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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jamin Coffee Feb 07. 2021

신길

2.7

에 산다는 것은 내세울 것 하나 없지만 그렇다고 내세우기 뭐하지도 않은, 나만의 일기장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혼자 살았던 곳들을 되짚어보자면 서초와 대학로, 신길 쯤인데 서초야 창 하나 없는 2평짜리 하숙집(을 위시한 고시원)이었으니 논외로 하고, 대학로에는 '대학로'라는 이름 자체에 묻어있는 낭만이 있었다. 


그즈음 어딜 가든 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는 "대학로에 살고 있다"는 점을 앞세웠다. 그것만으로 나를 대체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낭만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신길에 와서부터는 무엇보다 효용을 생각하게 된다.


지리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 1호선과 5호선이 교차하고, 여의도는 서울교만 건너면 바로다. 2호선 라인만 제외하면 맘 편히 갈 수 있다.


단점도 물론 있다. 낭만이나 정취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모두 영혼을 빼앗긴, 집으로 흘러가는 직장인들이라는 점은 아무렇지 않다. 사실이긴 하지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우선 기차들이 코앞에서 지나간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라는 우스갯소리로 승화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큰 단점이다. 잠귀가 어두워서 다행이랄까.


무엇보다 걸어서 갈 만한 (할인/대형)마트가 없다.  영등포에 이마트가 있긴 하지만 자빠져있는 상태에선 아주 큰 결심이 필요하다. 


주위에 CU, GS25 등이 있긴 하지만 비쌀 뿐만 아니라 살만한 것도 별로 없다. 


작년 10월 신길 오피스텔에서 주상복합으로 이사했는데, 신축이라 상가에는 아무것도 안 들어선 상태였다. 


제발 마트가 생기길 기도했다(그렇게 홍보를 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카페 2곳(디초콜릿, 투썸)과 피자집(레코드 피자)이 들어선 게 전부다. 며칠 전 공사에 들어간 공간은 웬걸 알고 보니 CU다. 바로 건너편에도 CU가 있는데. 


하다못해 이마트24도 아니고 뭔 생각인지.


* 지금까지 동네에 마트가 안 생기는 사람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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