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케냐에 온 건 2015년 6월이었습니다.
지극히 논리적으로 사고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사회의 보편적 기준에 맞춰 살아오던 관성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평생 쭉 이어오던 선에서 손을 떼고 알 수 없는 곳에 점을 하나 찍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감싸 안고 케냐를 가기로 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성우입니다.
처음 케냐에 온 건 2015년 6월이었습니다. 2014년에 대학원에 입학하여 환경공학을 공부하고 있었던 저는 매일 적어도 한번은 달리며 지극히 개인적인 열망이었던 달리기라는 것을 내 삶에 더 깊게 들여오고 싶었습니다. 케냐에 가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사는지 직접 경험하고 싶은 마음은 저를 케냐로 이끌었죠.
지극히 논리적으로 사고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사회의 보편적 기준에 맞춰 살아오던 관성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평생 쭉 이어오던 선에서 손을 떼고 알 수 없는 곳에 점을 하나 찍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감싸 안고 케냐를 가기로 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4일 전, 2019년 4월 3일 수요일. 거의 4년이 지나서야 케냐로 돌아왔습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짧지 않은 그 시간은 삶과 달리기를 대하는 자세를 바꿔놓았습니다. 2015년에는 그 누구보다도 더 빨리 달리고 싶었던 마음이 동기가 되어, 케냐 선수들로부터 어떻게 빨리 달리 수 있는지를 배우고 싶은 명확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니면 언제?’라는 마음이 결정을 내리는 것에 불을 붙였었습니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이번에는 왜 왔는지, 케냐에 도착해 와서도 아직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작지 않은 돈을 들여서, 그리고 3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계획해 놓고, 떡하니 와서 말이죠. 이 뉴스레터의 첫 편을 이제야 발송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3개월 후에 되돌아 봤을 때 ‘잘했다’ 할 수 있는, 어떤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케냐 마라토너들은 천천히 뛴다>에서 소개한 브라더 콤의 3주 캠프에 들어가, 그 누구보다 많은 세계 챔피언들을 육성한 그의 코칭을 직접 경험할 것입니다. 16살 때 뉴질랜드에서 이텐 케냐로 와서 훈련을 시작하여 세계적 선수들이 된 Robertson 형제들, 세계 마라톤 기록 3위 보유자 Wilson Kipsang, 로드 10km 세계 신기록을 갈아 치운 19살의 Ronex Kipruto, 그리고 운이 좋다면 Eluid Kipchoge 까지, 세계적 선수들과 코치들을 인터뷰하고 영상에 담고 싶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지금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빠르게 달리기’라는 목적 없이, 이들의 삶을 옆에서 같이 직접 체험하고, 그 삶을 글과 영상에 잘 담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것이 나에게 ‘가장 궁금하고, 가장 잘 해내고 싶은 것’ 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한 시간이 아닌,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아직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모험과 도전을 하고 싶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온 이텐은 그대로입니다. 도착한 지 4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텐 생활에 적응해 버렸습니다. 2,400m 고지대의 작은 마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 손에 잡힐 듯한 구름, 푸른 하늘, 신선한 음식들, 넘쳐나는 시간 - 같은, 소소한 기쁨들과 안락함을 느끼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간단한 조깅을 하고, 오후에 한 번 더 달리거나 푹 쉽니다. 지난 4년 동안 항상 부족했던 시간이, 갑자기 너무 많아져서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고민은 다음 주 월요일 4월 8일에 브라더 콤의 캠프가 시작되면 아마 작아질 것 같습니다. 그 전까지는 현지 생활에 적응 하는 것,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보면서 ‘허접한 콘텐츠’를 아주 많이 만들어 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만드는 콘텐츠가 단 한 사람이라도 지금까지 수년동안 생각만 했던 작은 혹은 큰 모험을 떠나는 것에, ‘내’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내’가 선택하는 것에 대해 영감을 주면 좋겠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시고, 시간을 내서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앞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 6시 3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김성우 드림
*본 글은 2019년 4월 부터 6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이텐 케냐에서 달리기를 배우며 생활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적은 글입니다. 이텐에서 생활하면서 한 주에 글 하나를 썼으며, 제 개인 뉴스레터에 담아 구독자분들께 발송하였습니다. 브런치에는 처음으로 소개합니다. 이 글들은 책 <마인드풀러닝:케냐 이텐에서 찾은 나를 위한 달리기>에 편집되어 에필로그로 들어가기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