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02. 어른이라면 말을 예쁘게 해야지요?

예쁘게 보인다고 다 예쁜 말은 아니겠지만

by 김타다



올해의 목표 : 욕 줄이기, 말 예쁘게 하기!




다들 안녕하신지요, 2024년이 된 지도 어언 3개월 후반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새해의 목표라고 한다면 당연지사 이루지 못했던 숙원 같은 것들을 늘어놓기 나열일 텐데요, 귀하는 어떠하신지 궁금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평생의 원수 다이어트와 빌어먹을 취직, 그리고 ((예쁜 말 쓰기))가 목표였는데요, 아, 벌써 이번 문장에서만 봐도 글렀군요. 젠장...


이런 저를 파악해 버린 건지 카카오가 채팅창에서나마 말 좀 예쁘게 하라며 미니 이모티콘이란 걸 내놨습니다. 역시 카카오, 사용자를 너무 잘 아는군요.


근데 이모티콘의 왕국이자 이모티콘 시장의 큰손 카카오는 왜 미니 이모티콘을 냈을까요? 이제 더 낼 이모티콘이 없어서? 이모티콘으로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해서?

흠, 궁금하군요. 생각을 좀 해볼까요.



언어 효율의 극치, 이모티콘



사실 저도 이모티콘을 만들어 본 적은 있습니다. 심사에서 탈락했던 쓰라린 아픔을 주었지만요... 하여튼 만들면서 느꼈던 거지만 이모티콘은 정말 편리합니다.

구구절절 절구절구 내 감정을 늘어놓지 않고 딱 하나의 그림만 보내면 되니까요. 감정을 주고받을 때 은근 장벽처럼 느껴지는 부끄러움이나 머쓱함을 귀여운 그림이나 캐릭터로 승화하기에 오그라들지도 않습니다. 정말 편리하죠.


언어에는 경제성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원리대로라면 이모티콘은 '사랑해'라는 세 글자를 하나의 직관적인 기호로 압축시켜 버리는 경제성 만땅인 소통수단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모티콘 시장이 흥행한 것은요. 사람은 더 효율을 추구하고, 이는 의사소통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열 글자로 보낼 메시지를 한 두 글자로 줄여버린다면 그에 따르는 나의 에너지도 그만큼 절약할 수 있죠.


우리는 이미 이 효율성을 느꼈습니다. 수많은 순간들이 있겠지만 특히 언제? 이모티콘으로 답장을 대신하고 시원하게 채팅방을 나오는 순간에요.





뭔가 답장하기 애매할 때, 확인은 했는데 무미건조하게 답장하기 싫을 때, 괜히 정 없어 보이기 싫은데 길게 말하기에는 귀찮을 때.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이모티콘은 빛을 발합니다.


심지어 할 수 있는 감정 표현도 어쩌면 내가 구사할 수 있는 말보다 더 다양합니다. 이 딱딱한 활자 안에는 담을 수 없는 나의 마음, 미묘한 심리, 그런 것들이 있죠. 내가 뱉는 ㅎㅎ가 ㅎㅎ가 아닐 때, 그럴 때 우리는 이모티콘을 적극 활용합니다.




습, 뭔가 애매한데... 이것보단 좀 더...


그런데 이 미니 이모티콘, 경제성을 추구했다고 하기엔 묘하게 조잡하고, 좀 더 아기자기합니다. 대체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기존 이모티콘의 단점은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나옵니다.





예를 들어, 지금 감정이 되게 격하고, 말로는 다 표현 못할 분노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싶은 상황인데 내가 다운로드한 이모티콘이



카카오 이모티콘 말하는 감자 포테토뭉 4



이렇게 귀엽고 뽀짝한 이모티콘밖에 없다면...? 습, 뭔가 아쉽죠. 화를 내도 화가 아닌 것 같고... 이런 욕구는 사실 완벽하게 충족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은 그만큼 다채롭고 오묘한 감정들을 느끼기에 이를 표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모티콘을 사 모읍니다. 밈을 모으는 것도 이러한 취지죠.


게다가 이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우리 댓글을 생각해 볼까요. 카카오 이모티콘은 철저히 카카오톡에서만 사용될 수 있다는 환경적 제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모티콘을 달 수 없는 환경이라면 굉장히 아쉽겠죠. 저라면 직접 그리거나, 문자를 조합해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그러고 있는 사람들이 있듯이요.



네이버 웹툰 '화산귀환' 천하제일개방거지님의 베스트 댓글



웹툰을 본 후 댓글창을 열어보신적이 있나요? 회차를 본 후 느낀 깊은 감명을 표현하거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고 싶을 때, 그리고 이를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을 때 아예 기호로 이미지를 만들어버리죠. 텍스트로 훈련 중 공포심을 이기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상황을 재현해 나의 애정이 이 정도다! 강조하는 겁니다.





이렇게 점점 디지털 화면 안에서 픽셀로 표현해낼 수 있는 폭이 넓어지자 아주 다양한 ‘수제 이모티콘’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주접’을 떨 일이 많은 X(구 ‘트위터’) 에는 전문 아카이빙 계정이 있을 정도로 자주 쓰이고 있는게 ‘텍대’입니다.


'텍대'는 '텍스트 대치'의 줄임말인데요, 이렇게 복잡한 문자 조합을 그 때 그 때 조합해 사용하기 힘들다 보니 특정 단어를 입력하면 치환이 가능한 ‘텍스트 대치’ 기능을 사용해 이용하기 때문에 ‘텍대’라고 부르는 편이에요. 이 ‘텍대’를 통해 사람들은 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을 재치있고 맛깔나게 표현할 수 있죠.


왜 이렇게 복잡스럽고 어려운게 유행하는 걸까요? 이는 ‘커스텀’이 유행한 원리와 맞물리는 면이 있다고 봐요. 이제는 똑같이 생긴 상품들 보다는 더 독특하고 나에게 맞는 상품이 인기고, 또 이를 위해 들어가는 노동을 즐기는 과정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이러한 특징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죠. 이렇게 한 번 만들어진 ‘텍대’, 즉 ‘레이아웃’은 한 번 만들거나 저장해두면 내부 텍스트를 직접 편집할 수도 있어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해요.



내 채팅, 푸르게 푸르게, 귀엽고 깜찍하게



그렇다보니 미니 이모티콘이 따로 나왔다는 건 내가 쓰는 채팅, 내가 표출하는 감정도 이렇게 재치있게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거겠죠.





카카오 미니 이모티콘의 활용 예시를 보면 어떤 상황에서 쓰일 수 있는지 딱 알 수 있어요. 기본적인 활자나 이모티콘으로는 표현 못하는 아기자기한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죠. 중요한 공지라면 라인을 그어 강조할 수도 있고, 레이아웃을 만들어 내가 적고 싶은 메세지를 직접 적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으니 사용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해당 이모티콘의 다운로드 링크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샵에 들어가면 관련 내용이 메인에 바로 뜨고, 직접 서치해도 금세 다운로드 링크를 찾을 수 있어요. 이모티콘 아이콘을 터치해 맨 왼쪽 확성기 아이콘을 터치해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또 원활한 표시를 위해서는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가 필요하고요.





다운 받으셨다면 이렇게 사용 가능합니다. 자판 위의 이모티콘 아이콘을 선택 후, 맨 왼쪽 상단의 전환 아이콘을 눌러주면 짜잔! 미니 이모티콘이 사용 가능해요. 채팅창 내용은 무시해주십시오. 이 말을 하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요.


저도 나오자마자 바로 다운받아서 사용해봤는데요, 개인적으로 느낀 장단점까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장점

1. 단일 이모티콘으로도, 다중으로도 다양하게 조합 사용이 가능하다.

2. 춘식이의 경우, 애니메이션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텍대, 이모티콘보다 생동감 있는 사용이 가능하다.

3. 카카오톡 내부에서 바로 사용 가능하므로 편리하게 재치있고 위트 있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단점

1. 카카오톡에서만 사용 가능한 이모티콘이므로 해당 이모티콘을 이용한 다른 조합을 찾고 싶을 때 서치가 제한적이다.

2. 이모티콘 입력 시, 엔터 입력이 불가해 텍스트 자판을 전환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3. 아직 복사 후 붙여넣기 시 (리본)과 같이 이모티콘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버그가 존재.


요 정도가 되겠네요. 더 떠오르는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도입된 지 얼마나 됐다고 신기능이라면 제일 먼저 써봐야 하는 한국인들, 트렌드를 따라잡기 시작하며 벌써 이 미니 이모티콘을 이용한 사례들이 우루루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총 3가지의 테마가 기본 제공 되다 보니 원하는 무드에 맞춰 취사선택 해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아마 추후에 더 다양한 미니 이모티콘이 추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모티콘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고 볼 수 있겠죠. 실제로 기사를 보니 기존 창작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창작자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예쁘게 말하면 예뻐보이기라도 하니까요



X의 한 유저분



저도 사실 미니 이모티콘이 뜨자마자 저 밈이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요, 다 같은 생각인가봅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그걸 받아들이는 기분도 천차만별인 법이죠. 이왕 하는 말, 예쁘고 귀엽게 주고 받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사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쿠션 요소가 필요한 메세지는 보통 긍정적이지 못한 메세지일 경우가 많습니다. 위 사진처럼요.





그러한 상황에서 '텍대'라던지 미니 이모티콘을 시의 적절하게 사용하면 상대도, 나도 기분 상하지 않게 대화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부정적인 상황을 한탄하거나 비판할 때에도 조금은 호전적인 분위기로 바꿀 수도 있겠죠.


이렇듯 미니 이모티콘이 시사하는 바는 그렇게 크지 않겠지만, 기존의 대화 경험에 신선함을 부여하고, 또 이 속에서 다양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 보입니다. 또 대화에 재미를 더함으로서 소통의 장벽도 낮출 수 있고요. 잘 이용한다면 일종의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도 있겠죠.


아무튼 카카오의 미니 이모티콘, 흥미롭고 트렌디한 시도였습니다. 재밌기도 하고요. 기존의 '텍대'처럼 창의성 넘치는 조합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오길 바랍니다.




오늘의 주제 어떠셨나요? 떠오른 생각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01. 우리는 결국 힘들어도 빙글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