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된 바에 아무런 말이나 이어가볼까 한다.
멀리는 '도무지'(양희은)에서, 가까이는 '그러나'(아이유)로 시작하는 노랫말들처럼. '이렇게'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봤다.
아무렴 덧없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드래곤볼 손오공 피규어를 아무도 모르게 산 적이 있다.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어찌저찌 알던 친구가 교실에서 문득 손가락 두 개만한 피규어를 보여주더니 3000원(지금 기억으로는 그렇다)에 팔겠다고 했다.
무슨 요일 몇시까지 자기 집 앞에 오라고 했다.
돈을 어떻게 구했는지는 모르겠다. 어머니의 지갑에 손을 댔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모아둔 돈을 챙긴 것 같기도 하다.
밀거래 하듯 현관 앞에서 돈을 건네고 피규어를 받았다.
내가 기억하는 한 처음으로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낸 나만의 세계였다.
머지 않아 어머니의 발견으로 그 세계는 산산조각났던 것 같기도 하고(이 물건을 어디서 났냐는 질문을 들은 기억은 어렴풋이 난다), 불안한 가운데 나만의 비밀을 이어갔던 것 같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