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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계속 틀릴까

by Raphael

"나는 이번에는 정확하게 예측했어."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의 예측은 놀라울 만큼 자주 빗나갑니다.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2배 오래 걸리고, 확신했던 거래는 성사되지 않으며, "절대 안 될 거야"라고 했던 일이 성공합니다. L행동과학에서 배운 불편한 진실은 우리의 판단이 체계적으로 왜곡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무작위 실수가 아닙니다. 예측 가능한 패턴으로 틀립니다. 이것이 바로 편향(bias)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편향들이 직장에서 어떻게 우리를 속이는지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 "나는 다르다"는 착각

월요일 아침 전사 회의. 신규 프로젝트 발표 시간입니다. IT팀장 준호가 앞으로 나옵니다. "우리 팀이 새로운 고객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겠습니다. 개발 기간은 3개월, 예산은 2억 원입니다."

CFO가 묻습니다. "준호 팀장, 이 예측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준호는 자신감 넘치게 답합니다. "저희 팀이 지난 5년간 진행한 유사 프로젝트들을 분석했습니다. 우리 팀은 경험이 많고, 이번에는 더 나은 도구도 있습니다. 3개월이면 충분합니다."

CTO가 끼어듭니다. "하지만 지난 3개 프로젝트를 보면, 모두 예상보다 50% 이상 지연되었는데요?"

준호: "그건 그때 상황이 특수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다릅니다. 우리는 배웠고, 준비되어 있습니다."

CEO가 동의합니다. "좋습니다. 준호 팀장을 믿겠습니다. 3개월 후 결과를 기대합니다."

회의실 뒤편에 앉아 있던 외부 컨설턴트 민수는 속으로 한숨을 쉽니다. 그는 이 패턴을 수십 번 봤습니다. 과신 편향(Overconfidence Bias)입니다.

회의가 끝난 후, 민수는 준호를 따로 불렀습니다. "준호 팀장님, 솔직히 물어볼게요. 3개월 안에 끝낼 확률이 몇 퍼센트라고 생각하세요?"

준호: "80% 이상이죠. 우리 팀 실력을 알잖아요."

민수: "그럼 이 질문에도 답해주세요. 지난 5년간 팀장님 팀이 진행한 프로젝트 10개 중 예정 기간 내에 완료한 것은 몇 개죠?"

준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답합니다. "...3개 정도요."

민수: "30%네요. 그런데 왜 이번에는 80%라고 확신하시나요?"

준호: "이번에는 진짜 다릅니다. 우리는..."

민수가 끊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말합니다. '이번에는 다르다.' 하지만 데이터는 말합니다. 여러분은 매번 과소평가합니다. 이것은 준호 팀장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민수는 노트북을 꺼내 그래프를 보여줍니다. "이것을 보세요. 제가 지난 10년간 이 회사의 모든 IT 프로젝트를 분석했습니다. 평균적으로 실제 소요 시간은 예상의 1.8배입니다. 예산은 1.5배 초과합니다. 그런데 매번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팀장들은 '이번에는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확신합니다."

준호는 불편합니다. "그럼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가요?"

민수: "아닙니다. 팀장님은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문제입니다. 과신 편향은 의도적 거짓말이 아닙니다. 우리 뇌가 자동으로 우리 능력을 과대평가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입니다."

민수는 세 가지 형태를 설명합니다.

"첫째, 과대평가(Overestimation). 팀장님은 자신의 팀이 실제보다 더 빨리,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둘째, 과위치(Overplacement). 팀장님은 자신의 팀이 다른 팀보다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회의에서 '우리 팀은 경험이 많다'고 하셨죠. 하지만 다른 팀들도 경험이 많습니다. 셋째, 과잉 정확성(Overprecision). 팀장님은 3개월이라는 예측에 너무 확신합니다. 실제로는 2개월에서 6개월까지 범위가 있는데도요."

준호는 저항합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처음부터 '5개월 걸릴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야 하나요? 그럼 프로젝트 승인도 안 받을 텐데요."

민수: "좋은 지적입니다. 하지만 과소평가해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마감을 못 맞추면 신뢰를 잃고, 팀원들은 번아웃되고, 품질은 떨어집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현실적으로 예측하는 게 낫습니다."

민수가 제안합니다. "이렇게 해보시죠. 팀장님의 내부 관점(우리 팀의 계획)이 아니라, 외부 관점(유사한 프로젝트들의 실제 결과)을 참고하세요. 지난 10개 프로젝트의 평균이 예상의 1.8배였다면,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3개월이 아니라 5~6개월로 보고하세요."

준호는 고민합니다. 그날 저녁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CEO를 찾아갔습니다. "어제 3개월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다시 분석해보니 현실적으로는 5개월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CEO는 의외로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5개월로 계획을 조정합시다."

5개월 후, 프로젝트는 정확히 5개월 만에 완료되었습니다. 팀원들은 과도한 야근 없이 일했고, 품질도 높았으며, 예산도 지켰습니다. 준호는 깨달았습니다. "정확한 예측이 빠른 예측보다 훨씬 가치 있구나."

여러분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하지만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당신이 미래의 당신을 예측하는 가장 좋은 지표입니다. 내부 관점이 아니라 외부 관점을 취하세요. 당신이 얼마나 특별하다고 생각하든, 통계는 당신도 평균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화요일 오후, 기억이 만드는 함정

화요일 오후, 마케팅팀 회의. 신제품 광고 전략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팀장 혜진이 제안합니다. "저희는 소셜미디어 광고에 집중해야 합니다. 요즘 모든 사람이 SNS를 보잖아요."

팀원 수진이 데이터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우리 타겟 고객층(40~50대)의 경우, TV 광고 도달률이 여전히 70%인 반면, SNS 광고는 35%밖에 안 됩니다."

혜진: "그래도 추세는 SNS 쪽이에요. 제 주변 사람들 다 SNS 하던데요."

수진: "팀장님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30대 아닌가요? 우리 타겟과는 다릅니다."

혜진: "하지만 최근에 SNS 바이럴로 대박 난 사례들 많잖아요. 저번에 그 화장품 브랜드, 그리고 저번 달에 그 식품 회사..."

외부 컨설턴트 민수가 끼어듭니다. "혜진 팀장님, 질문 하나 할게요. TV 광고로 성공한 사례는 몇 개나 떠오르세요?"

혜진: "음... 잘 생각이 안 나네요. 요즘 TV 광고로 히트친 게 있었나?"

민수: "작년 우리 회사 제품 중 가장 성공한 두 개가 TV 광고 기반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쟁사의 베스트셀러 제품 5개 중 4개도 TV 광고였습니다. 하지만 팀장님 기억에는 없으시죠?"

혜진: "...그렇네요. 왜 기억이 안 나죠?"

민수: "이것이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입니다. 우리는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합니다. SNS 바이럴 사례는 화제가 되고, SNS에서 공유되고, 우리가 자주 접하니까 쉽게 기억납니다. 반면 TV 광고는 '평범하게' 성공해서 화제가 안 되니까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민수는 계속합니다. "팀장님은 '요즘 모든 사람이 SNS를 본다'고 하셨는데, 이것도 가용성 편향입니다. 팀장님 주변 사람들(30대, 마케팅 업계)은 SNS를 많이 봅니다. 그래서 그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죠. 하지만 우리 타겟인 40~50대는 다릅니다. 그들은 잘 보이지 않아서 쉽게 떠오르지 않을 뿐입니다."

혜진은 인정합니다. "맞아요. 저는 제 경험을 전체로 일반화하고 있었네요."

민수가 더 극적인 예를 듭니다. "작년에 우리 회사에서 안전사고가 한 건 있었죠? 그 이후 안전 규정이 확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사고 전에도 우리 회사의 사고율은 업계 평균보다 3배 높았습니다. 그런데 왜 그전에는 아무도 문제 제기를 안 했을까요?"

팀원들이 조용합니다.

민수: "사고가 없을 때는 '위험'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번 큰 사고가 나니까, 갑자기 위험이 생생하게 느껴졌죠. 가용성 편향은 이렇게 위험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고, 눈에 띄는 것만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혜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민수: "첫째, 자신의 기억을 믿지 마세요. 데이터를 보세요. 둘째, 쉽게 떠오르는 사례들이 정말 대표적인지 물어보세요. 화제가 되었다는 것과 효과적이었다는 것은 다릅니다. 셋째, 눈에 안 띄는 것들을 의도적으로 찾아보세요. '왜 이것은 기억나지 않을까?'라고 질문하세요."

한 달 후, 혜진의 팀은 광고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SNS와 TV를 7:3으로 배분하려던 계획을 4:6으로 바꿨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TV 광고가 실제 매출의 60% 이상을 견인했습니다.

혜진은 팀 회의에서 말했습니다. "우리는 '화제가 되는 것'과 '효과적인 것'을 혼동했습니다. SNS는 화제가 되지만, 우리 타겟에게는 TV가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쉽게 떠오르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도 "요즘 다들 그렇게 한다"는 말을 자주 하나요? 하지만 "다들"은 누구일까요? 당신 주변의 비슷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쉽게 떠오르는 예시가 전체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기억이 아니라 데이터를 보세요.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숨어있는 것을 찾으세요.

수요일 오전, 첫 인상의 저주

수요일 오전, 구매팀의 재훈은 새로운 사무용품 공급업체를 찾고 있습니다. 세 곳에서 견적을 받았습니다.

A업체: 첫 미팅에서 "우리는 시장 최저가를 제공합니다. 정가는 1000만 원이지만, 특별히 700만 원에 드리겠습니다" B업체: "우리 견적은 650만 원입니다" C업체: "우리는 680만 원입니다"

재훈의 첫 반응: "A업체가 가장 좋은 것 같아. 300만 원이나 할인해주잖아!"

팀원 수진: "하지만 실제 가격은 B업체가 가장 싸잖아요?"

재훈: "그래도 A업체는 원래 1000만 원짜리를 700만 원에 주는 거고, B업체는 그냥 650만 원이잖아. 느낌이 다르지 않아?"

수진: "팀장님, 그 1000만 원이라는 '정가'가 진짜일까요? 그냥 높게 부른 거 아닐까요?"

재훈은 잠시 멈칫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

이것이 기준점 편향(Anchoring Bias)입니다. A업체가 먼저 던진 "1000만 원"이라는 숫자가 재훈의 뇌에 기준점으로 박혔고, 그 이후 모든 판단이 그 기준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외부 컨설턴트 민수가 사례를 들려줍니다. "작년에 한 부서에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도입했습니다. 첫 번째 업체가 제안한 가격이 5000만 원이었습니다. 그 부서장은 '너무 비싸다'며 다른 업체를 알아봤고, 3000만 원에 계약했습니다. '2000만 원이나 아꼈다'며 뿌듯해했죠."

"하지만 시장 조사를 해보니, 그 소프트웨어의 적정 가격은 1500만 원이었습니다. 첫 업체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했고, 그것이 기준점이 되어서, 3000만 원도 '싸다'고 느끼게 만든 겁니다. 결국 적정가의 2배를 지불한 셈이죠."

재훈: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민수: "첫째, 첫 번째로 제시된 숫자를 의심하세요. 그것이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둘째, 독립적인 시장 조사를 먼저 하세요. 상대방의 제안을 듣기 전에, 적정 가격 범위를 파악하세요. 셋째, 협상에서는 가능하면 먼저 숫자를 제시하지 말고, 상대방이 먼저 말하게 하되, 그 숫자에 휘둘리지 마세요."

재훈은 실험을 해봤습니다. 다음 협상에서 업체가 가격을 제시하기 전에, 시장 조사를 통해 적정 가격 범위를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업체의 첫 제시가 나왔을 때, 즉각 반응하지 않고 "시장 평균과 비교해서 검토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훈은 이전보다 평균 20% 더 나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기준점 편향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더 흥미로운 사례는 채용에서 나타났습니다. HR팀의 지은은 신입사원 연봉 협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지원자가 이력서에 "희망 연봉: 5000만 원"이라고 적어냈습니다.

지은의 첫 생각: "5000만 원? 너무 높은데... 4500만 원 정도로 협상해야겠다."

하지만 민수가 지적했습니다. "그 직무의 시장 평균 신입 연봉이 얼마죠?"

지은: "3500만 원 정도요."

민수: "그런데 왜 4500만 원을 생각하고 계세요?"

지은: "...지원자가 5000만 원을 요구해서, 그것보다 조금 낮게..."

민수: "그겁니다. 지원자가 던진 5000만 원이라는 기준점에 휘둘리고 계신 겁니다. 시장 평균이 3500만 원이라면, 그것을 기준으로 협상해야 합니다. 물론 그 지원자가 특출나다면 프리미엄을 줄 수 있지만, 그건 지원자의 '희망'이 아니라 '가치'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지은은 전략을 바꿨습니다. 지원자의 희망 연봉을 무시하고, 해당 직무의 시장 가치와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기준으로 평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3800만 원에 합의했고, 예산을 절약하면서도 지원자는 만족했습니다(시장 평균보다 높으니까).

여러분도 협상할 때 상대방이 먼저 던진 숫자에 끌려다니고 있나요? 첫 인상이 전체 협상의 틀을 만듭니다. 기준점을 통제하는 사람이 협상을 통제합니다. 상대방의 기준점에 휘둘리지 말고, 객관적 데이터를 기준점으로 삼으세요.

목요일 오후, "이번에는 다르다"는 착각 2.0

목요일 오후,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프로젝트 매니저 민지가 일정을 발표합니다.

"시장 조사: 2주 / 컨셉 개발: 2주 / 디자인: 3주 / 프로토타입 제작: 2주 / 테스트: 1주 / 최종 수정: 1주 / 총 11주, 약 2.5개월이면 완료됩니다."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계획은 완벽해 보입니다.

외부 컨설턴트 민수가 묻습니다. "민지 PM님, 각 단계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고려하셨나요?"

민지: "물론이죠. 각 단계마다 충분한 시간을 배정했습니다."

민수: "그럼 이 질문에 답해주세요.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는 몇 주가 걸릴까요?"

민지: "음...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진행되면... 9주?"

민수: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요?"

민지: "글쎄요... 문제가 많이 생기면... 15주?"

민수: "그런데 왜 11주를 공식 일정으로 잡으셨나요? 9주와 15주의 중간인 12주가 아니라?"

민지: "11주면 충분할 것 같았어요. 우리 팀은 경험이 있으니까요."

민수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것이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입니다. 우리는 프로젝트 기간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합니다. 특히 최선의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과소평가하죠."

민수는 유명한 사례를 들려줍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아시죠? 1957년에 시작할 때 예상 완공일은 1963년이었습니다. 6년 계획이었죠. 실제로 완공된 건 1973년입니다. 10년 초과. 예산은 700만 달러 예상이었는데, 실제로는 1억 200만 달러가 들었습니다. 14배 초과."

팀원들이 웅성거립니다.

민수: "이것은 극단적 사례가 아닙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들에게 논문 완성 시간을 예측하게 했습니다. 평균 예상은 34일이었지만, 실제로는 56일이 걸렸습니다. 64% 초과. 그리고 학생들에게 '최악의 경우'를 물었을 때, 그들은 49일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그보다도 길었습니다."

민수가 질문합니다. "민지 PM님, 지난 5개 프로젝트를 돌이켜보세요. 예정 기간 내에 완료한 프로젝트가 몇 개죠?"

민지는 잠시 생각합니다. "...1개요. 나머지는 다 지연됐어요."

민수: "몇 퍼센트 지연됐나요?"

민지: "평균... 40% 정도?"

민수: "그렇다면 이번 프로젝트도 40% 지연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11주가 아니라 15~16주로 계획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민지는 저항합니다. "하지만 15주라고 하면 프로젝트 승인이 안 날 수도 있어요. 경영진은 빠른 결과를 원하니까요."

민수: "바로 그 생각이 문제입니다. 비현실적으로 낮은 기간을 제시해서 승인을 받고, 나중에 지연되어 신뢰를 잃는 것과, 처음부터 현실적인 기간을 제시하는 것 중 어느 게 나을까요?"

민수는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내부 관점이 아니라 외부 관점을 취하는 겁니다. '우리 팀의 이번 계획'이 아니라 '유사한 프로젝트들의 실제 결과'를 보는 겁니다. 지난 5개 프로젝트가 평균 40% 지연됐다면,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계획을 세울 때,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를 체계적으로 나열하세요. 사전 검시(Pre-mortem)라고 합니다.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가정하고, 그 이유를 미리 상상하는 겁니다."

민지는 팀과 함께 사전 검시를 해봤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3개월 안에 완료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팀원들이 쏟아냅니다.

"시장 조사 결과가 애매해서 재조사가 필요할 수 있다"

"디자인 단계에서 여러 버전이 나와서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

"프로토타입 제작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테스트 결과가 나쁘면 대규모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이 상충할 수 있다"

리스트는 20개가 넘었습니다. 민지는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민지는 일정을 수정했습니다. 11주가 아니라 16주로. 그리고 각 단계마다 버퍼를 넣었습니다. CEO에게 보고할 때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비현실적으로 짧은 기간을 약속하고 못 지키는 것보다, 현실적인 기간을 약속하고 지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CEO는 의외로 긍정적이었습니다. "솔직해서 고맙습니다. 16주로 갑시다."

16주 후, 프로젝트는 정확히 15.5주 만에 완료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예정 기간 내에 완료한 프로젝트였습니다. 팀원들은 과도한 스트레스 없이 일했고, 품질도 높았습니다.

민지는 배웠습니다. "계획 오류는 낙관주의가 아니라 현실 부정입니다. 과거 데이터가 명확히 보여주는데도, '이번에는 다르다'고 믿는 것. 하지만 이번도 지난번과 비슷합니다. 항상 그래왔듯이."

여러분도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번에는 제대로 될 거야"라고 생각하나요? 하지만 지난 5번을 돌아보세요. 몇 번이나 계획대로 되었나요? 과거가 미래를 예측합니다. 당신이 얼마나 준비되었다고 생각하든, 예상치 못한 문제는 항상 발생합니다. 버퍼를 넣으세요. 그것은 여유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금요일 오전, 편향과 함께 살기

금요일 오전, 전사 교육 세션. 외부 컨설턴트 민수가 한 주간의 관찰을 바탕으로 발표합니다.

"여러분, 이번 주 우리는 네 가지 주요 편향을 목격했습니다. 과신 편향, 가용성 편향, 기준점 편향, 계획 오류. 그리고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편향들을 제거할 수 있을까요?"

회의실이 조용해집니다.

민수: "답은 '아니오'입니다. 편향은 인간 뇌의 작동 방식에 내장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완벽하게 합리적으로 생각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빠르게 생각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휴리스틱(heuristic), 즉 정신적 지름길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유용합니다. 모든 결정을 완벽하게 분석할 시간도 없고, 능력도 없으니까요. 문제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같은 지름길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민수는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첫째, 인식입니다. 자신이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세요. '나는 합리적이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가장 비합리적이 됩니다."

"둘째, 체크리스트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 질문들을 하세요:

나는 과거 데이터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내 느낌을 믿고 있는가?

쉽게 떠오르는 사례가 정말 대표적인가?

누군가 숫자를 먼저 제시해서 내 판단이 휘둘리고 있지는 않은가?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희망이 아니라 사실인가?"

"셋째, 외부 관점입니다. 나만 보지 말고, 유사한 상황들을 보세요. 나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통계적으로는 평균에 가깝습니다."

"넷째, 다양성입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같은 편향을 공유합니다.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을 의도적으로 포함시키세요."

"다섯째, 사전 검시입니다. 결정하기 전에, 이것이 실패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지 상상하세요. 낙관주의의 브레이크입니다."

CEO가 질문합니다. "그럼 우리는 항상 데이터만 믿고, 직감은 무시해야 하나요?"

민수: "좋은 질문입니다. 아닙니다. 직감도 중요합니다. 특히 경험이 많은 분야에서는요. 하지만 직감을 '확인'해야 합니다. 직감이 '이것은 위험해'라고 말한다면, '왜 위험하다고 느끼지?'라고 물어보세요. 그리고 그 느낌이 실제 패턴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편향에 기반한 것인지 구분하세요."

"경험 많은 소방관의 직감은 믿을 만합니다. 그들은 수천 번의 화재를 경험했고, 패턴을 학습했으니까요. 하지만 1년에 한 번 하는 전략적 결정에 대한 CEO의 직감은 조심해야 합니다. 그 결정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으니까요."

CFO가 덧붙입니다. "결국 균형이네요. 데이터와 직감, 내부 관점과 외부 관점, 속도와 정확성."

민수: "정확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입니다. '나는 틀릴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 확신이 클수록, 한 발 물러서서 '정말 그럴까?'라고 물어봐야 합니다."

교육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최근 결정들을 돌아봤습니다. 얼마나 많은 결정이 편향에 기반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알았다면 다르게 결정했을지.

마케팅팀의 혜진은 "저는 제 주변 사람들을 전체로 착각하고 있었어요"라고 고백했습니다.

IT팀의 준호는 "매번 '이번에는 다르다'고 믿었는데, 한 번도 다르지 않았네요"라고 웃었습니다.

구매팀의 재훈은 "상대방이 던진 첫 숫자에 계속 휘둘렸어요. 이제는 제가 기준점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다짐했습니다.

다음 월요일을 위한 편향 체크리스트

한 주간 우리는 편향이 얼마나 교묘하게 우리를 속이는지 봤습니다. 중요한 것은 편향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그것은 불가능합니다), 편향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다음 월요일,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이 질문들을 자신에게 해보세요:

과신 편향 체크: "나는 이 일을 몇 퍼센트 확률로 성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과거 유사한 일에서 실제 성공률은 얼마였는가?"

계획 오류 체크: "이 프로젝트는 얼마나 걸릴까? 그리고 과거 유사한 프로젝트들은 실제로 얼마나 걸렸는가? 나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그 근거는 희망인가, 사실인가?"

가용성 편향 체크: "내가 쉽게 떠올리는 사례들이 정말 대표적인가? 눈에 띄어서 기억나는 것은 아닌가?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준점 편향 체크: "누군가 숫자를 먼저 제시했는가? 그 숫자가 내 판단을 왜곡하고 있지는 않은가? 독립적인 기준은 무엇인가?"

편향은 적이 아닙니다. 편향은 우리 뇌가 복잡한 세상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문제는 이 도구를 사용해서는 안 될 때도 자동으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속도를 늦추세요. 자동 모드를 끄고, 수동 모드로 전환하세요. 자신의 첫 직감을 의심하세요. 그리고 물어보세요.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완벽한 판단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조금 덜 틀리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장기적으로 큰 차이를 만듭니다.

이제 선택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계속 편향에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편향을 인식하고 관리할 것인가? 그 선택부터가 이미 당신의 판단 능력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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