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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나처 Dec 21. 2024

부러움이 가져온 참사

스토리#27

밤이 길어 밝아지지 않는 어둠을 원망하며 지루함을 달래 봅니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는데 잘 주무시고 계시는 어르신들 방을 기웃거려 봅니다.


5호 방을 지나는데 모기소리 만한 신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놀라 들어가 보니 매화꽃님이 잔뜩 웅크리고 앉아서 바늘 끝으로 당신 발등을 찌르고 계십니다.

원장님과 간호 선생님께 전화를 하고 알코올솜으로 피를 닦아 드립니다.

요양원 가까이 사시는 간호 선생님이 먼저 달려와 응급 처치를 하십니다.


매화꽃님은 바느질하시길 좋아하셔서 처음 입소하실 때부터 보호자 합의하에 반짇고리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천을 오려서 옷에 덧대고 또 잘라내고 하시기를 반복하시며 하루를 보내십니다.

새 옷을 사다 드려도 반나절이면 누더기 옷으로 만드시는 게 취미이신가 봅니다.

그렇게 늘 바느질을 하고 계셔도 4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어제 낮에 같은 방에 계시는 나리꽃님의 보호자분들이 면회 왔었다고 합니다.

그때 옆에 계시던 매화꽃님이 “우리 애들은 내가 여기 온 지 4년이 되었는데 한 번도 안 와요”

“어쩜 새끼들이 지 에미를 이렇게 버려놓고 와 보지도 않는지… 망할 놈들”

사실 4년 동안 찾아오지 않는 자식이 어디 있을까요?

매화꽃님 보호자들은 자주 면회 오시는 편입니다.

안 쓰는 옷감도 가져다 드리고 예쁜 천과 예쁜 옷도 사다주시곤 합니다.

그러기에 매화꽃님이 바느질을 계속 취미 삼아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나리꽃님이 상황이 좋지 않아 면회실로 모실 수 없었기에 보호자들이 생활실로 오셔서 면회한 것이 문제 발생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 상황을 아실리 없는 매화꽃님은 보호자들이 아무리 자주 면회 오셨어도 기억에 없고 면회 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나리꽃님 보호자들이 면회 마치고 가시자 비꼬는 말투로

 “새끼들이 우르르 왔다 가니 좋슈?"

 “내가 죽어야지 망할 놈들 지 에밀 버려놓고 한 번도 안 와?” 하시며 한참을 우셨다고 합니다.

그 울분이 이 새벽 자해로 이어졌던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드셨어도 시샘과 부러운 마음은 버려지지 않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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