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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Aug 15. 2021

코스트코 코 앞에 살면서 코스트코 안 가는 이유

이 글을 코스트코가 싫어합니다.


담벼락을 뛰어 넘으면 코스트코가 있는 우리집은 코스트코를 품은 아파트, 일명 '코품아' 이다. 처음 이 집에 이사 왔을 때는 코스트코 회원권을 등록해 가성비 최상인 코스트코 피자와 콜라를 먹기도 하고, 피지오겔 로션 등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 최저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하기도 했다. 코스트코에서는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지만 종종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있었다. 주말에 코스트코 주변으로 차들이 모여들어 빵빵대는 통에 주말에 달콤한 낮잠에 방해가 되었던 점이 가장 큰 예시다. 코스트코에는 왜 이렇게 사람이 몰릴까. 나의 살림력이 부족한 탓에 결국 코스트코 회원권을 해지했다. 그럼 지금부터 코스트코가 코 앞에 살면서 코스트코 안 가는 이유 네가지를 (3가지만 쓰려 했는데 쓰다보니 4가지가 되었음) 이야기 해 보겠다.



*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생각이며 개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 코스트코를 비난하고자 하는 글이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



첫째, 주 카드가 현대카드가 아니다.

사원증으로 현대카드를 쓰고 있지만 주로 쓰는 카드는 아니다. M포인트가 낯설어 활용을 잘 못하기도 한다. 게다가 체크카드를 쓰기로 다짐하고서는 현대카드를 더 이상 쓸 이유가 없었다. 벌써 첫번째 이유만으로 코스트코를 안 가는 이유가 명확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첫번째 이유만으로는 약하다. 코스트코 제품들이 할인 폭이 큰 건 사실이니까.



둘째, 2인 가족에게 다소 투머치한 양.

남편과 나 둘이 살고 있는 집의 냉장고에는 반찬과 식재료로도 꽉 채워져 있다. 재작년, 코스트코 회원권을 신청하고 만족스럽게 구입한 것은 꼬막비빔밥과 크로와상이다. 일단 크로와상은 양이 많아서 냉동해 두었다가 전자렌지에 데워먹는 방법을 선호하는데 그러기엔 양도 많고 부피도 커서 냉동실 칸을 너무 많이 차지한다. 흑흑. 그럼 저희집 냉동만두 군단은 어디로 이동해야 하죠. 꼬막비빔밥도 양이 어찌나 많던지. 평소 우리집에 손님이 잘 오는 편이라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아서 먹다 남은 음식은 처치곤란이기 일쑤였다.



셋째, 대용량 짐을 들고 올 때의 번잡함.

코스트코 카트는 국내 여느 마트의 그것 보다 훨씬 크다. 우리 아파트에서 코스트코를 이용하는 몇몇 사람들은 마트 카트를 집 앞 까지 끌고 들어 온다. 소위 '코품아'(코스트코 품은 아파트) 의 특권이랄까. 편하기는 한데, 당사자에게만 편할 뿐 엘리베이터를 가득 차지하는 카트는 이웃들에게도 민폐이며, 코스트코 측에서도 역시 아파트까지 가져간 카트를 찾아 가져와야 하니, 적잖이 불편을 초래한다.



넷째, 들어갈 때 7시, 나올 때 9시

너무 넓어서 쉽게 이성을 잃고 목록에 없었던 물품을 둘러 보며 시간낭비 하게 된다. 코로나 시국에 긴긴 줄을 뚫고 어떻게 들어 온 코스트코냐! 들어온 게 아까워서라도 왔을 때 한번에 본전은 뽑아야지 하는 생각도 들면서 이것저것 둘러보며 오래 시간을 보낸다. 신발이 새로 들어왔는데 마침 세일까지, 그것도 네이버 최저가 보다 싸다? 그럼 신어봐야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구매력이 폭발한다. 갉아먹는 내 시간은 생각하지 못한채 말이다.  더구나 지하 1층 계산대에서 순서를 기다리다보면 카트를 놓고 그냥 가고 싶을 정도이니, 사람이 많이 몰리는 때를 최대한 피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을 쓴 이유는 코스트코 회원 신청을 안 하겠다는 당위성을 상기하고 다짐 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쓰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집 앞 코스트코가 나를 유혹한다. 혹시 나와 같은 상황(2인 가족)에서도 지혜롭게 코스트코를 활용하는 분이 계시다면 저를 코스트코 회원으로 전도하는(?) 댓글을 부탁 드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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