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출간된 단편소설 「아이엠」은 이 오래된 의문을 가볍게 풀어본 SF이다. 고즈넉이엔티가 주최한 <이달의 장르소설>에 선정되어 『이달의 장르소설 10』에 수록됐다. 본작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뇌와 인터넷이 연결된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기면서 접속자들에게 자아정체성 장애 현상이 일어난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인식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아이엠(I AM)’이라는 의식 다운로드 시스템을 통해 자아를 내려받아 생활한다.
서진과 진아는 아이엠 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세계관이 서로 뒤바뀐다. 본래 서진은 물질주의 세계관을, 진아는 관념주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반대로 입력되어 둘은 상대방의 세계관을 가진 채 정체성을 정립시켜 간다.
두 사람은 세계관 차이로 옥신각신하면서도 서로에게 이끌리고, 다툼과 화합을 반복하면서 점점 닮아간다. 그렇게 ‘사랑’에 이르게 된 어느 날, 자아정체성을 완전히 회복한 두 사람은 그들의 본래 정체성에 대한 뜻밖의 사실을 접하게 된다.
이렇게 소설이 끝나지만 사실 이러한 스토리는 내가 애초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작품은 언제나 나의 생각을 초월해 펼쳐진다. 이와 관련해 책에 실린 본작의 ‘작가의 말’을 첨부한다.
우리는 날마다 ‘나’를 다운로드 받는다. 기계가 아닌 의식으로. 그 과정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며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기에 어제와 같은 내가 된다. 매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며 비슷한 기분 속에 살아간다. 의식이 기계화된 것이다. 이것이 잠든 의식이다. 인간은 눈을 뜨고도 잠든 상태로 살아간다.
이러한 의식의 잠에서 어떻게 깨어날 것인가? 이를 이야기로 형상화하고자 「아이엠」 집필을 시작했다. 그러나 소설은 자체의 생명과 의지가 있어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펼쳐졌다. 재미있고 신비롭다. 창조의 묘미이다. 인생 또한 이와 같지 않은가? 삶은 언제나 나의 계획을 초월하고 예상을 뛰어넘는다. 삶의 저자는 나보다 큰 나이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인가. I AM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