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보려 하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사람들이 기존의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선별하여 수용하고, 그와 반대되는 정보는 거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세 가지 주요 문제를 일으킵니다: 선택적 노출, 동기화된 추론, 그리고 증거 해석 능력 저하입니다.
‘원하는 결론을 위해 증거를 조사할 때, 우리는 “이걸 믿을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결론에 대해서는 “이걸 믿어야 할까?”라고 자문합니다.’
‘When examining evidence … for desired conclusions, we ask ourselves, “Can I believe this?",
but for unpalatable conclusions we ask, “Must I believe this?”’
/ Thomas Gilovich, How We Know What Isn’t So (1993) New York, US: Free Press, p.84.
1.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
확증 편향의 첫 번째 문제는 선택적 노출로,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지지하는 정보에 집중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외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고전 연구에서는 흡연자가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메시지가 포함된 녹음에서 노이즈를 제거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 뉴스 소비 패턴에서도 선택적 노출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중요한 사실이 아예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이며, 편향된 정보 환경을 강화합니다.
2.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Reasoning)
확증 편향은 사람들이 자신과 반대되는 정보를 접했을 때 해당 정보를 부정하고, 오히려 기존의 입장을 더욱 강화하는 문제를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연구에서는 사형 제도에 대한 입장을 가진 학생들에게 상반된 연구 결과를 제시했을 때, 학생들이 기존의 입장을 더 강하게 지지하게 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인지 부조화’로 인해 발생하는데, 충돌하는 두 가지 생각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는 근거를 찾아내고, 반대되는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3. 증거 해석 능력 저하
동기화된 추론은 증거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덴마크에서 233명의 지방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성과를 비교할 때 정치인들의 신념이 결과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어, 공립학교가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정치인들은 공립학교 성과가 더 높을 때 92%가 정확한 평가를 내렸으나, 사립학교 성과가 더 높다는 결과에서는 56%만 정확한 답을 했습니다. 즉, 추가적인 정보 제공이 오히려 신념을 더욱 강화시키고, 정책 결정에 필요한 객관적 판단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더 높은 지능이 편향을 강화할 수 있는 역설
놀랍게도,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일수록 동기화된 추론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과 반대되는 정보를 더 쉽게 인지할 수 있으며, 이를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비틀거나 재해석할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책 결정에서 편향을 줄이기 위해 단순히 더 많은 정보나 더 좋은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확증 편향은 정책 결정에서 정보 수용과 해석의 왜곡을 초래해, 정책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정책 결정자가 의도적으로 다양한 시각을 수용하고 편향을 자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기존 신념을 넘어서는 정보 수용 방안을 구축하고, 정책 설계 과정에서 다각적 검토와 객관적 평가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source: The Behavioural Insights Team / Behavioural Govern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