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불신이라기보단 불안이다. 누구든 언제든 한 순간에 완전히 남이 돼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한다. 아마 그런 것 같다.
상대의 표정과 몸짓, 말투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네 소극적인 성향의 밑바탕에는 이런 무의식이 있다. 그런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너가 적절한(어렵지 않은) 상대에게 쉴새 없이 조롱과 놀림을 구사하는 것은 이런 강박에 대한 너 나름의 대응 전략이 아닐까 싶다.
그건 나의 진심이야. 아니지, 결코 진심은 아니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진심과 농담을 넘나드는 헛소리를 던짐으로써 '진실하다고 믿어지는' 상대와의 관계를 흔들어버리는 것. 관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관계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너의 전략이다. 그런 것 같다.
너가 신나하며 이 계략을 펼치다가도 문득 상대방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상했다 싶으면 바로 꼬리를 내려버린다. 너의 목적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뒤흔드는 것이지 결코 끊어내는 것은 아니니까.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
그렇다고 너가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큰 상처를 입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너는 왜 이 모냥인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너도 모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