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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Jun 20. 2024

<Emotional Responses> 앨범 작업이야기

사운드와 감정이 만나는 Ah-ha moment의 순간

Intro

지난 글에 이어서 두 번째 작업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올해 작업한 또 하나의 앨범은 작곡가 김솔미 님의 EP <Emotional Responses>입니다. 작곡가님과는 2023년 싱글 <Standing Still>을 작업한 이후, 독립영화 OST 앨범 <Sugarcoat>등 계속 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티스트가 원하는 사운드 스타일도 많이 이해하고 있어요.


이번 앨범은 아티스트가 경험한 장소의 정서적 이미지가 중심입니다. 런던의 거리, 기차 창밖을 보며 느끼는 마음, 템즈강의 물결의 흔들림 등. 피아노가 중심 악기이지만 사운드를 구성하는 요소는 곡마다 다양했고, 화성과 멜로디 못지않게 사운드의 질감도 중요했습니다. 작곡 의도에 맞는 사운드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지요.



Mixing & Mastering Work

신기하게도 작업을 하다 보면 '아 이거다',라는, 'Ah-ha moment'의 순간이 있습니다. 사운드를 만들고 수정하기를 반복하면서, 어느 순간 원하는 이미지에 딱 들어맞게 되는 지점인 거죠. 재밌는 점은 아티스트도 저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거예요. 곡을 쓰면서 처음에 느꼈던 정서가, 곡의 사운드를 만들어가면서 그대로 다시 돌아오는 순간이지요. “조심스러운 하나하나 피아노 선율의 사운드에, 무의식 중에 생각했던 그 감정이 떠오르면서 울컥했다”는,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엔지니어에게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요.


1번 트랙 Hello, Stranger를 작업하면서 그런 아하 모멘트를 경험했습니다. 이곡은 피아노 톤과 왼손, 오른손 밸런스를 잡는 작업이 거의 전부인 곡이었습니다. 처음에 받은 트랙은 왼손과 오른손이 각각 2개의 서로 다른 피아노였어요. 2개의 피아노가 각각 특징과 개성이 있어서 곡에 맞는 피아노가 어떤 게 좋을지 고민하는 단계였습니다. 여러 가지 버전의 을 만들어보면서 오른손은 한 피아노로, 왼손은 2개의 피아노를 섞어서 질감을 만들었습니다. 오른손의 소프트하고 글루미 한 톤과 왼손의 좀 더 선명하고 투명한 톤의 조합이었어요. 오른손에는 몽환적인 느낌의 빈티지 코러스 이펙터도 조금 묻어납니다. 그렇게 톤과 밸런스가 맞는 순간, 그 아하 모멘트를 만났습니다.


3번 트랙 Lost in Contemplation아티스트의 보이스로 쌓아 올인 코러스의 화성이 매혹적인 곡이었어요. 영화음악 서사 같은 느낌이 있어서, 단순한 보컬 사운드보다 다채롭게 들렸으면 했습니다. 고민하면서 찾은 방법은, 신서사이저 같이 조금씩 변화하는 사운드로 색깔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입체적으로 움직이며 빌드업하는 코러스가 화려한 정점을 지나며 사그라드는 순간, 아하 모멘트를 경험했습니다.


4번 트랙 Waves는, 거대한 파도가 아닌 잔잔한 물결의 이미지가 느껴졌습니다. 들어가고 나가는 물결에서 들리는 차분함과 평온함 같았습니다.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사운드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그저 울리기만 하면 조금 단조로울 수도 있어서, 저음에 깔린 신서에 약간의 마치 지글지글한 느낌의 질감도 만들었습니다. 미묘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사운드의 재미를 만들어 주는 것 아닐까요.



Learning & Wish

사운드를 만들다 보면 꽤 여러 차례 수정을 하게 됩니다. 밸런스나, 톤이나, 혹은 튀는 노트나 노이즈 등. 하나하나 수정하는 과정이 어찌 보면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요. 아티스트가 원하는 사운드 이미지를 정교하게 세공한다는 느낌이랄까요. 거친 트랙을 다듬어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마지막 단계에 있는 것이지요. 빠르게 초안을 잡고, 방향을 설정하고,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아티스트의 아웃풋 이미지를 이해하고 구현해 는 것이죠. 뭔가 잘 안 된다면 그건 내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더 배우고 연구하며 성장하면 됩니다.


매번 작업을 할 때마다, 나의 음악을 만드는데 좋은 자양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업하면서 수십, 수백 번씩 듣다 보면 어느새 곡을 거의 다 외우게 됩니다. 곡의 흐름, 구성요소, 멜로디와 악기의 질감, 미묘한 톤과 사운드, 곡의 정서도 많이 흡수하게 되지요. 그 과정에서 음악적인 인풋이 쌓인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인풋들이 쌓이면, 저의 곡 또한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감각을 만들어낼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작업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P.S 앨범 전 곡은 아래 링크에서 들어보세요. :)

https://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mBNYoL1WUGiV4Cm08mE_2trBuxFPXPirA&si=LfLW3XqK87BgV0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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