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42

1.17

by Benjamin Coffee

과 나는 정확히 한 달 새 1년을 만났다.


'코트를 입는 것=트루 러브'라는 우스갯소리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부쩍 추워질 즈음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정확히는 내가 만나자고 했다. 사실 박력따윈 없었다. 익선동 한 술집에서였다.


너는 논알콜 모히또를 마셨다. 전날의 숙취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맥주를 두 잔 시켰다. 해야 할 말에 앞서 기본과자를 애꿎게 집어먹었다. 세 번 정도 리필한 것으로 기억한다. 분주한 손동작과 달리는 주저하며 말을 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상황은 시나리오와 다르게 이어졌다. 그런 중 "만나자"는 선언은 "만나볼까"라는 제안으로, 또 "만나보는 게 어떨까 싶다"는 혼잣말로 바뀌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너의 당황한 표정과 수줍어하는 표정을 구별하지 못했다. 네가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는 것만을 나는 겨우 알아채고 있었다. 나는 너를 제대로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다만 흘끔흘끔 바라본 너의 모습은 그랬다.


너는 그날 산 지 얼마 안 된 하얀색 패딩을 입고 왔고 나는 연하지도 짙지도 않은 파스텔톤 코트를 입고 갔다.


오늘 너는 연보라색 파스텔톤 코트를 입었다. 나는 그때와 같은 코트를 입고 너를 만나러 갔다.


한 달 같은 일 년이 지났고, 얼마 전 정점을 찍은 추위는 차츰 풀려가고 있다. 봄의 시작을 2주가량 앞두고


우리는 멕시칸 음식점에서 마주앉아 한 달 전 오늘을 스쳐가듯 기념했다.




미인과 '파워플랜트'에서 맥주 샘플러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