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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인 Jun 03. 2016

[세상 속에서] 어디까지 눈을 낮춰야 하나

비정규직 20살 청년의 사망이 '눈 높아서' 일어났을까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넘쳐나는데 젊은이들이 눈이 높아 안간다."


'눈이 높다'라는 말이 상당히 거슬렸다.
저렇게 말하는 어르신에게는 구의역 지하철 사망사고만으로도 반박이 가능하다 싶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용역회사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눈이 높아서' 대학을 진학하거나 대기업에 원서내거나 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일선에 투입됐다.
고연봉이나 널널한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을 품고 말이다.


끼니 때울 시간이 없어서 가방에 컵라면 넣고 열심히 일한 대가는 죽음이었다. 

고장발생시 1시간 이내로 현장에 가야 하는데, 6명의 직원이 수십개 역의 스크린도어를 관리한다. 2인1조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위험하고, 박봉인데다, 비정규직이었고, 끼니 때울 시간조차 없이 바쁜 직장이었다. 얼마나 더 눈을 낮춰야 할까. 이 시점에서 취준생에게 눈을 낮추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눈 낮춘 대가가 죽음이라면, 여기서 더 눈을 낮추라는 건 죽으라는게 아닐까.


간혹 내가 지금 이 시점에서 대학생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취직을 할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불가능하다. 어제보다 오늘 더 취업문은 좁아지고 있다. 청년들은 맛있는 밥한끼 먹을 돈조차 없다. 기껏해봐야 깡통참치와 마요네즈 범벅인 컵밥 먹는다. 그러면서 쉴틈없이 정규직 돼보겠다고 밤늦게까지 준비한다.


어른들이 과거 자신의 환경만 생각하고 너무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 보기엔 우리나라 청년들은 절대 눈이 높지 않다. 그저 살고 싶을 뿐이다. 잘 사는것도 아니라 살아남고 싶은거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일자리가 넘쳐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도 자리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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