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스윔 Mar 19. 2024

무슨 사업하세요?

농촌에서 기획하기

누군가 양양에서 무슨사업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에 대해서 참으로 오래 고민했다.

나는 무슨사업을 하는 사람일까? 뭐 물론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사업자를 냈다 접었다를 반복했다.

헤이데이라는 1인 에이전시를 시작으로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 힐러스, 코즈, 로마드협동조합까지...

개인사업자, 농어촌민박사업자, 관광숙박업사업자, 정보통신업을 하는 법인사업자, 관광업을 하는 협동조합까지 모두 어디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해냈다. 


아무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았고 마치 이 부분은 비밀이야 라고 합의한듯이 가장 어려운 부분들은 그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3개의 기관을 거쳐야 하는 일이라면 3개의 기관의 연결성에 대해서는 어디에도 설명되어 있지 않았고 무조건 직접 부딪혀야 했다. 가장 어려웠던건 협동조합 설립이었는데 법인은 다시 하라면 할 수 있지만 협동조합은 다시 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이다. 그만큼 힘들었다.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고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지금은 관광숙박업과 정보통신업을 하는 법인사업자만 남고 폐업하거나 대표자를 변경했다.


아이러니 한건 서울에 있을때는 낸적 없는 사업자를 양양에 와서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농촌에서 농업법인이 아닌 정보통신업 사업자를 내다니...참으로 강력한 도전정신이다.


혹자는 정부지원사업에 기대지 말라고 하지만 작은 기대를 안고 올해도 사업계획서를 쓴다. 하지만 수백가지의 정부지원사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

이제 나이도 걸리고 기 창업이력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무작정 덤벼들고 보는 성격이 갈길을 조금 어렵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나 이므로 이런것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일단 지금 운영하고 있는 힐러스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브랜딩과 SNS,  예약관리 행정업무 그리고 가끔의 청소이고 코즈에서 나의 역할은 오만가지의 행정업무와 사업기획이다.  


그러니까 아직 농촌에서 농업에 대한 일은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 인데 이 부분이 고민이 참 많아진다.

10년에 걸쳐 몇개의 사업자를 양양에서 내고 접기를 반복하면서(결국 이 말은 몇번이나 망했다는 뜻이다) 얻은 교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서울과 가장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은  일이 발생할만한 접점이 아주 적다는 것이다.

농산어촌이 근간이 되는곳이므로 농업/지역기반제조업/농산물가공업등을 하면 그나마 지원사업이나 관련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데 양양에서 IT서비스컨설팅업이라는건 페이퍼컴퍼니같은 존재랄까....


법인을 세우고 2년을 어찌어찌 넘겨냈다. 벌써 3년에 접어드는 코즈는 새로운 사업분야를 찾아가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작년 말 동물적 감각으로 아 왠지 이 학교를 가야겠다 싶어 감으로 촉이오는 학과가 있어 대학원에 입학했다. 

석사 학위가 있는데 또 석사학위를 받으러 들어갔다. 스스로 미친건가 싶기도 했지만 학위보다 그 세상과 시장이 궁금했다. 


배움이 시작되었고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릴 시기가 되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있던 우물안에서 밖으로 나올 사다리를 만들러 가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농촌에서 기획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매출이 줄어들고 있고 일거리는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자"로서 남아있고 싶다. 

그게 문화든, 사업이든, 로컬이든 세상을 변화시키는데에 작은 점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여전히 남아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팔고 있는건 무엇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