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陵懷古
西河
周邦彦 1056-1121
이 詞는 역사회고시이다. 南朝의 도읍지 南京에서의 감회를 감상적으로 읊었다. 대부분의 송사가 개인의 정서에 그친 반면 이 작품은 서사성이 짙은 역사회고시로서 의미가 있다. 형식도 드물게 三闋(삼결)로 되어 있다. 삼결은 곧 3樂章이다. 詞는 시조와 같이 노래가사이다. 노래가사는 곡조에 따른 것이기에 글자수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래서 송사는 당시처럼 글자수가 일정하지 않다. 시조도 마찬가지로 노래가사이기 때문에 글자수가 일정하지 않다. 그런데 흔히 우리는 시조를 글자수를 따져가며 음수율에 의한 정형시라고 하고, 혹은 평시조, 엇시조, 사설시조라고 나눈다. 그러나 시조는 정형시일지언정 음수율은 아니고, 글자수를 세어가면서 평시조, 사설시조를 나눌 수도 없다. 그것은 곡조에 결정되어야 한다. 지금도 우리는 시조를 잘 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당시의 남경은 아직 北宋시대였기 때문에 퇴락한 고도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남경은 東晉 이래 전략적 요충지로 六朝의 도읍지로 번성하던 곳이었다. 그렇기에 주방언은 거기에서 역사의 덧없음을 절감하였을 것이다.
佳麗地
아름다운 이곳,
南朝盛事誰記◉
(옛날) 남조의 번성을 누가 기억하랴?
山圍故國繞淸江
산이 둘려친 도읍지에는 강물이 흐르고,
髻鬢對起◉
치렁한 봉우리가 맞서있다.
怒濤寂寞打孤城
성난 파도는 쓸쓸한 고성을 때리고,
風檣遙度天際◉
바람탄 돗배는 수평선에 아득하다.
斷崖樹
깎아지른 절벽에 걸린 나무는
猶倒倚
거꾸로 매달려있고,
莫愁艇子誰繫◉
막수호에 떠있는 배는 누가 매어놓았는가?
空餘舊迹鬱蒼蒼
빈 고성에는 나무만 울창한데
霧沈半壘◉
반너머 안개에 덮여있구나.
深夜月過女墻來
깊은 밤 달은 낮은 성벽을 비추는데
傷心東望淮水◉
동쪽 秦淮水를 바라보니 애달프구나.
酒旗戱鼓甚處市
술집, 악극단이 있던 곳이 어디런가?
想依稀王謝隣里◉
왕씨, 사씨 살던 곳을 찾아가니
燕子不知何世
제비는 어떤 세상인 줄도 모르고
向尋常巷陌人家
백성집을 드나들며
相對如說興亡
세상 흥망을 말하는 듯하구나.
斜陽裏◉
날은 저물어가는데-
佳麗 아름답다. 地 땅, 곳. 남경. 南宋이 오기 전의 남경. 남경은 전략요충지로 남조의 오랜 도읍지였음.
南朝 晉 이후 양자강 남쪽에 세워졌던 六朝의 나라들. 盛事 번성했던 역사. 誰記 누가 기억하랴? 옛날의 성황을 찾아볼 수 없다. 역사의 무상함을 절감한 장면.
山圍 산이 둘러치다. 故國 옛성. 도읍지. 國은 나라가 아님. 繞 둘러치다. 淸江 맑은 강물. 실제로 남경의 양자강은 맑지 않다. 李白의 登金陵鳳凰臺에 二水兩分白露酒 -물은 둘로 갈라져 백로주가 되었다-라 했다. 진회수가 장강으로 흘러들어가는 모래톱을 묘사한 장면이다.
髻鬢 땋아올린 머리채. 솟은 산을 비유함. 對起 맞서 있다. 남경 부근의 경치.
怒濤 성난 파도. 寂寞 적막, 쓸쓸함. 打孤城 외로운 성벽에 부딪치다. 남경의 石頭城은 절벽으로 되어있다.
風檣 돗단배. 遙 멀리. 度 건너다. 天際 장강의 넓음을 과장한 표현.
斷崖 절벽. 樹 나무.
猶倒倚 거꾸로 서있다. 나뭇가지가 절벽에서 아래를 향하고 있음.
莫愁 전설의 비련의 미인. 노래 名人. 艇子 배. 誰繫 누가 매어놓았나? 막수호에 매어있는 배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남경에는 지금도 막수가 빠져죽었다는 莫愁湖가 있다.
空餘 헛되이 남았다. 舊迹 옛 모습, 옛 사적. 鬱蒼蒼 울창하다. 나무와 초목이 빽빽하다.
霧沈 안개가 짙다. 半壘 성의 절반을 가리고 있다.
深夜月 깊은 밤에 뜬 달. 過 지나다. 비추다. 女墻 낮은 성벽.
傷心 마음이 아프다. 역사무상에서 인생무상을 느꼈을 것이다. 東望淮水 동쪽으로 회수를 바라보다. 淮水는 장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지류.
酒旗 술집의 깃발. 戱鼓 연극할 때 치는 북. 甚處市 어디인가?
想依稀 짐작하다. 王謝 남조시대에 명문가 왕씨와 사씨. 隣里 가까운 마을.
燕子 제비. 不知 알지 못하다. 何世 어떤 세상인지. 남조, 왕사씨가 망한 줄도 모르고. 杜牧의 泊秦淮水에 '商女不知亡國恨 隔江猶唱後庭花 기녀는 망국의 슬픔도 모르고 강 건너에서 후정화를 부르고 있구나'라고 하였으니 그 시를 用事로 삼았다.
向 향하다. 尋常 늘, 항상. 아무렇지도 않게. 巷陌人家 백성들이 사는 집과 거리.
相對 서로. 제비가. 如說興亡 흥망의 무상함을 말하는 듯하다.
斜陽裏 석양 속에, 날은 저물어가는데-
唐 劉禹錫(유우석)의 烏衣巷
朱雀橋邊野草花 주작교에 들꽃이 피어있고
烏衣巷口夕陽斜 오의항에는 석양이 기운다.
舊時王謝堂前燕 옛날 왕씨 사씨 집에 날던 제비는
飛入尋常百姓家 백성의 집에도 날아드는구나.
이를 패러디한 장면이다. 우리는 이를 창의성이 없는 표절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한시에서는 이를 표절이라 하지 않고, 오히려 用事典故라 하여 높이 평가한다. 기존 작품의 활용은 시인의 식견을 입증하는 근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국인들이 표절, 도용을 거리낌없이 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