 위조품이 넘쳐난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위조화폐가 끊이지 않았으며 지금 중국의 전자결재 시스템이 발달한 것도 위조화폐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뿌리 깊은 중국의 위조 전통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가짜달걀, 가짜쌀 등 기상천외한 가짜식품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래서 중국인들은 자기들 끼리도 서로 경계하고 의심한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짝퉁상품들이 대부분 중국산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란한 중국인들의 위조술이 짝퉁상품에 그칠 리가 없다. 그들의 위조, 위장, 기만, 허세, 스파이전술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의 <손자병법>은 기만전술의 보감이다. 먼저 적을 정확히 간파하고, 적을 속이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고, 그것을 수행하는 것이 스파이 전술이다. 스파이 전술은 수십만의 용병술을 능가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전술이다. 전투에 앞서 첩자를 보내서 적의 동태를 탐지하는 것은 병법의 기본이요, 필수이다. 첩자를 심어놓고, 이중간첩을 만들고 이를 활용하다가 발각이 되면 가차없이 죽여없애는 것이 그들의 냉혹한 첩보전술이다. 승리를 위해서는 하늘도 속일 수 있어야 한다는 瞞天過海(만천과해)가 36계 중 제1계이다. 먼저 적을 알면 절대로 지지 않는다는 것이 知彼知己(지피지기)인데 지피란 바로 첩보이다. <삼국지>를 보면 적을 이간시키는 反間計(반간계), 미인을 보내 적장을 홀리는 美人計, 자신을 희생하여 적을 믿게 만드는 苦肉計(고육계), 적을 엮어서 기동성을 떨어트리는 連環計(연환계), 위장행동으로 적의 오판을 유도하는 聲東擊西(성동격서), 사탕발림으로 적을 속여 갑자기 공격하는 假道滅虢(가도멸괵), 적의 전략을 역이용하는 將計就計(장계취계), 이중행동으로 적의 오판을 유도하는 指桑罵槐(지상매괴) 등 기막힌 술책이 현란하다. <삼국지>에는 중국인들의 기만술이 배어있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것은 마냥 재미로 읽을 소설이 아니다.


춘추전국의 군웅할거시대를 거쳐서 단련된 제후들의 縱橫術(종횡술)은 능수능란한 외교술로 발전해왔다. 지금 중국의 위장기만전술과 북한의 절묘한 줄타기 외교술은 전국시대 종횡가의 전통을 이어온 것이다. 국내정치와는 달리 국제외교는 철저한 이익추구여야 한다. 그것이 기회주의라도 좋다. 외교책으로는 이웃과 가까이 사귀고, 거리가 먼 나라에 맞서는 近交遠攻과 가까운 이웃을 적으로 삼고, 먼 나라와 가까이하는 近攻遠交가 기본인데 당연히 근교원공이 순리인 것은 우리 일상생활과 다르지 않다. 멀리 있는 물로 가까운 불을 끌 수 없고,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소중한 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 반대로 동족인 북한과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는 적대하고, 머나먼 미국, 유럽 나토와는 가까이하니 순리외교가 아니다. 광화문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위대한 미국의 선봉을 자처하면서 동족을 적으로 삼는 행위는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현명한 토끼는 굴을 여러 개를 준비한다는 것이 狡免三窟(교토삼굴)이다. 그런데도 맹목적인 몰빵외교와 감정적인 줄서기외교는 유아적 외교이다. 더구나 혼란한 다극화시대에 ‘오직 미국’만을 외치는 것은 단세포적 외골수외교이다. 그렇다고 탐욕스럽고 음흉스러운 중국, 러시아에 줄 서는 것은 조폭에 운명을 맡기는 발가숭이외교이다. 외교는 나라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한 정권과 일시적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백 년을 내다보고 천하를 종횡하는 외교술이어야 한다. 외교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지금 북한, 중국, 러시아가 돈독한 관계 같지만 그들은 서로 치열한 암투와 첩보전을 끊임없이 벌이고 있다. 그런데 막가 트럼프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곧 패륜이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일찌기 트럼프보다 더 악랄한 폭군이 또 있었던가? 쿠빌라이, 히틀러가 더 할까? 조선시대 망국의 명나라를 고집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른 역사를 기억해야한다. 국가외교는 극비사항이고, 외교적 모호성은 외교의 기본원칙이건만 사사건건 분명한 외교대책을 밝히라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는 외교전략을 위협하는 이적행위일 수도 있다.


반도의 단일국가전통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순진한 우리로서는 저들의 교묘한 기만전술을 감당하기 어렵다. 해방 후의 좌우대립에서 우익들이 고전한 이유도 이러한 전술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밀렸던 것은 군사력의 열세뿐이 아니라 저들의 기만전술, 게릴라전술. 첩보전술, 대민심리전술에서 늘 밀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일제청산은커녕 친일파들이 나라를 농락하고, 기득권들이 부패한 정권과 독재정권을 이어갔으니 역사 역주행이 심각했다. 지금도 나라를 위험하게 하는 것은 빨갱이가 아니라 타락한 기득권세력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귀화중국인이나 탈북민 중에는 스파이가 끼어있음을 의심할 바가 없다. 끊임없는 중국기업들의 산업스파이 전술에 우리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지만 그에 대하여 간첩법을 적용할 수 없다니 황당한 일이다. 우리가 절대우위를 가지고 있었던 IT기술이 중국에 추월당할 지경에 이른 것도 저들의 산업스파이들의 소행임을 뻔히 알면서도 이제야 간첩법을 손질해야겠다고 하니 이래도 불행중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해방된 지 몇 해인데 아직도 일제법률에 머물러 있으니 우리의 법학자들이 보고싶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방위산업, 조선 등 국부가 유출되고, 기술역전이 코앞인데도 법률미비만 핑계대면서 매국산업스파이들에게 무죄 아니면 기껏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우리 법이 미비하다고 국부유출을 응징하지 못하는 얼간이법관이라면 차라리 AI판사가 나을 것이다. 이런 자들이 사법부독립을 외치고 있으니 참으로 염치없는 짓이다. 검찰개혁법과 법왜곡죄는 스스로 자초한 비극이다. 검찰이 법을 준수하고, 법원이 판결을 엄정하게 했다면 그러한 변법(變法)이 강구되었을 리가 없다. 산업스파이를 막아야 할 국가정보원이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엉뚱하게 국내사찰에나 열중하고 있으니 정신나간 국가밥통원이 아닌가? 중국의 기만술, 외교술, 스파이 전술을 보면 중국의 위서논란, 표절, 가짜상품 논란은 하찮은 것이다. 무엇이 중헌디를 알아야 현명한 정부, 국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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