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인천공항 검색대가 8일 간격으로 연이어 뚫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1월 21일 중국인 부부가 일본행 비행기로 환승하지 않고 2시간30분 동안 숨어 있다 자동 심사대 문을 강제로 열어 통과했다. 그들이 입국장을 나간 뒤 밀입국에 성공하기까진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당시 입국장에는 보안검색요원이 한 명도 없었다.
8일 뒤 29일 베트남인 A(25)씨도 일본행 비행기로 환승하는 대신 무인 자동출입국심사대를 강제로 통과, 밀입국했다. CCTV를 확인한 결과 자동출입국심사대 주변에는 보안경비 근무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잇따른 밀입국 사건 이후 내놓은 대책…그러나
인천공항의 보안경비망의 허술함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이어지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뒤늦게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했다.
그런데 18일 ‘중앙일보’의 관련 보도에 따르면 그 실효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밀입국 사건 이후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심사 강화를 내세웠다. 1인당 평균 입국 심사시간을 기존 60초에서 5초를 더해 65초로 늘린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난 입국심사 시간이 과연 밀입국자를 가려내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반대로 이런 조치가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불만을 야기한다는 점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비록 5초라는 시간이 개인적 차원에선 미미해보일지 모르지만, 수많은 외국인 개인들의 소요시간을 누적해보면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다. 실제로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서 2시간까지 기다리는 외국인도 상당수다.
특히 이런 조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한국관광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어 더욱 우려된다. 인천공항 입국객은 올해 1월 241만5019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210만183명) 대비 1년 만에 30만 명 이상 증가한 셈이다.
◆ “빈대 없는 초가삼간 태우는 격”
이 문제를 다루는 논평은 일반적으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속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몇 안 되는 밀입국자를 가려내기 위해 수백만에 달하는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논리다.
하지만 기자가 보기에 이 문제의 본질은 해당 속담으로 온전히 비유될 수 없다. 만약 저런 비유가 가능하다면, 같은 주장은 해당 속담을 약간 비튼 “초가삼간 태우더라도 빈대 죽어 좋다”는 논리로 반박받기 쉽다.
이 문제는 결코 저런 식으로 반박될 수 없다. 문제는 양적인 차원이 아니라 질적인 차원에 있기 때문이다. 입국심사 강화라는 인천공항공사의 대응은 비유컨대 애초에 빈대 없는 초가삼간을 태우고 있는 것과 같다.
다시 밀입국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중국인 부부와 베트남인이 손쉽게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입국심사에 할애하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애초에 검색요원이 입국심사대에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간편히 밀입국 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간과한 건지 알면서도 모른 척 한 건지 기자가 알 도리는 없으나, 인천공항공사는 문제해결 방안을 문제의 원인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내놓았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고질적인 면피식·보여주기식 행정 때문이다. 어려운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골몰하느니, 피상적이지만 간단하고 특히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안일한 태도 말이다.
하지만 당장의 비난을 면하기 위해 그들이 간편히 택한 길은 종국적으로 씁쓸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엄하게 타버린 집의 흔적 위로 어디선가 빈대가 또 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
*출처: http://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