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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Oct 21. 2020

남편표 수제 막걸리와 막슐랭 기록

막걸리 좋아하는 남편, 기록 좋아하는 아내


어느 날인가 마트 문화센터에서 막걸리 만드는 것을 체험하고 온 남편이 별안간 막걸리에 푹 빠져서 수제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 막걸리 저 막걸리 사 오기 시작했다. 기록을 좋아하는 나는 남편의 취미 기록을 자처하여 사진과 영상을 찍어 댔고, 막걸리의 맛과 느낌 제품 디자인 등 면밀히 관찰하여 그 내용을 블로그에 기록해 나갔다.



8일간의 막걸리 대장정

 

                                                                                                                                                                            

누룩을 손으로 정성껏 빚어 찹쌀과 함께 유리병에 담는다. 생활용품샵에서 무려 5000원짜리 온습도계를 구입해 와서 20도씨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1주일간 주기적으로 관찰했다.            


                                   

8일 동안 완성한 남편 표 수제 막걸리에 대한 나의 객관적인 평가는 이러했다.                                                                                                                                                 

1. 맛이 매우 진하다. 느린 마을 막걸리의 3배 이상의 진하기 랄까.

2. 시큼한 막걸리 맛이 난다. (자연스러운 맛)

3. 머리가 아프거나 할 정도의 알코올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수제 막걸리이다.

4. 좀 더 달달했으면 좋겠다.                                               


뭐 이런 등등의 이야기였다.


                                                                                                                                                      

남편은 오전에 한번 막걸리 유리병의 뚜껑을 한번 열었다가 닫으니 신맛이 더 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조청쌀엿을 사와 물에 녹여서 부어 보았는데 신맛이 좀 가셨다. 남편이 조청쌀엿을 고른 이유는 막걸리도 재료가 쌀이고 조청쌀엿도 쌀이 원재료인 엿이라 적합하기 때문이라 한다. 이렇게 수제막걸리에 대한 피드백까지 완료를 하고는 수제 막걸리가 비싼 이유와 우리나라 막걸리 회사는 참 막걸리를 잘 만든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막걸리를 좋아하시는 교회 권사님인 우리 엄마도 우리가 만든 수제 막걸리의 맛을 궁금해 하셨지만 막걸리에 대한 안좋은 기억을 심어 드리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막슐랭

집에서 직접 수제 막걸리를 만들어 본 후 마트에 갈 때마다 남편은 막걸리 코너에 향하기 시작했다.  마침 치킨+미슐랭의 합성어 치슐랭이 유행할 적에 막걸리+미슐랭의 합성어 '막슐랭' 이란 이름하에 남편이 구입해 오는 막걸리를 같이 한두잔씩 마시며 막걸리에 대한 기록을 해 보았다. 맛에 대한 평가를 깊이 있게 하는 남편과 인터뷰하여 그 내용을 기억해 두었다가 블로그에 옮겨 적었는데 흔한 30대 후반인 남편의 막걸리 맛 평가는 이러했다.

         

남편의 막걸리 맛 평가                                                                                                                                           

1. 깔끔한 맛.

2. 아스파탐의 느끼하고 텁텁한 맛이 없음.

3. 입국을 사용했기 때문에 전통 누룩향은 없음.

4. 아침*살에 알코올을 섞은 맛.

5. 쌀알이 아니라 쌀가루를 발효시킨 (듯한) 맛.                                               



장수 막걸리만 있는 줄 알았지만 세상에 얼마나 많은 막걸리가 있는지 그 막걸리는 왜 맛이 다른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막걸리의 맛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 깊은 듯 얕은 듯한 체험에서 얻은 지식이 쌓여갔다. 가령 일자가 지날수록 단맛이 줄어들고 신맛이 올라가며, 탄산 미는 9일째가 제일 높다. 는 둥 그런 사소하지만 면밀히 바라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 것들 이다.



나와 다른 MBTI 성향을 가진 남편은 기록 하기를 극도로 꺼려 하지만 기록을 사랑하는 나는 남편을 위해 기꺼이 막걸리 로그를 남겼고, 그 기록은 남편과 나의 추억이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천생연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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