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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나처 Nov 06. 2024

꿈속으로

스토리 #9

새벽 05시, 아직도 밖은 깜깜하고 실내도 어슴프레 합니다.

야간 근무 시간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어르신들 위생케어 하고 아침 식사 준비해서 수발해 드려야 하기에 야간 근무 중 가장 바삐 움직여야 할 시간입니다.

밤이면 더 아파하시고 기침소리도 더 심하고 또 이승 등지실 일도 주무실 시간에 많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별다른 일 없이 아침을 맞이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1호 방으로 먼저 들어가 불 켜고 창문 열어 봅니다.

황소가 들이밀듯 찬바람이 확 들어와 따뜻한 온기들 부둥켜안아줍니다.

온갖 바이러스 품고 있던 온기는 찬바람과 함께 달아날 채비를 합니다.



메밀꽃님이 한쪽 눈만 빼꼼히 뜨시며 “아이 추워 왜 문을 열고 지랄이야” 고함치시며 짜증 내십니다.

그러고는 곧장 꽃잎 뜯기 작업 시작하십니다.

정확한 병명은 모르지만 피부에 심한 발적 있고 그에 따른 가려움증으로 깨어 계시는 시간에는 심하게 긁으시며 각질을 뜯어내고 계십니다.

너무 심하게 긁으시면 진물이 나고 피도 나기도 합니다.

그 진물과 피가 말라 헌디딱지가 되고 그 딱지가 자연스레 떨어지기 전, 메밀꽃님은 가려움을 참지 못해 긁어 떼어 내시곤 합니다.

얼마나 가려운지 우리는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서둘러 정리합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습니다.

그래도 수시로 그리 하지 않으면 침상과 주변은 일부러 메밀껍질 쏟아 놓은 것 같이 각질이 쌓이기에 시간 나는 대로 정리해 드립니다.

메밀꽃님은 부지런히 정리하고 있는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아유 추워 빨리 이불 덮어 줘 왜 새벽부터 지랄이야 이 미친년들아”

“네 빨리 서두를게요. 조금만 참아 주세요”

저의 손은 침상과 바닥을 날아 다는 듯 쓸어 정리합니다.

온기가 찬바람 따라 모두 도망갔을 즈음 저는 창문 닫고 이불 끌어다 어깨 위까지 덮어 드립니다.

메밀꽃님은 어렵게 뜨고 쳐다보셨던 한쪽 눈을 다시 감고 스르르 또 다른 꿈나라로 가십니다.



그 꿈속에서는 부디 가려움이 없이 맑고 깨끗한 피부로 놀다 오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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