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정책 보고서를 바탕으로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세계적으로 저명한 비영리 싱크탱크이다. 2024년 11월, 미국의 차세대 이차전지 정책과 관련한 리포트를 발간했는데, 살펴보면 좋을 내용이 많아 공유한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이 중요한 산업을 장악했다. 현재 세대의 리튬 이온 배터리 기술의 밸류체인 모든 단계, 즉 광물 채굴 및 가공에서 배터리 제조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90%에 달한다. 한때 배터리 기술과 생산에서 세계를 선도하던 일본과 한국은 이제 소수 시장 점유율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그 뒤를 한참 뒤따르는 네 번째 위치에 있다. 그 결과, 미국은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배터리를 거의 전적으로 아시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 전반이 중국 주도의 시장으로 고착화되었다는 위기감이 잘 나타난 표현이다. 중국의 압도적인 우위 속에 일본, 한국이 시장의 일부를 차지하는 데 가치사슬 전반에서 보면 중국의 영향력 대비 높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리튬이온계 배터리의 실패를 딛고, 차세대 이차전지에서의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고 주장한다.
"차세대배터리는 에너지 저장 용량이 확장되고, 충전 속도가 더 빠르며,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그러나 경쟁은 치열하며, 아시아의 미국 경쟁자들은 혁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배터리 경쟁에서 초기에 처참히 뒤처진 상황에서 회복하고 중국의 선두를 추월하기 위해 강력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 그러나 배터리 위기에 대한 미국의 정책 대응의 주요 방향은 차세대 기술의 상용화를 긴급히 추진하는 데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술에서 미국은 실질적인 경쟁 우위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실현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적절한 비용으로 달성 가능하다."
이와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리튬이온계에서 중국의 압도적인 물량공세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 온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수준의 물량 공세가 지난 20년 동안 있었고 현재의 상황을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배터리 산업은 대규모 정부 지원과 공격적인 R&D 투자, 비용 경쟁력에서의 강점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정부는 약 2,300억 달러를 배터리 및 전기차 부문에 투입하며,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등 배터리 구성 요소와 원자재 정제 과정에서 독점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현재 정책은 기존 리튬 이온 기술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같은 정책은 리튬 이온 배터리 제조에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의 자금 전환은 미미한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규모의 경제와 경험을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년 동안 미국 에너지부를 통해 지원된 240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과 대출 보증의 90% 이상이 리튬 이온 배터리를 지원했다. 반면, 차세대 고체 배터리에 대한 지원은 연방 자금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2001년부터 중국 정부는 내연기관 기술 혁신에서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하에 전기차(EV)와 배터리를 5개년 계획의 우선순위로 설정했다. 2000년대 말에 이르러 중국 정부는 EV 배터리 제조 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시작했다. 세금 감면, 저렴한 토지 제공, 공공 조달이 그 예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정부가 배터리와 EV 부문에 제공한 지원은 총 230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배터리 셀의 모든 구성 요소 제조뿐만 아니라 원자재 공급망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그림 2a 참조).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 배터리 광물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정제할 뿐만 아니라, 해외 광산에도 광범위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10년 동안 아프리카 리튬 공급의 90% 이상이 최소 일부는 중국 기업 소유인 기관에 의해 생산될 것이다."
이 글에서 강조하는 것은 R&D를 통한 혁신이다. 기술 주도의 혁신을 통해, 생태계의 우위를 가져오자는 기초적인 입장인 듯 싶다. 차세대 기술이 10년 내 상용화되고 빠르게 보급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듯 싶다. 제조 기반이 강한 우리나라와 협력이 가능할 여지가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책 부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이 필요하다. (이 정책의 틀은 기본적인 R&D 전략의 방향으로 인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R&D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미국의 대학, 연구소, 국립 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기술 혁신을 선도할 수 있도록, NSF(국립과학재단), ARPA-E, 에너지부 등 다양한 연방 기관의 연구 지원을 증대해야 한다. 이러한 투자는 단순히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와 같은 미래 지향적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현재, 중국은 논문
둘째, 차세대 배터리 생산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자금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이 파일럿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기가와트시(GWh) 단위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규모 보조금과 저리 대출을 제공해야 하며, 이를 통해 차세대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공공 조달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군과 우체국 차량을 포함한 연방 정부 기관의 배터리 구매 정책을 차세대 배터리 전용으로 조정함으로써, 초기 시장을 안정적으로 조성하고 새로운 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할 수 있다.
동시에, 중국산 배터리의 덤핑과 시장 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무역 정책과 보호 장치를 마련하여, 미국 내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 환경에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적 전환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와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