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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jamin Coffee Sep 12. 2019

New York 7

13.8

전날의 피로를 말끔히 씻고 집을 나섰다. 12시간 정도 자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들떴다. 화기애애. 퀸즈 플라자 역에서 뉴욕현대미술관(MOMA)로 향하는 지하철을 탔다. 퀸즈보로에서 막 출발했다.





5th avenue/53th street 역에서 내렸다. 또 망할 놈의 나침반이 먹통이 돼 한동안 헤맸다. 이 도시는 뮈 건물들이 다들 멋있고 예술적이고 거대해서 외관만으로 관광명소를 찾긴 힘들다.


아침을 먹으려는데 때마침 건너편에 핫도그 파는 푸드 카트가 있었다. 핫도그는 하나에 투 달러였다. 음료 하나씩을 골라 시켰다. 내용물은 생각만큼 빈약했다. 핫도그 빵에 소시지 하나 올려두고 몇 가지 선택사항을 말해준다. 케첩을 넣을 건지 머스터드 소스를 넣을 건지. 그리고 토마토소스 양파와 사워크림 양파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된다. 이게 끝. 한 세네 입이면 다 먹어치울 수 있는 정도의 양이다. 그래도 맛은 은근히 좋다. 그릴에 구운 듯한 특유의 탄내가 매력적이다. 콜라와 핫도그 해서 5달러 나왔다. 예상외로 콜라가 3달러였다. 비싸. 포장된 핫도그를 싸들고 먹을 만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마땅한 곳이 없어 그냥 길 한복판 계단에 앉아 먹었다. L은 이날도 태극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있었는데 왠지 좀 부끄러웠다. 빨리 먹어치우고 일어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듯.





드디어 모마에 입성. 내가 뉴욕 여행을 손꼽아 기다린 이유 중 하나. 개장하기 30분 정도 전인데도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원래 도네이션으로 1달러만 내고 들어가려 했지만 시간대를 잘못 알았던 건지 입장료 25달러를 다 받고 있었다. L이 전액을 다 낼 의향이 있다고 했고 나도 물론. 줄을 서러 들어갔는데 운 좋게도 딱 우리까지 실내에서 기다리게 해 줬다. 우리 뒤부터는 실외에서. 사람들이 깨나 불만이 많았다. 밖은 날씨가 추적추적. 비가 올 듯했는데 여간 안쓰러운 게 아니면서도 내심 쾌감을 느꼈다. 가끔 몇몇이 시티패스 같은 바우쳐를 들고 먼저 앞으로 갔다. 몇 가지 구매방식을 이용한 사람들은 따로 이 줄에서 기다릴 필요 없다, 고 직원이 고함지르며 설명했다.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개장시간이 되니 줄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실외에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금방 들떠서는 들어올 수 있었다. 도난 위험 때문인지 백팩을 보관소에 맡기고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송혜교가 기부해서 비치해뒀다는 가이드 책자를 들고 6층부터 아래쪽으로 보기로 했다.


6층에는 간단한 기념품 가게와 특별전시회가 있었다. 잘 모르는 사람인데 건축가면서 미술가인 듯했다. 와이파이가 잡혀서 L과 떨어져서 본 뒤 나중에 연락하자고 했다. 6층은 대충 둘러보고 5층으로 내려갔다. 내가 기대했던 작품들은 모두 5층, 6층 전시실, 회화와 건축 전시실 쪽에 있었다. 전시실 안에서도 아마 기부자 이름으로 돼있는 듯 여러 갤러리들로 나뉘어 있었다. 또 특이한 건 각 갤러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흑인이라는 점이었다.


첫 갤러리 첫 작품은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작품과 다른 멕시코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피카소, 세잔, 모네, 마티스, 고흐, 고갱, 마그리트, 앙리 루소, 조르주 쇠라, 잭슨 폴록, 로도코, 앤디 워홀, 뒤샹, 몬드리안 등 원 없이 다양한 작가들의 유명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그중에 압권은 역시 모네였다. 수련 연작은 일단 그 크기부터가 다른 그림들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한 대여섯 구간으로 나눈 뒤 그린 듯했다. 또한 모네 특유의 거칠면서도 섬세한 터치가 유화라는 특성에 딱 맞아떨어졌다.


3층, 2층은 현대 예술사진 건축 따위를 전시해놨는데 별로 관심도 없고 진작에 L은 다 보고 내려가 있었으므로 대충 훑어보며 내려갔다. 모마 기념품점에 괜찮은 디자인 상품들이 많다고 했다. 기념품 몇 개 사가려 했는데,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 비싸기만 해서 에라이, 그냥 맘에 드는 티셔츠나 하나 골랐다. 이러다 기념품 하나도 못 사고 내 것만 사가는 거 아니야? 마지막 날에 돈 남는 거 볼 때까진 일단 쇼핑은 신중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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