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그랜드 퀘스트를 다녀와서
일하고 있는 곳에서 이차전지, 수소, 원자력(SMR) 분야를 다루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관련해서 좋은 세미나/포럼 혹은 학회가 있으면 참관하는데 서울대에서 그랜드퀘스트(Grand Quest)라는 타이틀로 좋은 세미나가 있어서 다녀왔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는 현택환 교수님과 성영은 교수님께서 수소와 관련 있는 효소모방 촉매라는 주제로 강의와 대담회를 열어주셨는데, 꽤 인상 깊은 부분이 있어 정리해볼까 한다. 기록은 기억은 지배하는데, 기록하지 않으면 머리 속의 생각이 휘발되어 사라질테니깐 말이다. 이렇게 남겨두면, 누군가(?) 관심 있는 사람들도 내 생각을 공유
http://snugrandquests.org/sub1_1.php#s3
수소는 아직 미래의 에너지원이다. 이미 활용되고 있으나 탄소중립을 위한 미래에서는 수소 생산과 활용 전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어야 한다. 현재, 수소 생태계는 화석연료 기반의 공정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 중심으로 이뤄져 있으며, 태양과 바람을 활용한 재생에너지가 생산하는 그린수소가 주가 되는 새로운 체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소는 효율 측면에서 한계를 극복해야한다. 성영은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발표 슬라이드에서 이런 부분이 명확히 나타난다.
현존하는 한계라고 나와 있는 부분을 보면, 수소 1kg 생산을 위해서는 전기가 50kWh 이상 필요하다. 그런데, 연료전기를 통해 수소 1kg로 생산할 수 있는 전기는 16kWh 밑이다. 여기서 도전과제는 명확하다.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일이다. 이론값인 33.6kWh에 근접해서 경제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여기서, 반응성 혹은 활성화를 용이하게 만드는 촉매는 이런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성영은 교수님과 현택환 교수님의 연구팀에서는 이런 촉매를 연구하는데,
현존하는 수소기술 관련 촉매는 귀금속을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비싸다. 이러한 비싼 물질을 적게 쓰고, 효율성을 높이는가가 중요하다. 연구팀에서는 효소를 모방하는 형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좋은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소와 촉매 관련 연구의 기본 원리, 세부 연구의 특성, 앞으로의 연구 과제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도 좋았지만 사실 더 좋았던(내가 여기에 기록을 남기고자 했던 이유) 것은 두 교수님의 강의가 끝나고 이뤄졌던 좌담회에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마도 이 행사의 주관 책임자이셨던 서울대 이정동 교수님께서 집필하실 책에서 다뤄질 듯 싶다(그랜드 퀘스트의 내용을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하셨다고 들었다).
탄소중립은 모든 사고 방식을 넘어서야 합니다.
인류의 최대 도전은 지난 수백년간 인류의 발전 동력이었던 화석연료와 탄소문명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사실, 이런 목표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상상력이 필수적이며, 말 그대로 모든 사고 방식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현택환 교수님은 "경제적 논리로 따지면 (당연히)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원로 (교수님)들을 만나면 '제발, 말씀하지 말아라'라고 한다"고 상황을 첨언했는데, 해당 부분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현재, 기술적으로 어디가 잘한다/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탄소중립이라는 대담하고 긴 여정 앞에서 필요한 기술은 다 알려진 기술 같지만 전부 신기술'이라는 표현에도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현재 어느 누구도 (감히) 선두 주자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우리가 과거 보다는 무한히 존재하는 태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훨씨 더 많이 열렸고, 관련된 인프라와 생태계 전반이 '전환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도전 앞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롭게 용어 정의를 하고 새롭게 기술 정의를 하면 자신의 것이 되는 시점이고 후학들이 많이 도전하고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는 응원(혹은 대학원에 오라는 유인)을 두 교수님 모두 하셨다.
수소기술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스케일업Scale up'이라 하셨는데, 두 교수님의 연구성과나 학계에서는 새로운 것(Novelty)를 추구하고, 보편적인 파급력을 중시하기에 학계를 넘어 산업, 공공연구(출연연 중심의 대형사업)에서 스케일업에 조금 더 힘을 실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충분히 산업화되어 있는 영역(예 : 메모리 반도체, LiB 배터리)에서는 스케일업을 산업이 주도하나 그 전 단계에 있는 기술 영역으로 볼 수 있는 수소는 스케일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이 정부 주도 R&D에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수소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에 대한 질문에서, "수소를 넘어 거의 모든 연구분야에서 연구자 수, 예산 규모, 최고 수준의 논문수 모두에서 '중국'이 압도하고 있다."는 답변을 하셨고 거기에 첨언해서 "학회에 가면, 중국 연구자들은 한국은 신경도 안 쓴다. 우리는 경쟁자 그룹에서 등급 외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과학기술 분야의 여러 지표에서 중국이 앞서나가는 현재 상황을 세계적 수준의 학자도 역시나 경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전통적으로 수소 분야의 강자는 일본이었으나 이제는 중국이며, 특히 상용화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들었고 그 부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발표의 말미에, 다른 것은 기억하지 못해도 패더러 같은 교수로 자신을 기억할 것이라면서, 한 슬라이드를 보여주셨다. 대가의 유머이나 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분명하다.
바로 "연구는 혼자할 수 없다"라는 사실이다. 박사 학위 이후, 서울대에 와서 좋은 논문들을 많이 썼는데 거의 공동 연구를 통해서 성취했다고 말씀하셨다. 연구 역시 협업이 필수적이며, 사실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의미 있는 공동 작업을 할 때 놀라운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냥 가기에는 아쉬워서 질문 하나를 던졌다. 배터리 분야를 살펴보면서, 다수의 전문가로부터 "배터리의 자동차 탑재는 고용량의 단일 모듈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묶어서 탑재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출시해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열렸다"라는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터리 분야에서 테슬라가 기존의 상용 기술인 원통형 배터리를 묶어서 차량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산업적인 혁신이 조기에 일어났다. 수소 분야도 이미 나온 기술들을 잘 조합, 개선시켜 산업화를 앞당길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에 대해서 여쭈어 봤다. 그리고 수소 분야의 경우, 오일 머니라는 든든한 거대 자본이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와 지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보았던, 수소 연관 분야 스타트업 기사가 생각이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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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25267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우성훈 대표 등 네 명의 한국인들이 2020년 11월부터 준비해 세상에 나온 암모니아 연료전지시스템 기업 아모지(Amogy) 이야기다.
한국인이 미국에서 창업했지만 투자금은 전 세계에서 모였다.
영국 AP벤처스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벤처스, 미국 아마존 기후서약기금, 한국의 SK와 고려아연,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일본 미쓰비시 상사, 미쓰비시 중공업 및 마루노우치 기후테크성장펀드 등 6개국에서 2억2천만 달러(2900억여 원)의 투자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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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은 "산업적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 도전할 미래 주역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도전적인 VC가 없다는 아쉬움도 토로하셨고 보다 큰 도전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들을 하셨다. 이 세미나 자체가 그랜드 퀘스트인만큼 여기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결국 큰 혁신이 필요하며, 결국 상상력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수렴했다.
이제는 노벨상 후보로 언론지상에서도 많이 알려진 현 교수님이 후학들을 위해 자신도 박사 과정 때 "첫 논문이 나오기까지 너무 고생을 했다"면서 수많은 대학원생을 위로하셨다(동시에 대학원에 오라는 홍보를 하신듯 하다). 오랜만에 서울대에 방문했고, 좋은 강의와 함께 탄소중립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학교에 있을 때, 이런 좋은 강의들을 좀 찾아서 들을 껄이라는 생각을 잠시했는데, 그 때는 '연구실에 틀어 박혀 그냥 의미없이 스트레스만 받고 있었구나...'는 회상을 했다. 그래서 기거했던 서울대 꼭대기에는 근처도 가지 않고 학교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