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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May 17. 2021

식빵 단 4장으로 즐기는 우리집 베란다 홈카페

허니브레드와 러스크가 별거더냐


약속 없는 주말, 비 예보가 내심 반가웠다. 정수리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쌩뚱맞은 더위에 한참 약이 올랐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꽤 오래 보관한 벌크 식빵이 있었는데 꺼내보니 상태가 괜찮아 보인다. 비도 오는데 식빵 4장으로 홈카페 분위기 좀 내볼까 싶어 도마를 꺼냈다.




러스크가 이렇게 간단했나

우선 끄트머리를 잘라내 러스크를 만들어 보았다. 감자나 양파의 껍질을 버리듯, 식빵의 사각 끄트머리 역시 버려도 그만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러스크는 충격이었다.



이제는 러스크를 먹기 위해서라도 식빵을 사고 싶은데, 이 러스크는 '요리 바보'인 나도 3분컷이면 뚝딱 해낼 수 있다.


먼저 후라이팬에 크래미 만하게 버터를 올려 녹인다. 그다음 황설탕을 한 숟갈 뿌린다.라고 했어야 했는데 성질 급한 나는 식빵 4장 끄트머리를 바로 팬에 투하!


'아이고, 이게 아닌데!' 싶었지만 타이밍이 생명이므로 그제라도 황설탕 한 술을 빠르게 팬에 흩뿌린다.


나무 주걱으로 휘휘 젓다가 불을 끄고 계피가루(계피가루는 꼭 있어야 하는 재료다) 를 톡톡 뿌린 다음, 다시 한번 불을 확 올렸다 끄면 바삭하고 달달한 식빵 꼬다리 러스크가 완성된다.


'이게 과연 내가 만든 건가?' 싶을 정도로 맛있었던 러스크와 집 앞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해 온 다크 로스팅 아메리카노를 함께 먹으니 홈카페가 별거더냐 싶었다.




남은 식빵 알맹이로 허니브레드

손 : 반려인

허니브레드는 요리 똥손인 나보다 요리를 잘하는 반려인이 만들었다.


녹인 버터에 꿀을 넣고 파슬리가루를 양껏 뿌린다. 파슬리가루는 많이 뿌려도 특별한 맛이 안 난다.

맛있어 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파슬리의 역할인 걸까.




녹인 버터와 꿀, 그리고 파슬리가루 (다진 마늘도 조금 넣으면 더 맛있다) 섞은 다음 식빵 위에 한 장씩 발라 올린다.


에어프라이어에 8분 정도 돌리면 커피숍에서 나오는 허니브레드 부럽지 않은 근사한 간식이 완성된다.




창밖으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디저트를 즐기는 이 시간, 주말 오후가 두배로 여유롭고 행복해진다.




식빵 4장으로 만든 근사한 주말 오후였다. 벌크식빵 하나면 충분히 근사한 홈카페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직 일요일 밤인데 벌써부터 주말이 기다려진다. 내일은 퇴근 길에 다가 올 주말에 대비해 (?) 마트에서 식빵을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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