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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나처 Nov 10. 2024

나보다 자식

스토리 #10

창가에서 내다 보이는 바깥은 어두컴컴 해져 있습니다.

조금 지나니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프로그램 끝내고 오후 두 시 반인데 마치 퇴근 시간이 다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날씨입니다.

은행나무님이 물리치료사 구령에 맞추어 워커 잡고 걸어 나오 십니다.



은행나무님은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편마비 상태로 요양원에 오셨습니다.

왼편은 괜찮은데 오른편이 많이 불편하십니다.

그래서 매일 이 시간이면 왼쪽발을 디뎌 오른쪽 발을 띄워 옮기는 연습을 하십니다.

물론 평소에는 휠체어 이용 하시지만 마비가 더 이상 진행 되지 않도록 매일 반복하여 재활 운동을 하십니다.

많이 힘드실 텐데 짜증 한번 내시지 않고 아주 열심히 하십니다.


“어르신 힘들지 않으세요?” 하고 여쭤보면

“힘들어도 어떡해요 이렇게 해야 우리 애들 오래 보지요” 하시며 잔잔한 미소 보여 주십니다.

“내가 오십에 혼자되었어요, 집사람 먼저 보내고 애들 셋 키우며 살았지요” 하시며 창밖 빗줄기를 보십니다. 

한참을 하염없이 비 바라보시고 계시더니,

“젊어서 애들 키우느라 내 건강 관리 못해서 이렇게 되었어요”

“이제 살만하니 몸이 따라주지 않네요”

“난 내가 요양원에 데려다 달라고 우리 애들 졸랐어요 늙어서 애들한테 짐이 되기 싫어서요”

저는 눈물이 날 것 같아 더 이상 대화할 수 없었습니다.


요양원에 계시는 저의 친정 엄마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저의 엄마도 젊어서 당신 몸 돌보지 않고 일만 하셔서 팔, 다리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습니다.

도저히 혼자 생활할 수 없었습니다.

저의 엄마께서도 당신 스스로 요양원 고집 하셔서 우리 자식들은 꺾이지 않는 엄마 고집에 손 들었습니다.



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그렇듯이 은행나무님은 끝까지 자식들 생각만 하십니다.

부모님은 항상 자식 생각 하시지만 우리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꼭 친정 엄마께 전화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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